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디딜틈 없는 인파… 日도톤보리 ‘초비상’ 걸린 이유

김동현 기자 2023. 9. 1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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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한신타이거스 18년만 리그 우승… “인파 안 휩쓸리게 조심하라”
14일 오후 9시,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거리가 발 디딜 틈 없는 인파로 가득 차 있다. 이날 간사이 지방을 대표하는 프로야구 구단 한신타이거스가 18년 만에 센트럴리그에서 우승했다. 지역 당국은 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발생할 인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유튜브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한신타이거스가 14일(현지 시각)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한신은 이날 저녁 6시 홈구장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요미우리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4대3 승리를 거둬 2위 팀 히로시마도요카프 경기의 결과와 무관하게 리그 1위를 확정 짓게 됐다. 성적은 이날로 80승 4무 44패. 이번 우승으로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에 직행하는 한신은 내달 리그 2·3위가 붙는 퍼스트 스테이지 승자와 함께 일본시리즈 진출을 놓고 다툴 예정이다.

일본 간사이(關西·관서) 지방 프로야구 구단이자 고교야구의 성지 ‘고시엔(甲子園)’ 구장의 주인인 한신은 매년 평균 관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 측면에선 일본 최고의 팀으로 꼽혔지만 우승컵과는 거리가 멀었다. 1950년 양대 리그(퍼시픽·센트럴리그) 출범 이후 센트럴리그 우승은 다섯 차례(1962·1964·1985·2003·2005년)에 그쳤고, 상대 리그까지 제패한 일본시리즈 우승은 1985년 단 한 번만 이뤄냈다. 하지만 이날 승리로 18년 만에 리그에서 우승했다.

14일 한신타이거스의 우승을 기뻐하는 관중들/트위터

한신 팬들은 매 시즌 초 성적이 잘 나오면 “올해는 우승”이란 ‘설레발’을 치다가 실망한 경험이 잦아 우승을 우승이 아닌 ‘저거(アレ·아레)’라고 부른다. 팀 공식 슬로건마저 ‘A.R.E’다. 한국어로 옮기면 ‘그것’이란 표현이 더 자연스러운데, 올해야말로 “진짜 ‘그것’ 해버린” 팬들은 고시엔 구장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동네 술집에 가득 모여 소리를 지르고 있다고 NHK가 전했다. 특히 20대 팬들은 “우승한 적이 처음이어서 어떻게 기뻐하면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신은 올 시즌 9연승 이상 기록을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3번 이상 달성하는 등 센트럴리그에서 ‘독주’했다. 오늘 경기 이후로도 시즌 종료까진 15경기 남았지만 일찍이 우승이 확정됐을 정도다.

14일 우승을 축하하는 한신타이거스 선수들/한신타이거스 소셜미디어

간사이 지방의 랜드마크 오사카 도톤보리는 한신의 우승을 축하하는 팬들의 행렬로 발 디딜 틈 없는 상태다. 앞서 오사카 지역 당국은 일찍이 한신 우승이 확정될 경우에 대비해 경계 강화에 나섰다. 13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통행 통제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핼러윈에서 투입된 인력보다 6.5배 많은 규모다. 도톤보리에는 2m짜리 가림막이 설치됐다. 도톤보리강 부근에서도 특히 인파가 몰리는 ‘에비스 다리’ 방면이 보이지 않도록 한 조치다.

지역 당국이 이처럼 긴장 태세에 나선 건 앞선 한신 우승들에서 인파로 인한 사고가 잦았기 때문이다. 1985년 한신이 일본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 지역 팬들은 도톤보리강 인근에 모여 KFC 커널 샌더스 동상을 강에 던져버리는 등 소동을 일으켰다. 이 동상은 20여 년 지난 2009년에야 발견됐는데, 때마침 동상이 사라지고 나서 한신이 침체기를 겪자 ‘커널 샌더스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2003년 우승했을 때에는 수만 명의 팬이 거리에 나와 무려 5300명이 도톤보리강에 입수했고 이 중 1명이 숨졌다. 2005년 우승에선 강에 다이빙 방지를 위한 울타리가 설치됐음에도 55명이 흥분하며 빠졌고 경찰이 인파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파출소 유리가 깨지는 등 충돌이 발생했다.

2003년 한신 타이거스 우승 당시 오사카 도톤보리에 모인 인파./NHK

특히 지역 당국과 전문가, 현지 언론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압사 사고’다.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은 지난해 10월 한국 이태원에서 158명이 사망한 참사를 언급하면서 “오사카에도 인파에 취약한 구역이 많아 긴장이 높아진다”고 전했다. 에비스바시는 길이 26m에 폭 11~18m, 무게 190t을 버틸 수 있도록 튼튼히 설계돼 있는데도 현지 경찰은 인파 분산을 유도할 인력을 별도로 두고 혼잡 상황을 감시하겠다고 했다. 유사시 다리 통행까지 제한될 예정이다.

최근 오사카엔 외국인 관광객도 몰려드는 상황이라 인근 상인들은 영어·중국어·한국어·베트남어 등 4개 국어로 “인파에 휩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경고문을 게시하고 있다. 일부 점포는 이날 폐점 시간을 앞당겼다. 주(駐)오사카 한국 총영사관은 지난 11일 ‘오사카 여행 시 주의사항’이라는 공지를 일찍이 웹사이트에 올렸다. 한신타이거스의 우승 당일 도톤보리에 인파가 폭주해 각종 안전 및 인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주오사카 총영사관이 한신 타이거즈 우승에 대비해 여행객들에게 안전을 당부했다./총영사관 웹사이트

가와구치 토시히로 간사이대학 군집안전학 교수는 요미우리에 “다리 위에서는 양옆으로 도망갈 길이 없다는 점에서 (지난해) 이태원 사고 현장과 공통점이 많다”며 “일방통행을 지속해서 유도하는 등 인파가 어느 구간에 정체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시무라 히데마사 오사카공업대학 건축안전계획과 교수도 “외국인 관광객 급증에 소셜미디어 소통 증가로 팬들의 군집이 예년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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