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시설 미흡·불법 증축이 부른 참사… 베트남 '최악 화재'로 56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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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한 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50명 이상이 사망했다.
베트남에서 2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화재 참사다.
이웃 아파트 주민은 한국일보에 "소방차가 화재 발생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400m 정도 떨어진 곳에 주차한 뒤 호스를 길게 연결해 물을 뿌려야만 했다"고 말했다.
팜민찐 총리는 전날 사고 현장을 찾아 "소형 아파트 건물과 밀집 주거지에 대한 화재 방지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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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단 없고 창문도 쇠창살로 가로막혀
2m 좁은 골목... 소방차 400m 거리에 주차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한 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50명 이상이 사망했다. 베트남에서 2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화재 참사다. 불법 증축과 소방차 접근이 힘들 정도의 좁고 밀집된 도로 구조, 미흡한 대피 시설, 허술한 관리 감독 등이 한꺼번에 맞물려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네 전체가 호랑이 우리”
14일 베트남 공안 당국은 전날 자정쯤 하노이 탄쑤언 지역 10층짜리 아파트에서 일어난 화재로, 최소 56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10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에 45가구, 약 150명이 거주한 점을 감안할 때 입주민 3분의 1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화재 진압 직후만 해도 희생자는 10여 명으로 전해졌지만,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세상을 떠난 부상자도 나오면서 인명피해 규모가 커졌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 소방당국은 1층에서 시작된 불길이 주차된 오토바이들에 옮겨붙으면서 큰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본다. 밤 늦은 시간에 불이 난 까닭에 잠자리에 든 주민 상당수가 희생됐다. 전무한 방화 설비와 열악한 인프라도 인명피해를 키웠다. 아파트 출입구가 하나뿐인 데다, 외부에도 비상계단이나 사다리 등 대피 시설이 전무했다.
일부 주민은 불을 피하려 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옆 아파트 옥상으로 건너뛰기도 했다. 한 주민은 로이터통신에 “소년 한 명이 고층에서 던져졌다”면서 “사람들이 매트리스로 아이를 받으려 했으나 살았는지는 알 수 없다”며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아파트 앞에 소방차 진입이 힘들었던 탓에 화재 진압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현장을 직접 찾은 결과, 해당 아파트는 다른 건물과 불과 2m가량 거리만 두고 붙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구불구불하게 난 골목 역시 오토바이 정도만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비좁았다.
이웃 아파트 주민은 한국일보에 “소방차가 화재 발생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400m 정도 떨어진 곳에 주차한 뒤 호스를 길게 연결해 물을 뿌려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 아파트 대부분은 시공업체가 비용 절감을 위해 비상구를 만들지 않았고, 도난 방지를 위해 창문을 쇠창살로 막은 곳도 많아 대피가 더 어려웠을 것”이라며 “동네 전체가 호랑이 우리나 다름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고질적 부패, 불법 증축으로 이어졌나”
건물의 불법 증축 사실도 드러났다. 공안 조사 결과, 화재 발생 아파트는 2015년 6층짜리 건물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4개층을 무단으로 올린 셈이다. 공안은 건물주 응히엠꾸앙밍(44)을 체포해 화재 안전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비난과 우려가 쏟아졌다. “누군가 뇌물을 받고 아파트 증축을 눈감아줬을 가능성이 크다. 고질적인 부패 문제가 더 큰 희생을 불러왔다” “하노이에 비슷한 건물이 많아 제2, 제3의 탄쑤언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것” 등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14일 화재 현장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는 애도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까지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39구다.
이번 화재는 베트남에서 20년 만에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베트남 정부는 부랴부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팜민찐 총리는 전날 사고 현장을 찾아 “소형 아파트 건물과 밀집 주거지에 대한 화재 방지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딴띠엔중 하노이 당서기장도 14일 하노이 시내 모든 소형 아파트 화재 안전 점검을 명령했다.
하노이=글·사진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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