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고립 북·러와 ‘한통속’으로 엮일라…거리 두는 중국

박은경 기자 2023. 9. 1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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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와 패권 경쟁, 국제사회 의존성 커져 “두 나라의 일” 신중
북과는 경제 협력만…러의 군사 지원 요청에도 소극적 대응
한·미·일 협력 주시하지만 북·중·러 구조화는 쉽지 않을 듯
숙박도 열차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과 만찬을 마친 뒤 다음 방문지로 출발하기 위해 열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북·러 밀착의 밑그림을 한층 구체화했다. 군사·경제 협력과 ‘제국주의 반대 투쟁’ 연대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양국 공조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북·러 밀착에 중국까지 가세해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로 구조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게 된 배경은 북·러의 전략적 목표와 국가이익이 서로 접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 강행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각각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왕따’ 처지가 됐다. 양국은 우군 확보를 통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이 같다. 또 러시아는 전쟁에 투입할 북한의 포탄과 미사일이,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를 실현해줄 러시아의 첨단 기술과 원유·식량 지원이 절실해 양국 간 수요·공급이 톱니바퀴처럼 딱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중국은 상황이 다르다. 미·중 전략 경쟁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은 대외적으로 ‘북·중·러’라는 하나의 진영으로 묶이길 원치 않는 모양새다. 미국에서 ‘국제 왕따’ ‘불량 국가’로 분류하는 북·러와 동일 선상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4일 통화에서 “중국은 넓은 소비 시장을 활용해 글로벌 경제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북·러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중국은 진영 대립을 통한 신냉전 체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사이의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북·러 간의 일로 ‘거리두기’를 하면서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반면 러시아는 북·중·러 3자 해상훈련을 먼저 제안할 정도로 연대에 적극적이다. 러시아는 지난 7월 북한이 ‘전승절’로 기념하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에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보내 북·러 군사협력의 시동을 걸었다. 당시 중국은 군 인사가 아닌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국회부의장급)을 보냈다. 북한 정권 수립일인 9·9절 행사에도 농업·인프라·보건 등을 담당하는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를 파견했다. 북한과의 협력은 경제 분야에 집중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가 요청한 군사 지원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공고한 관계를 활용해 중국의 막대한 영향력을 조정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13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조·로(북·러)관계를 대외 정책에서 제일 최중대시하겠다”면서 북·중관계보다 앞세웠다. 북한 내 사용되는 에너지와 소비재의 80~90%, 부족한 식량의 절반 정도가 중국에서 충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러 밀착이 압박이나 고민거리로 느껴질 수 있다. 중국은 북·중·러 연대, 특히 군사적 협력과는 거리를 둘 것으로 전망되지만 북·중, 중·러 등 양자 협력은 꾸준히 추진하면서 한·미·일 협력 강도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북·러 공조가 북·중·러 연대로까지 구조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구냉전 때는 미국과 소련 블록이 완전히 분리됐지만 신냉전 체제 속 중국은 (전 세계와의) 상호 의존성이 굉장히 심하다”면서 “중국이 북·중·러 연대에 가담하면 견딜 수 없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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