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혁을 지키자!” 배터리 아저씨 온 하나증권 투자설명회
“박순혁! 박순혁! 박순혁!”
14일 오후 4시 5분,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 3층 한마음홀에는 난데없이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의 이름이 울렸다. 이날 이곳에선 하나증권 명동금융센터가 주최한 ‘밧데리 아저씨’와 함께 하는 2차전지 투자설명회’가 열렸다. 약 300개 좌석이 마련된 이 행사장에는 약 200명의 투자자들이 들어찼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배터리 아저씨’인 만큼 많은 투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행사장은 한산했다. 이날 행사 시작을 알린 안수현 하나증권 명동금융센터 센터장도 “참석하신 분들이 적어 아쉽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명동금융센터 영업점 계좌를 개설해 1만원 이상 소수점 거래를 한 고객에 한해 열렸다. 행사장 앞에 마련된 6개 테이블에서는 명동금융센터 직원들이 일렬로 서 도착한 고객들의 명단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현장에서 계좌개설도 가능했다.
행사장은 붐비지 않았지만, 행사장을 채운 투자자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모두 모였다. 흰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긴 노년의 남성도, 백팩을 매고 샌들을 신고 온 대학생도 있었다. 부스스한 머리를 질끈 동여맨 중년의 여성과 양복 차림으로 명품 가방을 든 회사원이 모두 한자리에 있었다. 친구 사이로 보이는 남성 4~5명이 우르르 함께 들어오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배터리 아저씨’를 보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한 50대 여성은 “원래부터 명동금융센터 고객이었지만, 이전까지는 한번도 투자설명회에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다”면서 “워낙 ‘배터리 아저씨’가 유명하다보니,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한 중년 남성은 “’배터리 아저씨’ 유튜브를 자주 본다”면서 “‘유튜브 방송과 다른 이야기를 할까 싶어, 이번에 계좌를 새로 개설해 설명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열성 팬덤’도 눈에 띄었다. 남성 2명과 여성 7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같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티셔츠 앞면엔 김 작가의 얼굴과 함께 ‘박순혁은 로빈훗’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뒷면의 문구는 “박순혁 지키기 모임”이다. 이들은 행사장 제일 앞줄에 나란히 앉아 박 작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박수를 치기도, 환호하기도 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박 이사(작가)를 지키기 위한 모임”이라고 소개했다.
강의 내용은 여러 유튜브 채널에 이미 나온 이야기가 ‘재탕’됐다. 박 작가는 이날에도 욕설을 섞어 과감한 표현을 서슴지 않는 특유의 말투로 약 한 시간 동안의 강연을 이어갔다.
박 작가는 “시대가 바뀌면 주도주도 바뀐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9년 닷컴 버블, 2003년 중국 가치주, 2008년 모바일 혁명과 빅테크 주에 이어 2023년 이후 주도주는 전기차와 ‘K-배터리’가 이끌어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2차전지 시장이 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서는 ‘골든 크로스’가 발생하는 시점은 2025년”이라면서 “2035년 정도가 되면 2차전지 시장이 메모리 디램 시장의 5~10배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LG에너지솔루션 같은 회사는 이때쯤이면 삼성전자의 시총 5~10배 규모의 더 큰 회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이차전지주의 가격 조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작가는 “저도 제 주식 계좌를 보면 한숨 나온다”면서도 “이럴 때 사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이 무서워할 때(매도를 망설일 때) 못 산다”면서 “고점인 것 같을 때, 손을 벌벌 떨면서 사야 한다”고 했다.
투자설명회라기보다는 ‘박순혁 설명회’에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일각에서 “고깃값은 정육점 주인이 가장 잘 알듯이, 배터리값은 셀 제조사가 제일 잘 안다”면서 “’저희’ 금양 같은 회사만이 지금 양극재 가격이 싼지 안 싼지를 알 수 있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이 우기는 것은 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양극재 가격)에 관해선 내 책을 읽으면 된다”라고도 했다.
그는 이차전지 다음 테마로 꼽히는 인공지능(AI) 테마에 대해서도 혹평을 쏟아냈다. 박 작가는 인공지능 대장주로 꼽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해 “1년 동안 주가가 10배가 올랐는데, 실적은 전혀 아니다”면서 “지금 어느 증권사에서도 레인보우로보틱스의 2023년 실적을 내놓지 않은 것은, 주가 상승세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커버리지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2022년 영업이익(13억원)을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3000배인데, PER이 40~50배에 불과한 에코프로를 두고 ‘닷컴 버블’을 이야기하는 것은 미친 것”이라고 했다.
‘실명 저격’도 계속됐다. 박 작가는 강연을 시작하자마자 “하나증권에 김현수 연구원이 있지 않냐”면서 “하나증권이 여러 실책을 많이 저질렀고, 이 자리에 ‘하나증권’을 보기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하나증권은 미워해도 각 지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하나증권의 ‘천인공노할’ 일하고는 관련이 없으니, 미워하지 말라”며 농담도 했다. 하나증권이 지난 4월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에코프로에 대한 ‘매도’ 투자의견을 냈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외에 박 작가와 이차전지 사업 등에서 다른 분석을 한 유튜버들의 사진을 발표 화면에 띄운 채 신랄한 비난을 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 이후 일부 참석자들은 행사장을 떠나는 박 작가를 따라나서기도 했다. 어떤 남성은 박 작가에게 악수를 요청하기도 했다.
‘박순혁을 지키는 모임’ 지지자 티셔츠를 입은 남성은 “박 이사님(박 작가)을 실제로는 처음 뵀는데, 워낙 유튜브를 다 챙겨봐서 그런지 어색하지 않다”고 했다. 강의 내용에 대해서는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만나뵈니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차전지 가격이 조정되고 있고, 고점에서 못 판 아쉬움은 있다”면서도 “이사님은 최소한 2025년까지는 기다리라고 했으니, 말씀대로 기다릴 것이고, 2030년까지 대부분의 투자를 이차전지 종목에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박 작가는 금양 홍보이사 재직 중 넥스테라투자일임사에서 투자운용본부장직을 겸직한 사실이 알려지며 최근 논란이 됐다. 박 작가는 금양과 넥스테라투자일임사 모두에 사표를 제출하고 그만둔 상태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관련 사안을 포함해 박 전 이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 이후 취재진에게 박 작가는 “이번 주 월요일부터 (금감원 내) 금융감독국인가 하는 데서 감사 중이다”라면서 “(내게) 따로 연락이 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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