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안학교는 학교 용지에서만 운영"…법 공백으로 '혼란'
[EBS 뉴스]
이번 판결이 다른 대안교육기관에 어떤 영향을 줄지 대안교육연대 이홍우 사무국장과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국장님, 어서 오세요.
이번 판결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먼저 이번 판결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홍우 사무국장 / 대안교육연대
우선 본격적인 얘기를 나누기 전에, 이번 판결의 첫인상을 말씀드리자면 법률과 우리 실제 삶이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판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교육 당국에서조차 전수조사 자료가 없어서 전국의 미인가 대안학교 전체 현황을 알 수는 없지만, 저희 단체에 소속된 대안교육기관만 보더라도 일부만이 건축법상 '교육연구시설'로 되어 있고, 그중에 '학교'는 극소수입니다.
이번 법원 판결을 요약하면, "건축법상의 '학교'는 교육법상의 '학교'로 그 의미를 제한해서 해석할 수 없다."라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건축법상의 '학교'와 교육법상의 '학교'는 다르고, 건축법상의 '학교' 범위를 더 폭넓게 보겠다는 건데요.
법원에서는 결론적으로 건축법상 학교는 초·중등교육법상 학교와 다르니까 '학교'로 용도변경 하면 되지 않겠냐는 건데, 이런 법원의 판결과는 달리 현실적으로는 국토계획법 등 다른 법률과도 얽혀 있는 곳들도 있어서 용도변경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판결에 '건물'만 있고 '사람'이 없다는 게 좀 아쉬웠습니다.
물론, 법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법리적인 해석만 하는 곳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해당 대안교육기관에서는 현재 100여 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 학생들의 학습권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보장할지 어른들이 그 점을 최우선으로 고민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건물만 있고 사람이 없었다, 사실 교육당국은 말 그대로 대안교육기관이죠.
학교와는 좀 다르다는 건데, 이번 판결에서 대안교육기관을 학교로 인정한 어떤 시각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이홍우 사무국장 / 대안교육연대
애초에 대안교육기관법을 특별법으로 제정한 이유가 전국의 수많은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기존의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학교'로는 여건상 인가를 받을 수 없거나, 혹은 교육과정의 자율성 침해 등의 이유로 자발적으로 인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법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미인가 대안학교들을 교육 당국에서 관리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고요.
교육 당국의 입장에서는 공교육 학교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할 수는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선도적인 교육실험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 환경을 개선한 점을 인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등록을 통해 '대안교육기관'을 관리·감독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미인가 대안학교 입장에서는 지난 30여 년 동안 국가의 재정지원은 물론 보편복지 차원의 기본적인 지원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과 함께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이런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탄생한 것이 대안교육기관 등록제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미인가 기관을 포함해서 600여 곳이죠, 다른 대안교육기관들은 이 판결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이홍우 사무국장 / 대안교육연대
이번 판결을 보고 대안교육기관 현장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미인가 대안학교들도 학교로서 정당한 대우를 해달라고 투쟁했는데, 그때는 학교가 아니라고 하다가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하니 이제는 너희 학교 맞잖아?"라고 드디어 법원의 인정을 받았다며 자조적인 농담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번 판결은 행정소송 1심 판결이라 아직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대안교육기관들 또한 이번 판결로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말씀드렸듯이 대안교육기관들 중 건축법상 '학교'로 건물을 등록한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인데요.
이는 기존의 등록 대안교육기관뿐만 아니라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미등록 대안학교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언론에서 '대안교육기관 폐쇄 위기' 운운하는 다소 자극적인 보도들도 있어서 대안교육기관의 학생이나 교사,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또 한편에서는 아직 마지막 대법원판결이 난 게 아니니 앞으로의 소송 진행 과정을 예의주시하면서, 이번 기회에 각 대안교육기관들의 건축물 현황들을 다시 점검해보는 계기로 삼을 필요도 있겠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현장의 고충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그동안 교육부도 대안교육기관의 건축물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최소한의 확인만 거치는 식으로 일종의 등록제를 시행을 해 왔습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떤 정책적 과제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홍우 사무국장 / 대안교육연대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안교육기관은 공교육 학교에 비해 그 규모가 작습니다.
특히 도시에 있는 통학형 대안교육기관들은 건축법상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되어 있는 건물을 임차해서 학교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판결대로라면 대부분 불법 상태인 거죠.
교육부도 그간 대안교육 단체들과 소통하고 있었기 때문에 건축물의 용도까지 대안교육기관 등록 기준에 명시할 경우, 등록할 수 있는 대안교육기관이 많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등록 기준에 건축물의 용도를 넣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건축법상의 건물의 종류라는 게 '구조나 이용목적, 형태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건물에서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대안교육기관을 모두 건축법상의 '학교' 용도로 제한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현 정부도 큰 틀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잖아요.
이번 판결과 관련해서는 교육 당국에서도 국토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타당성과 우려되는 사항들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필요하다면 관련 법령들을 대안교육기관들의 실상에 맞게 개정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대안교육기관 재정지원과 관련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학교안전법, 소득세법 등 대안교육기관법과 관련된 타법들도 개정 중입니다.
그 밖에 개정해야 할 관련 타법들도 상당하고요. 이런 법률들도 하루빨리 개정돼서, 우리 사회의 새로운 교육적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대안교육이 법적 안전망 속에서 지속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현아 앵커
학생들의 교육권을 최우선에 두고 후속 대책이 이어지기를 바라겠습니다.
국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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