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 교사의 교단 체험기…'선생님, 죽지 마세요'

송광호 2023. 9. 1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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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하나의 부조리로 시작되지 않는다.

현직 과학 교사인 저자가 느낀 교단의 위기는 해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에 기인한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여러 학자처럼 민주주의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다양한 형태의 역설에 대한 논의를 통해 우리 삶의 복잡함을 드러내는 것, 세계를 단순화하는 행동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감추어진 세계에 주목하는 것, 우리에게 세계의 모든 문제를 풀 능력이 부재하다는 점을 살펴보는 것, 그러는 가운데 찾을 수 있는 겸손한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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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기후 리바이어던
당신의 언어 나이는 몇 살입니까?
책 표지 이미지 [창해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선생님, 죽지 마세요 = 최문정 지음.

비극은 하나의 부조리로 시작되지 않는다. 대개는 여러 가지 요인이 결합하는 시스템적인 문제로 잉태된다. 현직 과학 교사인 저자가 느낀 교단의 위기는 해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에 기인한다.

교장의 태만, 교감의 갑질, 교사 간 갈등, 불공정한 업무분장, 부당한 업무지시, 아동학대 고소를 협박으로 사용하는 아이들, 부당하고 어이없는 학부모 민원….

그는 "옳은 교사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자질은 부족했고, 시간의 함정에 빠지고 교육계의 환경에 젖어 들면서 어느새 "나를 둘러싼 악에 물들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가르치던 학생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중2병'쯤으로 생각하고 조퇴를 허락했는데, 아이는 그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

슬퍼할 새도 없이 일이 몰려들었다. 장학사의 조사, 교장의 책임 회피와 짜증, 학부모의 원망이 그를 쉴 새 없이 폭격했다.

"모든 것이 내 잘못 같았다.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사고가 나를 지배했다."

실수한 자신에 대한 원망도 솟구쳤다. "죽음은 되돌릴 수 없기"에 그는 좌절하고 절망했다.

시간이 흘러도 흉터는 희미해지지 않았다. 우울증에 빠졌고,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다.

그는 정신과를 찾았다. 우울증은 조금씩 완화하는 듯 보였다. 저자는 극단적 선택을 두고 갈등했으나 정신과 치료 5년째인 지금도 살아있다고 말한다.

책은 20년 넘게 교직에 종사한 저자가 전하는 자기 고백이자 현장 르포다.

창해. 240쪽.

책 표지 이미지 [창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 최태현 지음.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발전한 민주주의는 아테네에서 꽃피웠지만 흠결 많은 제도였다. 철학자 플라톤은 민주주의를 강력히 비판하며 철학자가 통치하는 세상을 꿈꿨다.

오스트리아 철학자 카를 포퍼는 플라톤의 철인 정치론을 비판하며 '열린사회의 적'으로 간주했다. 그런 그도 민주주의가 완벽하다고 보진 않았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여러 학자처럼 민주주의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대표의 본질, 선거 공약에 대한 책임, 관료의 대표성, 시민참여, 당사자, 대표되지 않는 것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가며, '감춰진 세계'의 '작은 자'들이 대표되기 어려운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와 역설을 설명한다.

저자는 민주주의의 위험을 일거에 해결할 거대한 대안을 기대하는 것 역시 모순이라고 지적하면서 생활세계에서 다른 시민들을 인정하고 숙의하는 '민주주의의 마음'을 키워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다양한 형태의 역설에 대한 논의를 통해 우리 삶의 복잡함을 드러내는 것, 세계를 단순화하는 행동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감추어진 세계에 주목하는 것, 우리에게 세계의 모든 문제를 풀 능력이 부재하다는 점을 살펴보는 것, 그러는 가운데 찾을 수 있는 겸손한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창비. 416쪽.

책 표지 이미지 [엘피 지음. 재판매 및 DB금지]

▲ 기후 리바이어던 = 조엘 웨인라이트·제프 만 지음. 장용준 옮김.

급속한 기후변화 상황에 부닥친 세계의 정치 미래를 조망한 책. 다가올 수십 년 동안 우리 삶의 모습이 급격히 변할 것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지리학과 교수인 저자들은 미래가 현재보다 조금 더 더울 뿐이라고 생각하는 건 '판타지'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기후 위기는 국민 국가 단위가 아니라 지구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단한다.

저자들은 기후정의를 위한 운동이 미래의 정의와 자유, 공정을 보장해 주길 바란다면, 현재의 위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부터 연구하고, 그 분석에 따라 사회를 변화시킬 일을 체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엘피. 414쪽.

책 표지 이미지 [남해의봄날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당신의 언어 나이는 몇 살입니까? = 이미숙 지음.

'그 단어가 뭐였더라.'

나이가 들면 하려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언어병리학자인 저자는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듯, 나이 들어서도 다시 언어 연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노화와 언어의 상관관계를 뇌과학의 측면에서 설명하고, 노년기 언어의 특징과 질환을 증상별로 소개한다.

아울러 언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언어 게임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팁을 전한다.

남해의봄날. 332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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