미 의회에 모인 빅테크 CEO들 “정부 차원의 AI 안전장치 필요”
테슬라, 구글, 엔비디아 등 내로라하는 빅테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규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구체적인 접근법은 달랐지만, 정부 차원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빅테크 CEO들이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AI 규제를 논의하기 위해 의회에서 비공개로 개최한 포럼에 참석했다. FT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에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거나 일자리를 대체하는 등 AI로 인한 즉각적인 위험성에 대해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논의가 열린 배경을 전했다. 미 백악관은 AI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행정명령을 연내 발표한다.
회의에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AI 산업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이 함께했다. 격투기 대결을 놓고 설전을 벌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물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MS 공동창업자와 사티아 나델라 CEO 등도 참여했다. 노동·시민 단체와 창작 산업을 대표하는 이해관계자들도 함께했다.
AI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요청해온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날도 “AI는 양날의 칼”이라며 “AI 규제를 위한 연방정부 차원의 별도 AI 담당 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AI가 잘못되면 결과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대응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머스크는 초기에 오픈AI에 투자했다가 손을 뗀 바 있다.
인도계 출신인 피차이 구글 CEO는 AI 개발에 의회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연구·개발 투자를 비롯해 인재가 미국으로 올 수 있도록 이민법 등 혁신을 지원하는 정책과 정부에서 AI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또 AI가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커버그 메타 CEO는 정부 주도의 규제보다는 기업 자율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가자들이 AI 프로그램을 ‘오픈소스’로 만들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에 대해 저커버그는 “AI 경쟁의 장을 평준화하고 사람과 기업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AI 경쟁에선 후발주자인 메타는 현재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를 기업들이 무료로 쓸 수 있게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도 이달 중 AI 관련 기본 원칙을 비롯해 권리·책임 등을 규정한 ‘디지털 권리장전’ 발표를 앞두고 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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