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할부 갚듯 차곡차곡 지분 늘려 ‘온전한 내 집 소유’ 결실 [지방기획]
광교신도시 A17블록 240가구 대상
4분의 1값으로 초기 공급해 부담 ↓
20~30년간 4년마다 남은 지분 취득
5년간 의무거주·10년 전매 금지 규정
일각 “장기거주 가능할지 의문” 지적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수원 광교신도시의 ‘알짜 택지’ A17 블록(옛 법원·검찰청 부지)에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도입한다. 원가 수준의 분양가에서 입주자가 최초 지분(10~25%)만 부담한 뒤 20~30년에 걸쳐 나머지 지분을 4년마다 분할 취득하는 방식이다. ‘경기도형 공공분양주택’으로 불리는 이 주택은 마치 적금을 납입하거나 고가의 차량을 할부로 사는 것처럼 지분을 차곡차곡 늘려 ‘온전한 내 집’을 소유하도록 유도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전용면적 60㎡ 이하가 대상이다.
◆ 광교신도시에 60㎡ 이하 240가구
‘반의반 값’ 아파트로 불리는 지분적립형 주택은 2년 만에 경기도에서 되살아났다. 이 주택은 금싸라기 땅에 있는 공공분양 단지에 ‘4분의 1 값’으로 초기 공급되는 게 특징이다. 실제 입주금이 그만큼 줄어든 건 아니지만, 내 집 마련 실수요자의 초기 부담을 크게 줄인 방식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표현이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현재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하는 ‘뉴:홈’, SH의 토지임대부 주택 등과 함께 저렴한 반값 아파트로 불린다.
5차례의 분납 과정에서 이자는 9000만원가량 붙게 된다. 홍씨 부부가 5억원짜리 지분적립형 주택을 취득하면서 내는 총비용은 5억9000만원인 셈이다. GH 보유 지분에 대한 별도의 사용료도 부담해야 하는데, 월 20만원 안팎에서 시작해 홍씨 부부의 지분이 늘수록 줄어든다.
GH 관계자는 “정확한 분양가와 가산이자, 사용료 등을 정하지 못했다”면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체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산이자의 경우, 고정·변동 금리 등에 따라 연 2∼3%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를 더해도 인근 광교신도시 아파트값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전임 이재명 지사 때의 장기임대주택인 ‘기본주택’을 대신하는 공공분양주택이다. GH는 이를 가리켜 수도권 거주자의 내 집 마련 꿈을 실현할 방안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주민의 자가보유율은 54.7%(2021년 기준)로 다른 광역시(62.0%)에 비해 크게 낮다.
앞서 GH는 2019년 9월 A17 블록에 중산층 임대주택 549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부동산 가격 급등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정책을 전환했다.
GH는 지분적립형 주택이 알짜 택지에 다수 공급되면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집값의 안정화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수익이 일반적인 민간아파트에 비해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20∼30년 뒤 100% 지분을 확보하면 시세대로 팔 수 있어 집값 상승 시 매매차익도 일부 기대할 수 있다.
시세와 상관없이 이자율에 따라 분양한 공공기관에만 되팔 수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주변 시세 등을 반영한 감정가로 공공기관 환매가 허용되는 이익나눔형 주택과 다른 점이다.
일각에선 지분적립형 주택이 일정 기간 전매 제한 등으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있고, 거주하면서 사용료를 내야 하는 등 ‘숨겨진 비용’이 있어 다른 반값 아파트처럼 무조건 환영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분양자가 장기 거주하도록 유도한 것을 두고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20년 이상 장기 거주가 실제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도 제기된다. 한 수도권 대학의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내에선 아직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기 때문”이라며 “신혼부부와 청년층에 의미 있는 공급 수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임대주택 아닌 자가주택… 도민들에 고른 기회 제공”
김세용(사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은 주택시장 변동에 따른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했다.
2018년부터 3년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 말 GH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국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한국도시설계학회장을 지낸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몇 안 되는 전문가이다.
그는 전임 지사 때 나온 장기임대주택인 ‘기본주택’을 두고는 “아직 한 채도 없다는 건 작동이 안 된다는 뜻이고, 그래서 가능한 정책을 폐기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없어지는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남은 임기 동안에는 김동연 지사의 민선 8기 공약인 신도시·원도심 재정비사업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지역균형발전의 해법은 광역교통망 확충이나 신도시 건설이 아니라 ‘빨대 효과’를 막을 ‘직주일치’(직장·주거 일치)라는 신념 때문이다.
김 사장은 김 지사와의 정책 궁합에 대해선 “이곳에 내려오기 전까지 김씨라는 공통점 외에 없었는데 (겪어 보니) 굉장히 합리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도시정책·기후변화 등과 관련해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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