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목격자들④] "신선 배추 여름엔 못 먹어"‥사라지는 고랭지 배추

류현준 2023. 9. 1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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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여름철 신선한 김치를 위해선 해발 600미터가 넘는 고랭지에서 키운 배추가 꼭 필요하죠.

그러나 폭염과 폭우를 몰고 온 기후 변화는 고랭지에서도 진행 중이고 농민들은 점점 배추밭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곳 강원 정선에서 기후위기를 목격하고 있는 고랭지 농민들을 만났습니다.

◀ 리포트 ▶

해발 1천미터가 넘는 산지 비탈면을 따라 들어선 고랭지 배추밭.

여름내 자란 배추들이 수확철을 맞아 차례로 출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확을 마친 밭에도 아직 배추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모두 겉이 바싹 말랐거나 속이 무른 배추들, 상품성이 없어 버려둔 건데, 두 달 전 심은 배추의 절반이 이런 상태입니다.

고랭지 품종이 개발된 1970년대 말부터 40여 년째 배추를 키워온 63살 정덕교 씨.

저지대와 달리 여름에도 배추를 키울 수 있는 이점이 있었는데, 10여 년부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기온이 점점 높아졌고 애써 키운 배추밭이 쑥대밭이 되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정덕교/고랭지채소 강원도연합회장] "심어만 놓으면 정말 농약 몇 번 안치고 비료 몇 번 안쳐도 잘 됐었는데,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이제 환경이 나빠졌거든요."

해가 갈수록 상황은 더 나빠졌고 결국 주변 고랭지 농민들은 농사를 포기하고 떠났습니다.

[정덕교/고랭지채소 강원도연합회장] "배추 농사를 많이 짓던 사람들이 있었어요. 한 삼십 농가쯤 모여 있었는데 지금 남아서 끝까지 배추 농사를 하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

실제로 고랭지 배추 경작 면적은 2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서늘한 날씨를 좋아하는 배추는 최고기온이 25도를 넘으면 생육에 큰 지장이 생깁니다.

고랭지 밭이 많은 강원도 태백의 여름철 최고기온입니다.

7월과 8월 모두 25도 수준이었는데, 최근 30년 평균은 26도 안팎으로 높아졌습니다.

배추의 생장이 사실상 어렵게 된겁니다.

이번 세기 중반이면 고랭지 여름 배추는 거의 사라질 것이란 예측도 나옵니다.

[김세원/강원도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최근에 기후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서 여기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배추가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고랭지 여름 배추 수확이 급감하면서 정부는 봄 배추를 냉장 창고에 비축했다 방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역대 최다인 약 1만톤을 저장했습니다.

[배민식/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 서기관] "(올해도) 봄에 비축했던 배추를 공급해서 가격을 안정시킨 바 있는데요. 사실 이 패턴은 앞으로도 불가피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배추값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농민 입장에선 제값 받기가 더 어렵고, 이대로면 고랭지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나상천/고랭지 배추 농민] "올라가면 풀면, 내려가는 것도 정부가 책임을 져야 된다라는 얘기죠. 최저 생산비를 뽑아서요."

갓 딴 신선한 고랭지 배추 대신 창고에서 꺼낸 냉장 배추, 기후위기가 가져온 또 하나의 달갑지 않은 변화입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 한지은, 이상용 / 영상편집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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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한지은, 이상용 / 영상편집 : 이지영

류현준 기자(cookiedou@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24912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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