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담임 교체 요구에 대법 “교권 침해” 첫 인정

김희진 기자 2023. 9. 1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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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에 장난친 초등학생
담임, 방과후 10분간 청소시켜
학부모, 교장 등에 지속 민원
‘부당 간섭 중단’ 권고에 소송
대법 “교사의 판단 존중돼야”

교사가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친 학생을 제지했다는 이유로 담임 교체를 반복적으로 요구한 학부모의 행위는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교사의 교육 활동을 학부모 등이 부당하게 간섭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학부모 A씨가 한 초등학교 교장 B씨를 상대로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21년 초등학교 2학년이던 A씨의 자녀는 수업 중 장난을 쳤다. 그러자 담임교사 C씨가 A씨 자녀 이름을 칠판에 붙어있는 레드카드(일종의 벌점제) 옆에 붙이고 방과후 10여분간 청소를 하게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바로 교장에게 항의하고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관계 기관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C씨는 A씨 항의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병가를 냈고, ‘더 이상 교권 침해 활동과 민원 제기를 금해주실 것을 요청함’이란 내용의 교육 활동 침해 사안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교육 활동 침해 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도록 권고한다’는 통보서를 A씨에게 보냈다. A씨는 이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 행위가 교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교권보호위원회가 C씨 측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했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학생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내린 판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학급을 담당한 교원의 교육 방법이 부적절해 교체를 희망한다는 의견도 부모가 인사권자인 교장 등에게 제시할 수 있는 의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학기 중 담임에서 배제되는 것은 해당 교사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고 인사상으로도 불이익한 처분이며, 해당 학급 학생들에게는 담임교사의 변경으로 인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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