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명예훼손’ 판단한 검찰, ‘허위보도 고의성’ 입증 관건

이혜리·강연주·이보라 기자 2023. 9. 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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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JTBC에 ‘정보통신망법 위반’ 적용
검, ‘대선개입 목적’ 주장에
신학림 “커피 내용 1~2분뿐”
봉지욱 기자 “조우형 거짓말”

검찰이 14일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와 소속 기자들, 종합편성채널 JTBC를 압수수색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다. 해당 기자들이 지난해 대선 전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허위 보도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의혹 보도가 형사처벌할 정도의 허위사실 유포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은 뉴스타파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자들이) 피해자 윤석열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피해자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기재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2항은 형법상 명예훼손죄보다 법정형이 높다. 언론사 기자에게 이 조항을 적용해서 처벌하려면 보도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더해 기자가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누군가를 비방할 목적으로 보도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

검찰은 뉴스타파가 보도한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인터뷰 내용이 허위라고 주장한다. 인터뷰 중 ‘당시 대검찰청 중수2과장이던 윤 대통령이 조우형씨에게 커피를 타줬고, 조씨 혐의를 봐줬다’는 대목에 초점을 맞춰 ‘대선개입’ 목적으로 허위 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반면 신 전 위원장 측은 인터뷰 녹음파일 전체 분량은 72분이고 ‘커피’ 내용은 1~2분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인터뷰와 보도 맥락을 전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JTBC는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씨의 검찰 진술조서를 근거로 유사한 보도를 했는데, 검찰은 해당 보도를 한 봉지욱 기자가 조씨로부터 남씨의 진술과 배치되는 말을 듣고도 무시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봉 기자는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조씨가) 자기에게 불리한 얘기는 대부분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씨의 인터뷰를 모든 것을 실어줘야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기자가 그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MB 정부 시절 ‘PD수첩 사건’
농식품부 장관 명예훼손 무죄
산케이 ‘박근혜 관련 칼럼’ 땐
허위지만 비방 목적 없어 무죄

법원은 명예훼손죄 처벌에 까다로운 요건을 두고 있다. 공인에 대한 표현은 최대한 자유롭게 보장돼야 한다는 전제에서 법원은 보도에 일부 허위 내용이 있더라도 공익성이 있는지, 진실로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꼼꼼히 따져 위법성 여부를 가린다. 대표적인 판례가 이명박 정부 때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 사건이다. <PD수첩>은 2008년 4월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몰랐거나 알면서도 은폐·축소한 채 수입 협상을 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했으나 법원은 1·2·3심에서 내리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뉴스타파 등에 적용한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유죄 판결을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뜻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 검찰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세월호 당일 행적에 대한 칼럼을 쓴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할 때 박씨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채 침묵했다. 검찰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당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박씨가 처벌을 원하는 것으로 간주해 기소했다. 가토 전 지국장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칼럼 내용은 허위이지만 비방의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윤 대통령도 직접 입장은 밝히지 않으면서 검찰 수사를 묵인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의 처벌 의사가 확인됐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관련 법리를 충분히 검토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이혜리·강연주·이보라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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