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첫날…시민·산업계 ‘발동동’ [현장, 그곳&]
“딸 만나러 지방 내려가야 하는데…열차가 없어 약속을 3시간이나 늦게 생겼습니다.”
14일 오전 11시께 수원역 대합실. 평소라면 한산하기 그지없는 낮 시간대이지만, 이날은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 여파로 지연된 열차를 애타게 기다리는 승객들로 북적였다. 대합실에 마련된 나무의자 10여개가 꽉 들어차 서서 기다리는 승객이 수십명에 달할 정도였다.
‘오전 11시25분 ITX마음(열차번호 1101) 부산행 운행 중지’, ‘오전 11시58분 무궁화(열차번호 1206) 서울행 4분 지연’ 등 전광판에 열차 운행 중단 및 지연 알림이 뜰 때마다 승객들은 하나같이 전광판과 휴대전화를 번갈아보는 등 초조해하는 모습이었다.
‘철도노조 파업에 따른 일부 열차 운행 중지 알림’이라는 제목이 적힌 안내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김금옥씨(64·여·서울)도 군산으로 향하던 중 발목을 잡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씨는 “평소엔 예매를 하지 않고도 오전 10시~11시 출발이 가능해 그냥 오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오늘은 가장 빠른 열차가 오후 1시6분밖에 없어 3시간이나 더 기다리게 됐다. 얼른 딸 이사를 도우러 가야하는데, 약속에 늦을까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비슷한 시각 인천 주안역 상황도 마찬가지. 하염없이 열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일부 시민이 끝내 탑승을 포기, 급히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뒤늦게 승강장 전광판에 띄워진 ‘급한 일이 있는 분들은 다른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주길 바란다’는 안내를 목격한 탓이다. 반면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연착한 열차에 하는 수 없이 탑승하는 시민들도 여럿 발견됐다.
김의용씨(65·인천)는 “망원역에 있는 사무실까지 가려면 지하철을 4번이나 갈아타야 한다”며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해 지각하고, 근무에 차질이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18일 오전 9시까지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에는 필수 유지인력 9천여명을 제외한 조합원 1만3천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수서행 고속철도(KTX) 투입 등 공공철도 확대, 4조 2교대 전면 시행, 성실 교섭 등이다.
다행히 파업 첫날에는 큰 혼란이 발생하진 않았다. 다만 일부 승객 불편과 물류 차질 등의 피해는 비껴가지 못했다.
특히 수도권 물류 거점인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는 이날 철도 수송이 평시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대당 6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를 왕복 운반할 수 있는 철도 수송이 10대에서 5대로 줄면서 하루치 물류 총량이 600TEU에서 300TEU로 급감한 것이다.
철도노조는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입장을 지켜보며 제2차 파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열차 운행 관련 종사자 직무 방해, 열차 출고 방해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박주연 기자 jennypark30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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