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걱정에 한달음... 머스크부터 저커버그까지, 국회 총출동한 테크 거물들

AI 토론회 참석... '정부 역할 필요' 공감대
각론은 달라... 머스크는 "별도 기관 필요"

젠슨 황(왼쪽부터)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AI 인사이트 포럼'에서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세계 테크업계를 좌우하는 미국 빅테크(주요 기술기업)의 전현직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회합의 장은 실리콘밸리가 아닌 워싱턴이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인공지능(AI) 규제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자 마련한 콘퍼런스(AI 인사이트 포럼)에 증인 자격으로 총출동한 것이다.

참석한 거물들의 면면은 이렇다.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빌 게이츠 MS 창업자 등이다. 여기에 엑스(옛 트위터)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함께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철창 싸움을 하자"고 거친 감정싸움을 벌이면서 실리콘밸리 최대 라이벌로 떠오른 두 사람이 모처럼 표정을 풀고 만난 것이다.

이들이 이례적으로 모인 것은 AI 규제 논의가 그만큼 뜨거운 논제란 사실을 방증한다. 슈머 원내대표는 "초당파적 AI 정책의 토대를 구축하는 작업의 시작"이라고 했고, 머스크도 "이번 만남은 역사에 중요하게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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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역할 주문하면서도 방법엔 이견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AI 인사이트 포럼'에 참석한 실리콘밸리 거물들. 샘 올트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AFP 연합뉴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를 모아 보면, 약 3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AI 발전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다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묘한 의견차를 보였다고 한다.

머스크는 AI를 "양날의 칼"이라면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지만 위험도 안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AI가 잘못될 때 결과가 심각하기 때문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비슷한 성격의 AI 규제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 태생인 피차이 구글 CEO는 특히 "유능한 인재가 미국에 올 수 있게 이민법 등 혁신을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저커버그 CEO는 "오픈소스(무상 공개 소프트웨어)가 AI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하고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해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 한 반면 게이츠, 올트먼·피차이 CEO 등은 "누구나 허위 정보, 유해한 자료를 만들어 퍼뜨릴 수 있게 된다"며 반대했다고 CNBC는 전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규제를 서두르면 일을 망칠 수 있다"며 "몇 달 동안 규제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적어도 내년 미국 대선 전까지는 AI 규제를 마련할 것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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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피' 불씨 살린 머스크 "그가 원한다면"

13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AI 인사이트 포럼'에 참석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현피'(온라인 싸움이 현실 세계의 실제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 갈등 이후 공개석상에서 처음 마주한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긴 테이블 양 끝에 떨어져 앉았다고 한다. 머스크는 이날 현피 가능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그가 원한다면"이라고 답해 불씨가 꺼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저커버그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