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돕는 인공지능 로봇?…10억 들였지만 방치
[KBS 제주] [앵커]
어르신들을 위한 인공지능 로봇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오락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건강 관리도 돕는 똑똑한 기계라며 서귀포시가 10억 원을 들여 지역 경로당에 설치했는데, 어르신들 반응은 싸늘합니다.
보도에 허지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로당에 오손도손 모인 어르신들 옆에 있는 로봇 한 대.
전원도 꺼진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습니다.
매일 경로당을 찾는 어르신도 로봇을 써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돕니다.
[고복순/서귀포시 동홍동 : "시도를 하려 해도 이게 비싼 거고, 마음대로 만졌다가 이상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해본 적은 없어요."]
서귀포시가 정부의 '스마트 경로당' 사업에 공모해 올해 경로당 70여 곳에 배치한 인공지능 로봇입니다.
노래와 영상 재생은 물론, 혈압 측정 등 건강 관리가 가능하고 가상 현실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 사업에 투입된 예산만 13억 원, 하지만 이용률은 저조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비닐 포장조차 뜯지 않은 스마트 기기들이 경로당에 6개월 넘게 방치돼있습니다.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박명성/서귀포시 동홍동 : "저건 뭐 하러 갖다 놓았는지 모르겠다고, 그런 말을 많이 합니다. 사용을 안 하기 때문에."]
이 경로당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어르신들의 싸늘한 반응에 로봇을 사용하는 날은 많아야 일주일에 한두 번에 그칩니다.
[한원삼/법환동 노인회장 : "(노래는) 노래방에서 하고, 오락은 오락대로 하는데. 이걸로 오락하는 건 (반응이) 별로인 것 같아요. 노인들은 그렇게 활용할 수 있는 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기기 유지비를 포함해 이 사업에 1억 원 넘는 세금이 쓰일 예정입니다.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
허지영 기자 (tanger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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