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강민혁 "철저한 사전 준비 후 연기...아쉬운 점도 多" (종합)[인터뷰]
[OSEN=유수연 기자] 영화 '폭로'의 배우 강민혁이 영화 비하인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4일 서울시 종로구 소경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폭로’의 강민혁 인터뷰가 진행됐다.
'폭로'는 본드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린 의뢰인의 무혐의를 입증하는 동시에 진범을 찾으려는 변호인과 범행의 시인과 부인을 거듭하는 피고인, 현장에 있던 제3의 존재로 인해 미궁 속에 빠진 사건의 실체를 쫓는 범죄 스릴러다.
극 중 사건을 파헤치는 국선변호인 ‘이정민’ 역을 맡은 배우 강민혁은 "전문직 역할이 처음은 아니지만, 변호사 역할은 처음 맡아봤다"라고 운을 떼며 "감독님이 현직 변호사이시다 보니, 준비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다. 감독님께서 참고했으면 하는 영상이나 영화를 추천해 주셔서 그런 걸 많이 봤고, 감독님의 단편 영화 중에서는 ‘배심원들’이라는 걸 보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보면서 감독님의 색깔, 촬영하시는 스타일을 많이 참고했다"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실제 법정에도 찾아갔었다고. 강민혁은 "우연히 그 시기에 실제로 아시는 분이 고소 때문에 법정에서 증인으로 서게 되어 그 자리에 가게 되었다. 사실 제가 갈 이유가 특별히 없긴 했지만, 연기 때문에 '혹시 나도 같이 가봐도 되나'하고 물은 뒤 가게 되었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시기에 법원에 가서 진행되는 상황을 실제로 보니, 더 그 자리가 잘 보이더라. 그것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캐릭터 연기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법정은 검사와 변호사가 사건의 공방을 다투는 자리이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피고인을 위해 더 강력하게 주장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대사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컨트롤하면서 의뢰인을 심문해야 하는 과정에 감정이 너무 많이 들어가다 보니 말렸던 부분이 있었던 거 같다. 긴 대사를 풀어나가는 지점도 되게 어려웠다"라며 "원래 긴 대사를 부담스러워하는 편은 아니다. 대사를 그대로 외운다기보단, 그 상황을 이해해서 그 말이 나올 수밖에 없게끔 외운다. 그래서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는 부담이 없었고, 오히려 어떻게 이걸 정리해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캐릭터 연기를 위해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감독님께서는 열정적인 젊은 국선 변호사의 느낌을 원하시긴 했다. 저는 국선 변호인으로서 의욕이 좀 없는 면과, 이 자리에 있음으로써 나름의 갈등도 있는 젊은 변호사의 표현도 조금은 넣고 싶었다. 무조건 열정적인 건 클리셰 하다고 생각했다. 국선 변호인을 보통 하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임무라고 생각을 주로 하더라. 그러다 보니 열정도 떨어지고 그렇지만, 이정민 변호사만큼은 착실하게 진실을 찾아서 나아가고, 스스로 나는 다른 사람과 달라야겠다, 고 고민하는 현실적인 젊은 변호사를 표현하고 싶었다"라며 "촬영 기간이 한 달가량으로 짧은 편이라,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서 간 후 촬영했다. 그 덕에 많은 디렉션이 오가진 않았고, 현장에서는 아무래도 화면에서의 제 모습을 보고 위화감이 없는지, 너무 안 보이진 않았는지의 대화를 주로 했다"라고 말했다.
깊은 고민과 철저한 준비 속의 연기였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강민혁은 "드라마 같은 경우는 캐릭터의 서사나 배경이 나와서 이해하기 쉽겠지만, 영화는 한 장면을 위해 표현해야 하므로 그런 부분에서 표현하기가 어렵더라"라며 "그래서 내레이션과 대사의 힘에 신경을 많이 썼다. 국선 변호인이자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젊은 인물로 현실과 본인의 삶, 그 방향성을 갈등하고 있는 면모를 대사의 힘으로 차이를 뒀다. 예를 들어 법정에서 심문하는 장면에서는 목소리를 조금 더 자신 있게 했고, 그 외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는 호흡이나 시선을 조금 더 많이 신경 쓰지 않았나 싶다. 그 방법밖에 없었다"라고 웃었다.
더불어 '걸음걸이'에 까지도 신경을 썼다는 강민혁은 "예전 드라마 때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몰랐는데, 제가 좀 뒤뚱뒤뚱 걷더라.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그렇게 안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라며 "접견인을 만나러 복도를 걷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접견인을 맞이하는 첫걸음이라 진짜 어려운 장면이었다. 몇 번이고 걷는 걸 모니터링했는데, 전부 다 마음에 안들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어떤 걸음으로 가야 하는 거냐?’하고 물어봤더니 그냥 ‘가볍게 걸어주시면 됩니다'라고만 해주시더라. 그래서 대본을 다시 봤다. 앞의 이야기를 다시 보면서 (캐릭터가) 사건을 받았을 때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걸어야겠다 해서, 이걸 생각하면서 걷자, 하고 걸었다. 더불어 뒤뚱거리지만 말자는 생각도 함께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매 촬영이 힘들었던 것 같다. 사건 공판은 같은 세트장이다 보니 웬만하면 순서대로 흘러가 조금 더 편안한 느낌으로 촬영했지만, 촬영 순서가 극 중 서사의 순서가 아니다 보니, 감정적인 서사를 쌓기 힘들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촬영했어야 했다. 또한 반전이 있는 영화라 반전을 받아들였을 때의 감정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어려웠다"라며 "솔직히 기억을 떠올리면 아쉬운 점이 더 많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더 감정을 안 드러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있다. 담담함을 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이 인상을 쓴 게 아닌가 하기도 했다.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대중분들이 어떻게 봐주시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털어놨다.
여러 배우와의 호흡을 맞춘 소감도 전했다. 강민혁은 "생각해 보면 심문할 때도 그렇고, 극 중 많은 배우와 연기를 해야 했다. 그런데 실제 아는 변호사분들에게 말을 들어보니, 변호사들도 다양한 사람을 만날 때 모습이 일반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 그래서 저도 상대 캐릭터의 연기에 맞춰서 연기하게 됐다"라며 "(예를 들어) 부장판사 역을 맡은 공상아(최은주 역) 님과 판사실에서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회사 대표님이 나를 부르는 느낌이지 않을까'하고 생각했고, 아역 배우와 함께 할 때는 귀여운 감정과, 의뢰인의 딸을 바라보며 안쓰러운 감정도 있을 것 같더라. 배우님들이 잘 해주셔서 어려움 없이, 사람 대하듯이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2010년 데뷔해 밴드 씨엔블루의 드러머로도 함께 활동하고 있는 강민혁. 그는 배우에 대한 포부를 묻자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할아버지 밴드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그만큼 오래하고 싶다는 뜻이었는데, 연예계도 똑같다"라며 "데뷔 전 어렸을 때 연예인을 봤을 때는 수명이 좀 짧기도 하고, 오래 하기 힘든 불안정한 직업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부모님도 처음에는 반대하셨다. 그때 '왜 연예인은 그럴 수밖에 없을까. 나는 안 그럴 수 있어'라는 생각을 늘 가지면서 준비를 해왔다. 제가 연예계를 데뷔하고 나서부터는 처음부터 운 좋게 잘되기도 했으니, 이 복을 잘 가져가는 것도 능력이고, 이게 정말 중요하겠구나 싶어서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들었던 적도 분명히 있었지만, 기본적인 마인드는 변하지 않고 연기자로서도, 드러머로서도, 축복된 직장과 이 일을 잃지 않고 오랫동안 하는 게 목표다. 연기자가 되어서 주인공이 되어야겠다는 큰 포부가 아니라, 오랫동안 할 수 있게끔만 하자는 마음으로 하고 싶다"라며 "가수와 배우 둘 다 놓지 않고 할 거다. 저는 욕심 없는 것처럼 말하지만, 저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끝으로 '폭로'를 통해 듣고 싶은 평가를 묻자 "사실 이미 다수의 분이 너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고, 놀랍다. 어쨌든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으로 대중분들에게 공개된 건데, 걱정이 많았는데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의 말이 너무 감사하더라"라며 "영화라는 건 문화생활 아닌가.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떠는 것처럼 영화도 즐기러 오는 거니, 관객분들이 편안하게 보셨으면 좋겠다. '재밌었다.', 라고 생각만 해주시면 저한테는 가장 큰 감사함이지 않을까. 관객분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이 되고 싶다"라고 전했다.
한편 영화 '폭로'는 오는 20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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