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판에서 '야수 최대어+이병규 아들' 쓸어담은 SSG… 원하는 선수 뽑았다, 기대 이상 성과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모의지명에서) 우리가 찍었던 선수 중 실제 세 명 정도만 왔으면 좋겠습니다”
김성용 SSG 단장은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구단 자체적으로 실시한 모의지명이 끝난 뒤 희망사항을 이야기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팀인 SSG는 전체 10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다. 상위 순번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었지만, SSG로서는 ‘그림의 떡’이었다.
아마추어 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김 단장은 당시 “지난해보다는 올해 드래프트 수준이 조금 떨어진다”고 총평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선수 세 명만 와도 좋을 것 같다”고 작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SSG가 원해도, 순번에서 앞선 9개 팀 중 한 팀만 그 선수를 찍어도 SSG의 희망은 꺾일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10순위의 설움이었지만 그럴수록 더 정신을 차리고 전략을 가다듬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SSG는 2024년 신인드래프트를 비교적 만족스럽게 끝냈다. 14일 진행된 신인드래프트가 끝난 뒤 김 단장은 “원하는 선수 세 명 이상을 뽑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스카우트들이 1년 내내 고생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단장은 “1라운드, 2라운드, 3라운드 모두가 우리 생각대로 다 왔다”고 덧붙였다. 이미 3라운드에서 목표는 달성했다는 것이다.
SSG는 1라운드에서 ‘야수 최대어’로 뽑혔던 세광고 박지환, 2라운드에서 ‘이병규의 아들’로 큰 관심을 모으는 휘문고 이승민, 그리고 3라운드에서 청주고 투수 박기호를 뽑았다. 이번 드래프트는 야수보다는 투수 강세였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실제 1순위 황준서부터 9순위 김윤하까지 모두가 투수였다. SSG가 10번에서 첫 야수를 지명했는데 계획대로였다.
SSG 프런트는 현장과 논의를 통해 이번 드래프트는 야수 쪽에 조금 더 집중하자고 방향성을 잡은 터였다. 10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으니 일단 남은 선수 중 최고의 선수를 뽑는 단순한 전략이었다. 내심 앞에서 야수 최대어인 박지환을 뽑지 않기를 바랐는데, SSG의 생각대로 앞선 순번을 가진 팀들이 모두 투수를 선택하며 SSG가 뜻을 이뤘다.
김 단장은 “야수 중에 1번이 우리한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짜 기도까지 했는데 박지환이 딱 왔다”고 웃으면서 “현장에서도 김원형 감독께서 좋은 야수들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승민도 정말 툴이 좋은 선수다. 좋은 기회를 만나면 나중에 좋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을 선수일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3라운드에서 뽑은 박기호도 면밀하게 관찰한 선수다. 김 단장은 “박기호는 손이 사이드암보다 더 내려오는데, 중간에 스피드를 올린다고 팔을 올렸다가 컨트롤이 안 됐다. 그래서 중간에 저평가가 됐었다”면서 “이번에 대표팀에 가서 보니 팔을 다시 내린 모습을 보고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태현과 손 높이는 비슷한데 스타일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4라운드 이후에는 대학 선수들을 적잖게 지명한 것도 눈에 들어온다. 4라운드에서 부산과학기술대 투수 최현석, 5라운드에서 동국대 내야수 정준재, 6라운드에서 인하대 외야수 정현승, 7라운드에서 사이버한국외대 투수 박성빈을 차례로 지명했다. 9라운드 송원대 투수 윤성보, 10라운드 여주대 포수 김규민까지 포함하면 대학에서만 6명을 뽑았다.
김 단장은 “최지훈이라는 좋은 사례가 있다. 즉시 전력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있을까 생각했다”면서 “올해 야수 시장이 그렇게 좋은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갔다”고 설명했다.
한편 SSG는 드래프트가 끝난 후 “팀 상황을 감안해 팀의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야수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박지환과 이승민의 지명 사유를 설명하면서 “중하위 라운드는 내년 시즌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이 가능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청라돔 시대에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선수 지명에 초점을 맞췄다. 대학 선수들이 가진 신체적 강점, 경험, 파워, 절실함을 높이 평가해 대학 2년제와 얼리드래프트 선수 지명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박지환은 자타가 공인하는 올해 야수 최대어다.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췄다. 내야수로도 활용이 가능하지만, 타격 재능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면 어깨가 좋아 외야수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콘택트 능력 하나는 발군이었다. 이승민 또한 타격에서 장점이 있고, 뛰어난 신체 조건으로 향후 장타 부문에서도 큰 발전이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선수 모두 올해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툴가이’였다.
투수 쪽이 조금 부족하기는 하지만 이미 상위 순번을 가진 팀들이 싹쓸이해 SSG로서는 선택의 폭이 좁았던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최근 2년간 지명한 투수들이 적지 않고,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선수들도 있어 당장은 야수 쪽의 세대교체를 더 먼저 생각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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