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각한 사람이 尹정부 장관된다는 비아냥… 인재풀 넓혀야" [고견을 듣는다]
'칩샷'같은 싸구려 정치언어 못 끊으면 정치에 희망없어… 클릭 높이려는 언론도 책임
전직 대통령이 현직 장관 고소 세상에 없는 일… 文, 정상적 법률가 상식있는지 의문
정책결정에 사법처리 잣대… 툭하면 탄핵나오니 공무원 자발성 상실, 악순환 끊어야
[]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상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前국회의원
한국정치의 부박함이 근래처럼 도드라지는 시기는 없었다. 오죽하면 불법 정치자금이 횡행하던 90년대 양김(兩金)시대가 차라리 낫다는 말이 나올까. 그때는 정치인이 부패했어도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내팽개치지 않았다. 지금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부패하고, 해야 할 일도 하지 않는다. 한국정치가 4류라는 말을 벗어나려면 여전히 먼 것 같다.
현실 정치에 몸을 담았었고 미국과 한국의 정치과정에 대한 연구를 오래 해온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로부터 한국정치 진단을 들었다.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거대야당 대표의 '정체불명 단식'이 일어나는, 이 갑갑한 상황의 탈출로는 없는지 듣고 싶어서다. 이 교수의 일성은 "정치 언어의 품위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매일 싸구려 칩샷(cheap shot) 같은 말로 상대를 비난하는 데 열중하고 이를 미디어가 퍼뜨리는 아수라장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건 민생 본질에서도 벗어나 있다. 우리 사회 열등재가 아닌 우등재가 정치판에 들어오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는 현재 정치 낭인을 양산하는 엽관 생태계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정치는 선출직이 합니다. 선거에서 선택받지 못하면 자기 본업으로 돌아가야 돼요. 그런데 주변부에서 낭인처럼 계속 머무는 겁니다. 정권이 공공기관 자리를 나눠주기 때문에 그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어요. 정치 후진성은 패거리 엽관정치가 자양분이 되고 있어요. 그러니 아귀다툼이 벌어지는 겁니다."
이 교수는 개인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대학(중앙대 법대) 시절 스승이다. 단식을 안타깝게 보면서도 과거 자치단체장 때 쌓은 업보가 아니겠느냐는 기조의 말을 했다. 이 교수는 이 대표가 단식을 빨리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고도 했다.
인터뷰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본사 회의실에서 가졌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이 2주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한때 제자의 단식을 보면서 드는 상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작년 대선 전 2월인가 만나자 해서 본 적 있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덕담을 건넸지요. 속으론 어렵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이 과거 성남시장 때 일이잖아요. 그때 상황을 모르겠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을 하면, 적어도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같은 경우라면 좀 삼가야 했을 텐데, 불법 여부를 떠나서 이게 웬일인가 싶어요. 건수가 많았잖아요. 용도변경이란 게 얼마나 큰일인데 신중했어야지요. 너무 가볍게 생각을 했다고 봐요."
-상궤를 벗어난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축구팀(성남FC) 후원금 문제도 뭐 실정법 위반이 되느냐 마느냐를 떠나 그건 우리가 통상적으로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유보적 생각을 좀 합니다. 이재명 대표 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 정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자체의 행태가 전에는 전혀 없는 것이었어요. 대선에서 떨어진 후보가 자기가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를 가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양보를 하는, 이런 정치공학은 전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지요."
-문 전 대통령도 역대 어느 전직 대통령이 보여 온 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통령 임기가 거의 끝나는 시점인데 국회 다수석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키는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 했어요. 사법제도와 선거제도 같은 국가의 기간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여야 합의가 있어야 되는 거거든요. 그걸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서명을 했다는 것은 전엔 전혀 없는 일일뿐더러 세계사에서도 없는 일일 겁니다. 그래서 나는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하고 정권을 이양하는 과정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고 용납이 안 되었죠. 지금 그 후유증이 상당히 심하고요."
-오히려 민주당은 그 '후유증'이 대통령과 여당 탓이라고 합니다.
"전에 한 칼럼에 쓰기도 했지만, 정권 넘겨주는 과정에서 그렇게 해놓은 민주당이 협치를 주장할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민주당이 세계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마스킹'을 한 거예요. 새 정부가 전 정권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서 그렇게 한 거 아니냐는 비난을 받지 않았습니까? 나는 굉장히 잘못됐다고 봐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할 때도 상당히 좀 축하해 주고 그랬는데, 요새 갈수록 일탈이 많은 것 같아요."
-오늘(13일) 윤 대통령이 3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했는데요. 야당은 또 MB(이명박 정부) 사람 회전문이냐고 해요.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를 해온 사람이 아니잖아요. 아직 자기 사람, 자기 세력을 못 만들었어요. 말하자면 주체 세력이 없잖아요. 그 공백 상태를 이른바 이명박 정권 사람들로 포위하다시피 하니까 독특하게 보지 않을 수 없죠. 이 사람들이 정권이 두 번 바뀌는 박근혜 문재인 정권 10년 동안 '굶은' 사람들 아니에요?(웃음) 10년 동안 설움 받은 사람들이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을 받아서 박근혜 세력이라는 것이 사실상 와해돼 버렸고요. 그렇다보니 MB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겁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4개월이 되었는데, 아직까지 자기 사람 인재풀을 갖지 못하고 계속 과거 사람들을 리사이클 하는 거에 대해 나는 좋지 않다고 봐요."
-윤 대통령의 인재풀이 여전히 복고적이고 좁다는 말씀이군요.
"지금쯤 됐으면 사람을 좀 발굴해야 되는데, 그런 면이 아쉬워요. 그리고 지금 누가 장관 하려고 그럽니까? 다 안 하려고 하지. 그래서 이런 농담이 있잖아요. '이미 버린 몸이니까, 욕을 먹든 말든 그냥 무감각해진 사람이 하는 거라고요.' 박근혜 정부 때만 해도 문제가 되면 임명 않고 정리했잖아요. 그런데 문재인 정권 들어서는 청문보고서 채택 안 되도 막 임명했어요. 지금 야당은 할 말이 없어요."
-우리 사회가 진영으로 나뉘어 갈등이 매우 깊어졌습니다. 객관적 사실과 진실마저 이해득실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용되는 상황인데요.
"돌이켜보면 이게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냐 하면,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정부 거치면서 좀 심해졌고, 그다음에 박근혜 대통령은 그걸 타파한다고 통합 대통령 되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안 지켰어요. 근데 문재인 대통령은 자기네는 '촛불 정부' '국민통합 대통령'이라고 하면서 더 안 지켰어요. 그리고 학습 효과가 작용했던 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 하면,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자기 나름대로 한나라당 기조의 정책도 많이 했다고 자부했잖아요. 근데 결과적으로 자기 지지세력만 잃어버렸지. 그렇다고 보수 지지자들이 지지해준 것도 아니고요. 결국에는 지지도가 추락하면서 '나쁜 대통령'으로 끝나버렸어요. 이명박 대통령도 광우병 촛불 시위 일어날 때 청와대에서 반성문 썼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지지도는 올라간 게 아니라 더 떨어졌어요. 이런 데서 오는 학습 효과 때문에 자기 지지세력에 호소하는 쪽을 택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채 상병 사고조사 외압설로 국방장관 뿐 아니라 윤 대통령도 탄핵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만 두는 사람을 탄핵할 순 없을 겁니다. 정치적 공세인데 말이 안 되는 얘기죠. 난 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탄핵 결의를 한다고 할 때 탄핵을 너무 쉽게 말하고 쓰는 것 같다고 했어요. 탄핵이란 말을 관성적으로 쓰고 있어요. 이상민 탄핵소추 의결은 굉장히 잘못된 겁니다. 요건이 안 됐다고 봐요. 대신 해임건의안은 통과시킬 수도 있지요. 탄핵은 일종의 극단적인 방법인데, 너무 쉽게 쓰니까 오히려 정치적 효과가 사라져요. 이상민 장관 같은 경우는 그냥 6개월 동안 일을 못하게 한 것밖에 더 돼요? 이건 완전히 정치를 희화화한 겁니다. 상황이 이럴진대 대통령을 탄핵한다? 탄핵은 마구 흔들어선 안 되는 엄중한 카드입니다."
-그게 교수님께서 쭉 지적해온 우리 정치의 고질인 '정치의 사법화'인데,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간에 역사의 초고는 누가 씁니까? 기자가 쓰잖아요. 언론인과 신문이 역사의 초고를 쓰는 건데, 대한민국은 검찰 수사기록이 역사의 초고예요. 정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직권남용'이라는 죄목이 전에는 흔하지 않았어요. 문재인 정권 들어와서 박근혜 정부 사람들을 직권남용이라는 죄목으로 굉장히 무리하게 기소했잖아요. 제가 법대에서 배울 때는 직권남용이 형법 조항에 있지만, 이건 무리하게 쓰는 게 아니라고 했어요. 사법시험에도 안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 정부에서 전 정권 사람들 처벌하려고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했어요. 이병기 남재준 등 전직 국정원장들을 무리하게 걸었습니다. 다 무죄 나왔잖아요. 영미법 같으면 하급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기본적으로 검찰은 항소할 수가 없어요. 근데 우리는 검찰이 그냥 끝까지 가는 거야. 당사자는 완전히 황폐화되는 거고, 변호사 비용은 10억, 20억원이 들어가는 겁니다. 더구나 대법원장 대법관 등 판사까지 직권남용으로 기소했어요. 이게 국가권력의 남용인데, 나는 그것이 '민주주의의 시민의 촛불 정권'이라는 문 정권 하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납득이 안 돼요. '적폐청산'이라는 좋은 말로 포장한 전 정권에 대한 보복입니다."
-윤석열 정부 검찰은 어떻습니까.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현 정권 들어와서 탈원전 정책에 관련한 공무원들의 처벌 여부입니다. 물론 분명한 현행법 위반에 대해서는 의법 처리가 돼야 하지만, 정책적 결정에 따른 행위에 대해 사법처리 잣대를 대선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앞으로 고위 정책 결정자들이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상급자가 문서로 지시한 것만 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공무원들의 창의성 자발성은 완전히 사라지는 겁니다. 나는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된다고 봐요. 걸핏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 고발하는 악습도 이제 버려야 합니다. 선진국은 대개 보도기관에 의한 명예훼손은 민사 문제지 형사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나라는 경찰 검찰이 명예훼손 사건에 매달리고 있어요. 난 농담으로 '대한민국 사람들의 명예가 아마 세계에서 제일 중한가 보다'(웃음) 그래요. 이건 엄청난 낭비입니다. 명예훼손 민사소송 벌금은 보통 많이 나와야 500만원이에요. 그렇다면 법원이 좀 동그라미 하나 더하는 식으로 아예 명예훼손 소송이 없도록 겁을 주든지요."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선친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했는데요.
"전직 대통령이 현직 장관을 고소하는 건 대한민국 뿐 아니라 세계에 없는 일이에요. 정치적 인물 같으면 잘못된 사실이 제기됐을 경우 기자회견 같은 공공의 장에서 반박할 수 있어요. 일반 국민은 그게 안 되니까 소송으로 명예훼손에 대한 배상을 받으려는 겁니다. 그런 방식이 열려 있는데, 전직 대통령이 현직 장관을 고소한다는 건 세상에 없는 일입니다. 난 문 전 대통령이 과연 정상적인 법률가로서의 상식이 있는 사람인지 좀 의심스러워요."
-문 전 대통령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와 관련해서도 현 정부에 쓴 소리를 했는데요.
"그에 대해서는 김영삼 대통령 같은 경우가 좋은 예에요. 은퇴하고 나서 전혀 정치적 발언을 안 했어요. 물론 임기 말년에 외환위기 등을 겪는 등 유종의 미를 못 거둔 측면에서 그런 점도 있지만, 전직이 현 정부 일에 미주알고주알 말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가졌다고 봅니다. 그런 태도는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이어졌어요. 물론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정책을 놓고 노무현 정부와 불편한 관계였고, 그에 대해 몇 번 발언은 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말할 계제와 자격이 없었지요. 우리가 왜 전직 대통령한테 연금을 그리 많이 주겠습니까. 좀 조용히 있으라는 거 아닙니까?(웃음) 전직 대통령의 미망인에게도 경호원을 붙이는 것 같더라고요. 이건 세계에 없는 일이에요. 무슨 경호원, 비서가 필요해요?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미망인 낸시 여사가 레이건 대통령이 작고 후 12년을 혼자 살았어요. 연금을 사양했어요. '이건 내 남편이 받는 것이지 내가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하면서요. 액수도 우리나라보다 많지 않았어요. 근데 우리는 그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편이에요. 이제 좀 전직 대통령과 대통령 배우자 연금이 합당한가에 대해 검토해야 된다고 봐요."
-내년 총선까지 7개월도 채 남지 않았는데 공직선거법 개정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합의가 이뤄지겠습니까? 비례대표제가 전국 리스트가 아니라 권역별로 가는 것으로 얘기되고 있는 것 같은데, 장단점이 있어요. 권역별로 하게 되면 군소정당에 불리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정의당이 반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제 3당 4당인 경우는 전국을 단일 권역으로 해야 한 석이라도 더 얻습니다. 권역별로 하면 두 당이 그냥 갈라먹게 돼 버려요. 지금 선거 개혁의 방향 중 하나가 거대양당의 극단적 대결체제에서 3당, 4당의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거잖아요. 권역별 비례대표를 하게 되면 사람 심리가 그냥 1번 2번 찍지, 3번 안 찍는다고요."
-정의당 등 군소 정당들은 그래서 연동형 비례대표를 선호하는데, 키를 쥔 양당이 동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21대처럼 준연동형으로 가면 위성정당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 같고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는 나라들을 보면 북유럽 같은 경우인데, 거기는 지역구가 원래 없으니까 해도 됩니다. 이탈리아 같은 경우는 그게 절반이기 때문에 권역별 비례 의석이 굉장히 많이 차지하죠. 그런데 우리는 비례대표 겨우 47석 갖고 권역별로 하는 것이 합당한가 하는 문제도 있고 권역도 보면, 억지로 막 엮었잖아요. 호남하고 영남하고 합쳤으니까. 그러면 이게 또 지역대결이 될 수 있어요. 이쪽에선 다 영남 사람 찍고, 저쪽은 다 호남 사람 찍고 그러면 비례대표 의미가 없고, 오히려 3당 4당은 손해 보죠."
-선거는 다가오는데 참 난제입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는 것이 오히려 선거법 개정안 논의에 반대되는 효과가 있는 게 아니냐,결국은 의도한 대로 '제3지대'가 오히려 손해 보는 거죠. 제3당한테 불리합니다. 모든 제도가 장단점이 있습니다. 국회의장이 선거법 개정을 채근하고 있는데, 통하지 않고 있어요. 선거법은 차라리 그냥 20대 총선 방식으로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리 되면 지금 최대 40% 정도 되는 부동층의 선택지가 좁아질 것 같습니다.
"제3지대론이 얘기가 돼왔는데, 지금 그걸 대변할 마땅한 인물이 없거든요. 금태섭 전 의원이나 양향자 의원은 아직 부족하고요. 막연하게 자기가 제3당 또는 제3지대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어떤 국정 철학과 정책을 내세우는지 좀 분명히 밝히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봐요. 돌이켜보면 2016년에 국민의당이 바람을 일으킬 때도 그걸 좀 확실히 못했어요. 그냥 바람을 타버렸죠. 호남바람에다가 전국구에서 민주당보다 표가 더 많이 나왔잖아요. 존속하지 못한 것은 제3당으로서의 확고한 철학과 정책 이런 것을 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때 호남 다선 의원들이 많으니까 거기에 많이 의존했던 것도 쉬운 성공의 원인이었죠. 아무래도 선수가 중요하잖아요."
-현재의 제3지대 인물 갖고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보시는군요.
"세력화가 돼야 하는데, 아직은 좀 시기적으로 빠르다고 보고, 금년에 정기국회가 끝나가고 낙엽이 다 떨어진 다음에 판세가 드러날 거 같아요."
-지금 정치가 실종됐다고 다들 말합니다. 협치는 사치스러운 말이 되어버렸는데요.
"그런 게 지금 다 없어졌어요. 국가지도자가 카리스마가 있으면 그걸 통해 국민 지지를 업고 야당도 끌어안고 가는 방식이 유효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그게 안 되잖아요. 심지어 '뉴키즈온더블럭'이라고 어느 순간 어떤 사람이 우연한 계기로 튀어나와서 대중의 인기를 얻고 정치를 하는 시대입니다. 물론 그럴 만한 이유는 있지요. 너무 오래 했던 사람들한테는 식상함을 느끼잖아요. 그래서 미국에서도 다선 의원들은 대통령 후보감에서 오히려 열외예요. 더군다나 이제 과거와 달리 미디어와 여론조사 역할이 크고, SNS를 통한 여론조성 부분이 크기 때문에 갈수록 좀 능력이 보이고, 뭐라고 할까 국민들한테 좀 '위에 있는 것 같은 점'만 보이면 그리로 쏠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정치 문법은 전과 달라요. 협치도 이런 정치 지형을 참고해서 해야 하는데 구 정치인들, 벌써 운동권 출신들도 변화에 뒤떨어지는 겁니다."
-차세대 정치인들에게, 물론 제대로 된 사람치고 정치하려고 안 할 거라는 말도 있지만, 조언을 주신다면.
"지금 전부 정치를 욕하고 있지만, 실정을 알아야 해요. 공부를 좀 하고 경력을 쌓아온 사람들이 과연 정치하겠다고 오느냐? 그게 아니잖아요. 지금은 민간 부문이 너무나 성장, 발전됐으니까요. 장관 봉급과 민간 기업 임원의 봉급 차이도 엄청 나요. 특히 최근 들어서 근래 몇 년 동안 심해진 게 '싸구려 언어의 정치'가 문제예요. 영어로 말하면 '칩샷'(Cheap Shot)이라고 하는데, 싸구려 '말 한방'을 매일매일 양대 정당이 양산하고 있잖아요."
-최고위원회라는 데서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발언을 합니다.
"상대의 조그만 틈이나 어설픈 게 보이면 그걸 갖고 그냥 5분도 못 참고 뭐라고 말하고 쓰고그럽니다. 하루 종일 인터넷을 달구고 텔레비전 뉴스를 장식하잖아요. 난 그런 '싸구려 언어의 정치'를 이제 끊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여기엔 언론의 책임도 있는 것 같고요. 인터넷과 포털의 클릭 수를 높이려는 것일 수 있는데,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퀄리티 정치' '퀄리티 언론'을 바라는 건 어렵겠죠."
-교수님도 정치를 해보셨잖아요. 현실과 이상은 괴리가 큰데요.
"도무지 정치인의 정의가 뭡니까. 선출직이 선거에서 떨어지면 자기 본업으로 돌아가야 돼요. 그런데 안 그럽니다. 주변부에서 낭인처럼 계속 머무는 겁니다. 정권이 공공기관 자리를 나눠주기 때문에 그 생태계가 형성되고요. 이런 엽관정치문화가 후진 정치의 자양분이 되고 있어요. 그러니 아귀다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돈봉투 사건'이 터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제 우리 정치도 구조조정을 해서 엽관 생태계를 만드는 자리를 다 없애든가 아니면 용도가 끝난 공공기관들을 좀 과감하게 정리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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