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종 사형 선고돼야” 남편과 아빠는 ‘긴 싸움’을 시작했다

이동혁 인턴기자 2023. 9. 1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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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판 10분 만에 종료…최원종 변호인 “수사기록 열람 못했다”
유족 “살인자 인권 존중 안돼…사과조차 없더니 변호인 선임하고 ”

(시사저널=이동혁 인턴기자)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으로 구속된 최원종(22)이 14일 오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첫 공판을 마치고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동혁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22)의 첫 재판이 10분 만에 끝났다. 최원종 변호인 측은 수사 기록을 검토하지 못했다며 혐의 인정 여부를 다음 공판기일에 밝히기로 했다. 유족들은 "핑계" "시간끌기 전략"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 2부(부장판사 강현구)는 14일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원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최원종 변호인 측은 재판 시작과 동시에 "아직 검찰의 증거목록 및 기록을 열람하지 못했다"며 "공소사실 인정 여부는 열람·등사가 이뤄진 후에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수사기록 확인·등사 작업과 피고인 측 입장 정리 시간을 고려해 다음 공판기일을 다음달 10일 오전 10시로 정하고 첫 재판을 끝냈다.

14일 오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진행된 '서현역 흉기 난동' 범인 최원종에 대한 첫 공판이 끝나고 희생자 유족들이 심경을 전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동혁

"긴 싸움 될 것…살인자 인권 존중 안돼"

유족들은 울분을 쏟아냈다. 가족 부축을 받고 법정을 나온 60대 희생자의 남편 A씨는 10분 만에 끝난 재판에 허망함을 드러내며 "최근 최원종 측 변호사가 4명까지 늘어난 걸 보니 기나 긴 싸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인자 인권을 존중해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원종의 차량 공격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A씨는 "(최원종이 몰고 온) 모닝차가 아내를 치고 지나가면서 아내가 말 한마디 못한 채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면서 "그 때 일만 생각하면 눈 앞이 캄캄해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괴로워했다.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힘겨워하던 A씨는 길 위로 무너지듯 쓰러지기도 했다.

A씨는 눈물을 훔치며 '첫사랑'이었던 아내와의 시간을 회상했다. 그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내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애인이자 멘토였다"며 "집사람과 함께 손을 잡고 자면서 그 날 하루 있었던 일을 말하던 시간들이 꿈만 같다"고 사무치는 그리움을 드러냈다. 이어 "혼자가 된 지금 마치 깜깜한 터널을 외로이 걷는 느낌에 말을 내뱉는 것조차 힘들다"며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호소했다.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범 최원종이 돌진한 차량에 치여 치료를 받다 끝내 사망한 고(故) 김혜빈씨 영정 ⓒ 연합뉴스

"원하는 건 사형…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원치 않아"

최원종의 무차별 공격에 숨을 거둔 또 다른 희생자 고(故) 김혜빈(22)양 아버지 B씨는 최원종에 대한 사형을 촉구했다. 그는 "마음 같아선 딸 아이 인생을 완전히 앗아간 저놈 숨통을 끊어놓고 차라리 내가 감옥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그럼에도 법치주의에 따라 법무부를 믿고 끝까지 싸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혜빈양 유족은 최원종의 반성 없는 태도를 강하게 질책했다. 유족들은 "우리 혜빈이가 쓰러졌을 때 단 한 번의 사과조차 없더니 이제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심지어 비공개 재판까지 요구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최원종이 한 언론사에 보낸 옥중 자필 편지를 두고선 "구치소 생활이 힘들다 말할 게 아니라 우리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자기가 벌 다 받고 평생 후회하겠다' 말 하는 게 옳지 않느냐"고 절규했다.

이어 "살인자와 함께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갈 생각은 죽어도 없다"면서 "주변에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말하기도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사형을 원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유족 측은 "혜빈이가 다녔던 대학교 친구들끼리 서명운동도 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는 게 부모로서 정말 감사하다"면서 "혜빈이가 좋아하던 대학교 과 잠바를 수의 대신 입혀 보냈는데 앞으로 법정에도 계속 입고 나갈 것"이라며 선고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최원종이 9월14일 첫 공판 종료후 법무부 호송 차량에 탑승하던 중 유족이 던진 휴대폰에 머리를 맞자 교정 직원들이 최원종의 머리를 감싸고 있다. ⓒ시사저널 이동혁

한편 최원종은 이날 짧은 스포츠머리에 연갈색 수용복을 입고 검은색 뿔테안경을 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 후 법무부 호송차에 올라타는 최원종을 향해 희생자 유족이 던진 휴대폰이 최원종 후두부에 맞자 교정 직원들이 그의 머리를 손으로 감싸기도 했다. 성난 유족과 시민들은 최원종을 향해 "야 이 XX야", "내가 너 XX버린다" 등 분노를 드러냈고 최원종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구치소로 호송됐다.

최원종은 지난달 3일 오후 5시56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 부근에서 모친 소유의 모닝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고, 이후 백화점에 들어가 9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차에 치였던 60대 여성 희생자는 사건 발생 사흘 만에 사망했고, 혜빈씨는 뇌사 상태로 치료받다가 같은 달 28일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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