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잡은 탈옥범 세워놓고… 우르르 기념 촬영한 美 경찰들
“비윤리적” “초기대응 실패해놓고” 비판
미국에서 교도소 벽을 타고 넘어 탈옥한 살인범 다넬로 카발칸테(34)가 도주 2주 만에 체포됐다. 그러나 검거 작전에 참여했던 현장 경찰들에게 일부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데, 이들이 붙잡은 카발칸테를 에워싼 채 단체 기념촬영을 한 것을 두고 부적절한 행위였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다.
13일(현지시각) CNN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주(州) 경찰은 이날 오전 “관련 수색이 모두 끝났으며 카발칸테는 현재 구금돼 있다”는 긴급 메시지를 지역 주민들에게 공개했다. 카발칸테가 지난달 31일 필라델피아 체스터 카운티 교도소에서 탈출해 도주한 지 2주 만이다.
문제가 된 건 카발칸테를 붙잡은 현장에서 포착된 짧은 영상 한 편이다. 미 CBS가 헬리콥터로 상공에서 촬영한 것으로, 경찰들이 수갑을 찬 카발칸테를 이동 차량에 태우기 전 기념촬영을 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이들 30여명은 카발칸테를 가운데 서게 한 뒤 그를 둘러싸고 포즈를 취했다. 그러자 정면에 서 있던 한 경찰관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찍었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와 경찰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존제이 칼리지 형사사법학과 애덤 스콧 완트 부교수는 “경찰 윤리 관점에서 보면 경찰이 보복 차원의 사진을 찍거나 이를 소셜미디어에 올려 기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현장에서 증거를 만드는 것은 위험한 행위”라고 했다.
경찰의 행동이 ‘트로피 사냥’을 떠올리게 한다며 비윤리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엑스(X·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공유한 뒤 “만약 범인이 체포 과정에서 사살됐다면, 그들은 총알이 박힌 그의 시신을 세워두고 포즈를 취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그간 카발칸테의 행적이 곳곳에서 발견됐음에도 체포까지 2주가량이나 걸린 상황에서, 웃으며 기념촬영에 나선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비판도 많았다. 카발칸테의 탈옥 이후 수색에는 대규모 인력은 물론 헬리콥터와 드론까지 총동원됐고 당국은 2만 달러의 현상금까지 걸었다. 교도소 인근 주택가와 식물원 카메라에 카발칸테의 모습이 찍히기도 했지만 번번이 검거가 지연됐고, 그 사이 주민들은 ‘살인범이 활보하는 마을’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게다가 애초 교정당국이 카발칸테의 탈옥 사실을 1시간 뒤에야 인지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었다.
앞서 카발칸테는 2021년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달 초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탈옥은 그가 복역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뤄졌다. 당시 내부 감시 카메라 영상에는 그가 벽에 손을 짚고 반대편 벽에 발을 디딘 후 수직으로 벽을 기어올라 담장을 넘는 장면이 찍혔다. 이후 지난 10일에는 깨끗하게 면도한 후 밝은 녹색 후드티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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