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부산서 지방분권 정책 발표…“서울·부산 두 개 축 작동돼야 영호남 발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 선포식 열고 4개 특구 도입 발표
기업 세제 혜택 ‘일자리 창출’…지방 공교육 강화 등 담겨
“지역 쇼핑몰 하나 못 짓는 정치적 상황, 국민이 허용 안 해”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우리 정부는 모든 권한을 중앙이 움켜쥐고 말로만 지방을 외치지 않고, 그런 과거의 전철을 절대 밟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회발전·교육자유·도심융합·문화 등 4개 특구 도입을 중심으로 한 지방분권 정책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개최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지방시대 선포식’에 참석해 “지역에 변변한 쇼핑몰 하나 짓지 못한 채 어처구니없는 그러한 정치적 상황을 더 이상 국민들께서 허용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오늘 이곳 부산에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선포한다”며 “대한민국 전체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서울과 부산이라는 두 개의 축이 작동되어야 영남과 호남이 함께 발전함으로써 대한민국 전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며 “대한민국은 산업화,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이제는 지방시대를 통하여 대한민국이 더욱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 등 4개 특구 도입을 중심으로 한 지방분권 정책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지역의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 지원, 정주 여건 개선, 그리고 토지 규제 권한의 지방 이양을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아울러 지역의 산업단지에 주거시설과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발전특구는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해 지방에 양질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기회발전특구에 이전한 기업에는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법인세를 과세 이연한다. 또 창업기업 및 신설사업장 소득세·법인세 5년간 100% 감면, 취득세·개발부담금 100% 감면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교육자유특구는 지방 공교육 강화 및 지방대학 육성을 통해 지역 인재들의 수도권 유출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경쟁력 있는 우수 지역대학 30개교에 1교당 총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고,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50% 이상(2조원 이상)을 지방정부 주도로 전환하는 등 내용이 골자다.
도심융합특구는 쇠퇴해가는 지방 대도시 도심에 판교 테크노밸리 같은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용도·용적률·높이 등 도시·건축 규제 완화, 주택공급 특례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문화특구는 7개 권역별로 13개 ‘대한민국 문화특구’를 지정해 지방의 관광자원과 문화를 키워내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는 3년간 도시별로 최대 2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지역 가치 창업가를 5년간 1000개 육성하고, 지역 정체성을 담은 로컬 브랜드를 5년간 40개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강화 금쌀 막걸리를 제조하는 인천 강화군의 양조장 ‘금풍양조’나 군사지역 해변을 서핑 전용 해변으로 조성한 강원 양양 ‘서피비치’ 같은 곳을 만들어 지역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또한 “15개 국가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해 지역별로 거점을 육성함과 아울러 1000개 이상의 디지털 기업이 집적되는 디지털 혁신지구를 5개 이상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15개 국가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60일 내 인허가 신속 처리, 불필요한 ‘킬러규제’ 혁파, 세제·예산 지원, 용적률 완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 100개 확대, 과학기술원(KAIST·GIST 등) 부설 인공지능(AI) 영재고 2개 신설 등 지방의 디지털 역량 강화 정책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지방의 불균형이라는 것은 우리의 고속성장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예산을 단순히 나눠주는 식이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투자를 해야 된다”고 했다. 또 “정부가 지방에 거점을 만드는 것은 수산업을 육성하는 측면에서 어초를 떨어뜨리는 것과 똑같다”며 “정부가 정보와 자본 조달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어초와 같은 거점들을 잘 만들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기회발전특구의 핵심은 세제 혜택”이라며 “기재부도 장사를 좀 하자. 기업을 키워서 더 많은 세금을 좀 벌자”고 말하기도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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