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안 표결 때 50명만 남기자”…민주당 전략 보고서 입수
단식 15일 차에 접어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단식 중에도 2차례나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제 사실상 검찰의 영장 청구를 눈앞에 둔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묶어 이번 주 혹은 다음 주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는 만큼 현역 의원인 이 대표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려면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합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됩니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21일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보고되고, 25일 표결에 부쳐지는 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 민주당 내 전략보고서 입수…체포동의안 관련 '딜레마'부터 분석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표결에 들어갈 경우, 민주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언했지만, 단식으로 인한 건강 상태와 검찰 수사에 대한 당내 여론 악화로 체포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부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민주당 내 전략보고서를 KBS가 입수했습니다.
민주당 내 정책을 연구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기구에서 체포동의안이 회기 중에 올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분석한 연구 결과입니다.
우선, 첫 번째 ‘딜레마’라고 기재한 챕터에서는 '당이 참여해 부결할 경우 기존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뒤집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이 참여해 부결하면, ‘거짓말’, ‘방탄프레임’이 강화된다'고 보고서는 적시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당이 참여해 체포동의안을 가결할 경우, 검찰 기소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했습니다.
■ "영장 기각될 경우, 검찰·국힘 타격"…"구속될 경우, 비대위 체제 전환"
딜레마 챕터 두 번째 부분에선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경우와 구속됐을 경우에 대한 향후 상황도 예측했습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될 경우에는 '이재명 대표 체제가 강고'해지고 '검찰과 국민의힘 일대에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다만, 구속될 경우에는 '당이 혼란과 분열을 겪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 대응 방안 1 : 민주당 주도 가결…"대표 친전 사전 배포"
그래서 해당 보고서는 국회 회기 중에 체포동의안이 오면, 무조건 가결로 당의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고 기재했습니다.
이에 따라 가결이 되는 경우의 수를 두 가지로 설정했습니다.
첫 번째는 '이재명 대표의 결단으로 민주당 주도의 가결'이 되는 겁니다.
이 안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가 직접 나서서 가결을 시켜달라고 강력히 설득하자는 안입니다.
이번 체포동의안의 경우, '검찰의 영장이 정당하지는 않지만 약속한 사안임으로 당론으로 가결 시켜달라고 이 대표의 친전을 사전에 배포하는 방식'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할 경우 회기 중에 온 검찰의 영장 청구를 최대한 비판하면서 ‘정치 검찰’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실제 가결돼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면 ‘민주당이 가결했으니 구속영장이 발부돼야 한다’고 검찰이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사분란한 가결이 아니면, 오히려 민주당의 분열의 씨앗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대응 방안 2 : 국민의힘 주도 가결…"50여 명만 참석해 표결"
흥미로운 것은 두 번째 안인 ‘국민의힘 주도의 가결’ 방안입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되는 만큼, 168석의 민주당 기류에 따라 사실상 결정됩니다.
그러니 당에서는 50여 명만 참석해 표결 정족수를 만들고, 참석한 의원은 모두 기권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이때 국민의힘 의원원이 모두 가결표를 던지면, 체포동의안의 가결의 주체는 국민의힘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특히나, 가결됐는데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되면, 가결을 주도한 국민의힘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이에 따라 당 스스로가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가결 시키는 부담을 덜면서, 동시에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단점으로는 추진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꼼수라는 비판’과 ‘참석할 50명의 의원을 선정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오히려 당의 분열 일으킬 수 있어"
당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50명만 표결에 참석하는 방안에 대해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라며 "이런저런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가 검토되는 이유에 대해선 "표결 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서 전체 투표를 하면 잘못하면 영장을 심사하는 판사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민주당이 소수 의원만 들어가서 모두 부결을 던지면 체포동의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보여줄 수 있다"며 "형식적인 체포동의안 특권은 버리는 동시에 민주당의 취지는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은 퇴장함으로써 사실상 다 부결을 던진 셈"이라며 "법적으로는 가결이지만, 정치적으로 부결을 시킨 게 되는 것이고, 가결을 피할 수 없다면 이 방법이 당이 안 갈라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원내 지도부 출신 의원은 소수 의원만 참석하는 표결에 대해선 "이 대표가 수긍하고 동의를 해야 될 일이고, 50명의 의원이 직접 나서줄 수 있느냐의 문제도 있어서 현실성의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현 원내 지도부의 경우 소수 의원 참석 표결에 대해 "아직은 시나리오를 쓴 사람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며 "몇 명만 모여서 표결한다는 거는 표적이 될 수 있고, 당의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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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sj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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