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뉴스]
친구들을 괴롭히고 급식실에 드러누운 학생을 제지한 뒤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던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
이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4년 동안 어떤 민원에 시달렸는지, 그 목록을 EBS 취재진이 입수했습니다.
불과 하루 사이에 세 건의 민원을 연달아 제기하고, 교육청 답변을 듣지도 않은 채 경찰에 신고하는 등, 정당한 문제 제기를 넘어 분풀이를 하려 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박광주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리포트]
4년 동안 학부모들의 민원과 고소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
2019년 3월부터 11월까지 친구를 꼬집거나 때리는 등 문제행동을 한 학생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았습니다.
교육지원청에 처음 접수된 민원은 2019년 11월 28일.
자녀에게 소리를 지르고 어떻게 혼낼지를 공개적으로 물어본 것에 대해 부모가 항의하자, 사과하기로 해놓고 병가를 냈다는 이유에섭니다.
교육지원청은 학생 인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학교에 전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2시간 뒤, 최초 민원인의 배우자가 다시 민원을 넣습니다.
같은 취지의 민원인데, 여기선 정서적 학대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이들 학부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날 새벽, 재차 민원을 제기했는데 교사와의 통화에서 사과의 진정성을 못 느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는 주말을 보내자 마자, 교육청 답변을 듣지도 않은 채, 교사를 경찰에 신고합니다.
열흘 뒤엔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자치위원회까지 열렸는데, 교사에게 나온 처분은 '해당 없음'.
애초부터 신고의 요건조차 성립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들 부모는 일주일 뒤, 학폭위가 진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또, 항의 민원을 넣습니다.
불과 한 달 사이, 같은 학생의 부모들이 교사에게 제기한 민원은 교육지원청에 접수된 것만 네 건.
그러나, 검찰까지 넘어갔던 사건이 무혐의로 마무리된 뒤에도 민원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최초 신고 2년 뒤인 2021년, 자녀에게 트라우마가 생겼다면서 다섯 번째 민원을, 지난해 3월에는 교사가 아직도 이 학교에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자녀가 교사와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을 분리해달라며 여섯 번째 민원을 냈습니다.
같은 날엔 3년 전 교사의 반에 자녀가 있던 또 다른 학부모가 민원에 가세했는데, 둘째 자녀를 혼내고 반성문을 쓰게 했던 교사가, 3년 뒤 첫째 자녀에게 학업평가를 공정하지 않게 줬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소영 정책팀장 / 대전교사노조
"(교육청에서) 조사를 해보니까 이 아이가 시험지를 거의 백지로 냈다는 것이 밝혀졌어요. 선생님 입장에서 이거는 굉장히 치욕스럽고 모욕적이고 교육청에서 조사를 나온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압박감이고 부담이거든요."
4년이 넘게 무려 7건의 민원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해 온 해당 교사는 서이초 교사의 49재일 다음날이었던 지난 5일,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틀 뒤 숨졌습니다.
교사의 유족은 고인에게 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 4명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형사 고소하기로 했습니다.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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