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한·미·일 중심 ‘가치 외교’…북·러엔 ‘결속 명분’
캠프 데이비드 합의 이후 ‘풍선효과’…북·러엔 협력 공간 열려
윤 대통령, 우크라 지원 언급…푸틴, 한국 콕 집어 “파탄” 경고
한국 외교 운신 폭 좁아…북한엔 중·러 지원 끌어낼 ‘꽃놀이패’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13일 정상회담에서 밀월을 과시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미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행보, 미·중 전략경쟁 등 국내외 상황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동맹 수준까지 나아간 한·미·일이 북·러가 빠르게 공생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2019년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것과 달리 이번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개최됐다. 군사협력의 상징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북·러 군사협력 가속화는 지난달 한·미·일 정상회담 반작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 모인 3국 정상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규탄했다. 공동성명은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재래식 군사행동 규탄”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 “잔혹한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대항해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 등 북·중·러를 겨냥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오는 풍선 효과처럼 한·미·일의 압력을 받은 3국 중 전략적 목표가 일치한 북·러가 재빠르게 밀착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중심의 가치 외교를 지향하면서 북·러 군사협력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러시아 공사를 지낸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은 14일 통화에서 “지난해 10월 푸틴 대통령이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한국에 분노가 폭발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을 때 북·러 간 군사협력은 이미 예견됐다”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을 콕 집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고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생즉사 사즉생’ 정신의 연대를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 연대의 선봉을 자처해외교적 운신 폭을 좁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되레 북한에 외교적 공간만 넓혀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한·미·일에 대한 반감을 활용해 러시아에는 군사적 지원을 이끌어내고, 이를 지렛대로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중국에는 경제적 협력을 받아낼 수 있는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는 것이다. 한·미·일 공조만큼 중·러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북·중·러 간 의견이나 이익이 엇갈리는 점을 파고들어 한국 외교 공간을 넓혀야 한다고 말한다. 북·러 정상회담 직전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차관이 “한국에 김 위원장의 방러 계획 세부 사항을 전달할 수 있다”고 유화 제스처를 한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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