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신고 여성 절반 “부당 대우”
직장갑질119 접수된 젠더폭력…58% “불리한 처우 경험”
노동부, 신고받은 사건 기소 의견 검찰 송치는 7.8% 불과
“가해자는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젊은 여성 환자를 본인에게 배정하라고 하고, 치료를 명목으로 신체적 접촉을 일삼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들을 보며 끊임없는 죄책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2년 동안 물리치료사로 일한 장맑음씨는 상사의 성희롱을 신고하며 퇴사한 뒤 1년 넘게 상사가 제기한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상사는 장씨 등에게 수시로 신체접촉을 시도하고, 거부하면 연차 사용을 반려하는 등 수법으로 괴롭혔다.
상사의 성희롱은 직원과 환자를 가리지 않았다. 참다못한 장씨는 퇴사 후 병원에 이를 신고했지만, 병원 측은 폐쇄회로(CC)TV도 확인하지 않고 ‘(상사에게) 성희롱의 의도가 없었다’는 의견을 냈다. 이후 고용노동청이 상사의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했는데도 장씨는 징계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장씨는 “부디 이 끝나지 않는 싸움이 다른 피해자들에게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언젠가는 직장 내 성폭력의 위협에서 자유로워진 사회로 다시 복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직장 내 성폭력을 신고한 여성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은 신고에 대한 사용자의 ‘조치의무 위반’ ‘불리한 처우’ 등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불이익은 형사처벌까지 가능한데도 실제로는 10%도 처벌받지 않았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14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으로 숨진 피해자도 서울교통공사와 사법기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했지만 보호받지 못하고 끝내 숨졌다. 사건이 일어나고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가와 사회는 여성 직장인을 보호하지 못했다.
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이수진·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성을 살리는 일터’ 토론회를 열었다.
직장갑질119는 2020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단체가 받은 직장 내 젠더폭력 제보 595건을 전수 분석했다. 유형별(중복집계)로 보면 ‘성차별적 괴롭힘’이 328건(55.1%), ‘직장 내 성희롱’이 322건(54.1%), ‘직장 내 괴롭힘’이 381건(65.1%)으로 나타났다. 신고자들은 법·제도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신고자의 54.2%는 신고 후 조사 등 ‘조치의무 위반’을 경험했다. 58.8%는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를 겪었다.
법이 있지만 신고자 10명 중 1명도 보호받지 못했다. 이수진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성희롱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 신고 사건 449건 중 노동부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건은 7.8%(35건)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성범죄를 개인 간의 사건이 아니라 ‘노동자 안전’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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