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방해 학생에 '레드카드' 준 담임교사…지속적 교체 요구는 교권침해"

최기철 2023. 9. 1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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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첫 판결…"담임교체 요구 전 해결방안 찾았어야"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수업을 방해한 학생에게 '레드카드'를 주고 방과후 청소를 시켰다는 이유로, 담임교사 교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한 학부모 행위는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행위라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을 둔 어머니 A씨가 학교장을 상대로 "교권보호위원회 조치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대법원]

재판부는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해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학급을 담당한 교원의 교육방법이 부적절해 교체를 희망한다는 의견도 부모가 인사권자인 교장 등에게 제시할 수 있는 의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학기 중에 담임에서 배제되는 것은 해당 교사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고 인사상으로도 불이익한 처분일 뿐만 아니라 학교장에게는 학기 중에 담임 보직인사를 다시 하는 부담이 발생하고, 해당 학급의 학생들에게는 담임교사의 변경으로 인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설령 해당 담임교사의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교육방법의 변경 등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먼저 그 방안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부모가 정당한 사유와 절차에 따르지 않고 반복적으로 담임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해결 방안이 없거나 이를 시도했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경우, 또 그러한 문제로 인해 담임교사로서 온전한 직무수행을 기대할 수 없는 비상적인 상황에 한해 보충적으로만 허용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원고는 레드카드 제도 시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담임 교체를 요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원고의 담임에 대한 간섭대상 행위는 담임교사로서의 직무수행 전체라고 봐야 한다"며 "원고의 간섭대상 행위를 레드카드 벌점제로만 한정해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 아들 B군은 2021년 4월 담임교사 수업 중 생수 페트병을 가지고 놀면서 수업을 방해하다가 담임교사로부터 주의를 받았으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자 담임교사는 B군의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카드에 붙인 뒤 14분간 교실청소를 시켰고, A씨는 교감을 찾아 "아동을 학대했다" 담임교사의 교체를 요구했다. 학교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A씨는 B군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담임교사가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이를 거부한 채 교감에게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는 한편, 같은 내용으로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이에 더해 담임교사 수업을 믿지 못하겠으니 교장에게 담임교사의 수업을 모니터링할 것을 요구했다.

4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 분수광장에서 열린 고 서이초 사망교사 49재 대구 추모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현장 교사들의 요구를 즉각 반영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3.09.04. [사진=뉴시스]

이 과정에서 담임교사는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스트레스로 인한 일과성 완전기억상실 증세'를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했다. 결국 담임교사는 '교육활동 침해사안 신고서'를 학교에 제출했고, A씨는 담임교사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담임교사가 벌점에 따라 불이익한 처분(14분간 교실 청소)을 한 것은 교육청에서 허용하고 있지 않은 상벌점제를 사실상 실시한 것이기 때문에 아동학대 혐의사실 인정되지만 제반 사정을 참작해 기소유예한다"는 취지로 불기소결정했다. 이후 학교 측은 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 명의로 A씨에게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도록 권고한다’는 조치결과 통지서를 발송했다. 이에 A씨가 학교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의 행위는 담임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로서 교권침해행위에 해당하고, 담임교사의 조치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이 담임교사의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해 공정성이나 형평성이 결여됐고, A씨가 문제삼은 담임교사가 레드카드 벌점제에 의한 청소 조치는 아동의 이름을 공개해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강제노동을 시킨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이에 학교 측이 상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학부모의 담임 교체 요구라는 의견제시는 비상적인 상황에서 교육방법의 변경 등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보충적으로만 허용된다는 법리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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