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도, 출판계도, 과학계도 "내년 예산 삭감안 철회" 요구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국내 50개 영화제가 공동으로 내년도 영화제 지원예산 삭감안을 철회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50개 영화제는 13일 공동 성명을 내 정부에 "내년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지원예산 삭감을 철회"하고 "영화제와 영화문화 발전 논의를 위한 테이블을 구성"하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산하 영진위의 내년도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 지원 사업' 예산 4억 원, '지역 영화 문화 활성화 지원 사업' 예산 8억 원 전액을 삭감하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내외 영화제 육성 지원 사업' 예산은 50% 삭감됐다. 아울러 기존 40개이던 지원 대상이 국내·국제영화제를 통합해 20여 개로 축소됐다. 주로 지역의 작고 비상업적인 영화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영화발전기금 예산이 부실하고 방만하게 운영됐다는 게 문체부가 밝힌 삭감 이유였다.
영진위가 체육·복권기금 354억 원을 영화발전기금으로 확보하는 등 내년도 영진위 예산이 전년보다 증액된 734억 원으로 잡혔다고 밝혔으나, 실제 예산 지원이 절실한 부문에는 예산 삭감안이 결정되면서 영화 현장은 "충격에 빠졌다"는 게 영화계 입장이다.
영화제들은 공동 성명에서 "영화제는 영화 창작의 동기와 목표가 되는 기초 사업"이라며 "1990년대 국내에 생겨난 다양한 영화제는 산업이 포괄하지 않는 단편영화, 실험영화를 비롯한 새로운 작품을 수용"해 "2000년 이후 한국영화 산업의 주역이 되는 수많은 영화인을 발굴해 왔다"고 영화제의 의의를 강조했다.
영화제들은 작은 영화제를 통해 "강제규, 봉준호, 류승완, 김한민, 연상호, 이병헌 감독 등 천만 관객 신화의 주인공부터" 최근 떠오르는 엄태화(<콘크리트 유토피아>), 유재선(<잠>), 민용근(<소울메이트>), 정주리(<다음소희>) 한준희(넷플릭스 <D.P.>) 감독 등이 모두 영화제를 통해 배출됐음을 전했다.
영화제들은 아울러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생겨난 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교두보이자, K-무비의 진정한 시작점"이었다고 의의를 부여했다. 이들은 "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크게 향상"됐고 "지역의 소규모영화제는 열악한 환경에도 영화의 씨앗을 뿌려 지역창작자 네트워크의 구심"이 되는 한편 "수도권 중심의 문화 쏠림에 저항하며 지역민의 문화향유와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영화제들은 아울러 "영화제는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개최되고 있으며 높은 대중성과 축제성을 갖추고 있"다며 지역의 작은 영화제들이 국정과제로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보편적 문화복지 실현'과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내건 "윤석열 정부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영화제들은 따라서 영진위의 관련 지원예산 삭감이 "영화 창작의 직접 동기를 떨어뜨릴 것"이라며 "2023년 한국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독립영화의 개봉 편수는 131편인 반면, 제작 편수는 1574편"에 이르는데 산업이 포괄하지 못하는 이들 영화는 영화제 없이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내년 예산안이 이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2024년 영진위 예산은 역대 최악의 산업 중심 예산이 될 것"이라며 관련 예산 삭감안을 철회할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내년 예산안이 '역대급' 긴축 방향으로 짜여지면서 특히 과학계와 문화계 등이 큰 타격을 입은 모습이다.
도서 부문에서는 잡지콘텐츠 수출과 고잡지 데이터베이스화 등의 잡지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예산 11억 원도 전액 삭감됐다. 올해 약 60억 원이던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역시 '지역'과 '작은' 부분이 삭감의 대상이 됐다.
과학계도 큰 타격을 받았다. 국가의 미래를 견인하는 투자 대상으로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도 삭감되지 않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내년도 주요 R&D 예산은 올해 대비 3조4500억 원 줄어든 21조5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그로 인해 '단군 이래 최대의 기초과학 프로젝트'로 꼽히던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라온(RAON)이 내년도 R&D 예산 삭감으로 인해 6개월밖에 가동할 수 없게 됐다.
2022년 1369억 원이던 연구소기업 대상 연구개발특구 육성 예산은 올해 1280억 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에는 1000억 원으로 삭감됐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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