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평양회담 추진… 한·미 "무기거래땐 주저없이 제재"
"尹, 유엔총회서 경고메시지낼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 5개월 만에 성사된 러시아 우주기지 회담을 넘어 북한 평양 회담까지 언급하며,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러간 무기거래가 실행될 경우 주저없이 제재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4일 "김 위원장이 지난 13일 북러 정상회담에 이후 진행된 만찬에서 푸틴 대통령이 편리한 시기에 북한을 방문할 것을 정중히 초청했다"며 "이에 푸틴 대통령이 초청을 흔쾌히 수락하면서 북러 친선의 역사와 전통을 변함없이 이어갈 의지를 다시금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현재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 계획은 없다고 선을 긋기는 했지만 북러 간의 고위급 회담을 비롯해 다양한 대화 창구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특히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위성발사 기술 등 주요 군사적 기술 이전을 약속한 터라 후속격으로 평양 정상회담까지 성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 측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최선희 외무상이 이르면 다음달쯤 북한에서 회담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러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과의 합의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북러 정상회담 소식을 상세히 전하면서도 회담이 시종일관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양국이 전략·전술적 협동을 긴밀히 하고, 강력히 지지·연대하기로 했다고만 표현했다.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공동의 노력으로 두 나라 인민들의 복리를 도모하고 종합적이며 건설적인 관계를 계속 확대해나갈 데 대해 합의했다"고만 했다.
김 위원장은 북러 정상회담 이튿날인 이날 회담장이었던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떠나 러시아 극동 지역 핵심 군수산업도시를 돌며 러시아 주력 전투기인 수호이(Su)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잠수함 등 군함을 건조하는 조선소를 시찰하는 등 '무기 순례'에 나섰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김 위원장을 수행하며 양국 간 무기 거래 등 군사 협력 세부조치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북한으로 돌아가기 전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모항이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러시아 해군 전력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회담을 마치고 순조롭게 러시아 주요 군 시설을 둘러보는 일정을 소화하자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이들 양국이 회담의 주목적이었던 무기거래와 군사·경제협력 문제를 원만하게 합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구체적 입장표명을 삼가던 중국은 오는 18일 왕이 외교부장을 러시아로 보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추진한다. 북러 회담 결과를 중국에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이 푸틴 대통령을 예방하고 북중러 3자 결속을 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에 주요 군사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국제사회 비판이 쏟아지자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지 않고도 북한과의 군사협력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TV채널 '러시아-1' 인터뷰에서 "(북한 지원에는) 일정한 제한이 있다. 러시아는 이 모든 제한을 준수한다"면서 "우리가 협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논의하고 생각하고 있다. 전망이 있다"고 말했다.
북러 간 군사협력이 가시화하자 한미일 등 국제사회의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해 북러 간 군사 교류 움직임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번 북러 군사 교류에 관해 대통령의 적절한 분석과 경고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주요 동맹, 우방국과 우리가 할 수 있는 개별 조치, 다자 간 조치에 관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북러 군사협력에 우려를 표하며 "러시아와 북한은 스스로 고립과 퇴보를 자초하는 불법 무도한 행위를 중단하고, 안보리 결의 등 국제규범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북러 회담에 대해 "분명히 북한의 군사적 역량을 개선할 수 있는 어떤 합의도 우리에게 심각한 우려가 될 것"이라며 제재를 시사를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회담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판단이 쉽지는 않으나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재래식 무기를 공급받고, 대신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식량, 에너지, 비료와 일부 군사지원, 노후 전투기 부품, 인공위성 부품 등을 지원받기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는 지금껏 첨단무기나 기술이전을 한 사례가 없어서 원자력추진잠수함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위성 발사체 기술 이전을 합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이어 "평양 회담이 성사될지는 두고봐야겠으나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초청하고, 푸틴 대통령이 예의상 수락했을 수는 있지만 러시아가 구체적으로 방북을 계획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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