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에 모인 AI 권력들 “우리를 규제해 달라”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3. 9. 1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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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총수들 ‘AI 인사이트 포럼’
테이블 양쪽에 떨어져 앉은 머스크와 저커버그 -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연방의사당 내 상원 러셀 빌딩 케네디 코커스룸에서 비공개로 열린 ‘AI 인사이트 포럼’에 참석한 미국 주요 빅테크 총수들이 노동계 대표·AI전문 등과 일렬로 앉아 있다. 격투기 대결을 예고하며 테크계 대표 ‘앙숙’으로 자리 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맨 왼쪽)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테이블의 양 끝에 멀리 떨어져 있다. /EPA 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우리 모두를 말살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AI가 잘못되면 결과는 아주 심각(severe)하다는 것입니다.”

13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주재한 ‘AI 인사이트 포럼’에 참석하고 나오는 길에서 취재진을 마주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AI에 대해 우리는 반응적(reactive)이 아닌 적극적(proactive)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급격하게 똑똑해지는 생성형 AI가 인류에게 실질적인 위험이 되기 전에 이를 통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산업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날 포럼에는 머스크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 총수들이 총집결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 오픈AI의 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창업자와 사티아 나델라 CEO,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등 ‘글로벌 AI 권력’들이다. 머스크와 격투기 대결을 예고하며 ‘앙숙’이 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이 자리에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구체적인 방법론에는 이견이 있었지만, 정부가 AI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테크 리더들이 모두 동의했다”고 했다. 전 세계 AI 발전 흐름을 쥐고 있는 ‘키 맨’들이 직접 정부에 ‘우리 손을 묶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美의회 AI 규제 포럼에 빅테크 거물 총출동 - 13일(현지 시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빅테크 총수들이 모여 인공지능(AI) 산업 규제를 논의했다. AI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빌 게이츠, 샘 올트먼 등 IT 거물들이 대거 집결했다. /AP·EPA 연합뉴스

◇'우리를 규제하라’는 빅테크 총수들

미 상원 러셀 빌딩 케네디 코커스룸에서 비공개로 개최된 포럼에는 취재진 없이 빅테크 리더들, 의원들, 노동계 대표들과 첨단 기술 연구진 등 수십명이 회의장 중앙 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테이블 양끝에 멀리 떨어져 앉았다.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포럼에서 가장 강력한 AI 규제를 주장한 것은 머스크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는 상원 의원들에게 “자율주행차에 대해 걱정할 것이 아니라, ‘더 깊은 AI’에 대해 우려를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수준의 고차원적 AI가 인류 문명에 미칠 수 있는 피해를 미리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래픽=양인성

실제로 그는 “AI는 문명에 대한 도전”이라며 “인간 대 인간의 싸움이 아닌, 인류 전체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가 포럼에서 강력한 AI의 사례를 들기 위해 자신이 “중국 당국자들에게 ‘뛰어난 AI가 나타난다면 공산당은 더 이상 중국을 장악하지 못할 것’이라고 직설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포럼 후 취재진에게 “AI 전담 규제 기관을 구상해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극단적인 머스크와 달리 ‘균형 잡힌 규제’를 제안하는 총수들도 있었다. 저커버그는 신기술의 위협을 인정하면서도 “잠재적 이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는 “AI는 새롭게 생겨나는 기술이며, (육성과 규제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책임이 의회에 있다”고 했다. 피차이는 “혁신 측면과 올바른 보호 장치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선 정부가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전 세계, AI 규제 움직임 활발

WP는 이날 테크 참석자들이 회의에서 AI에 대한 글로벌 대응을 위해 원자력 규제 기관(IAEA)과 유사한 ‘범국가적 기관’의 출범이 필요하다는 데 일부 합의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은 지난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AI 관련 규제 논의를 시작해, 초거대 AI를 활용한 서비스에 문제가 생길 경우 AI를 개발한 기업에 책임을 묻는 강력한 규제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AI에서 파생된 서비스에 대한 별도 규제들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AI 규제가 도출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척 슈머 의원은 포럼 후 취재진에게 “규제를 너무 빨리 진행하면 일을 망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 누구나 손쉽게 AI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대에 빅테크만 모은 포럼은 일종의 ‘이너 서클’일 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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