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도 우려했던 김하성 체력, 방치 후폭풍 온다… ‘팀 최고 야수 타이틀’ 지킬 수 있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하성(28‧샌디에이고)은 6월 중순 이후부터 타격감이 거침없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팀의 리드오프 자리까지 꿰찼다. 올스타 타자들이 즐비한 샌디에이고 타선을 김하성이 이끌기 시작한 것이다.
공격 생산력이 오른 김하성은 리드오프가 제격이었다. 기본적으로 빠른 발을 가지고 있어 출루하면 상대 배터리에게는 위협적인 선수였다. 여기에 6월 이후 출루율이 크게 오르면서 오히려 리드오프가 적합한 선수가 됐다. 김하성의 4월 출루율은 0.278에 불과했지만, 5월은 0.374로 좋았고, 6월도 0.367을 유지했다.
비결은 삼진을 잘 안 당하면서 최대한 많은 볼넷을 골라 나갔다. 리드오프로 나서 상대 투수와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나가는 모습은 김하성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김하성의 7월 출루율은 무려 0.449에 이르렀다. 기본적으로 타율(.337)이 좋은데다, 여기에 볼넷을 자주 골라 나갔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7월 한 달 동안 14개의 삼진을 당했지만, 반대로 16개의 볼넷을 골랐다. 삼진보다 볼넷이 더 많은 리드오프였다. 투수들로서는 굉장히 성가신 선수였던 셈이다. 8월에도 18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14개의 볼넷을 골랐다. 그러나 8월 중순 이후 이 비율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역시 쉴 새 없이 경기에 나서면서 체력이 떨어진 영향이 컸다.
김하성은 9월 들어 타율 0.178, 출루율 0.245에 머물고 있다. 김하성다운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밥 멜빈 감독도 12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 경기가 끝난 뒤 김하성의 체력에 대해 걱정했다. 멜빈 감독은 “그가 지금 그라운드를 밟을 때마다 뭔가가 일어날 것을 걱정하게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부지런히 출루하고, 부지런히 주루 플레이를 하는 김하성의 체력이 떨어질 때 부상이 올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래서 멜빈 감독은 13일 김하성에게 모처럼 휴식을 부여했다. 하루를 푹 쉰 김하성은 14일 경기에 다시 선발 리드오프로 나갔다. 하지만 하루 휴식으로 최근 떨어진 힘이 보충될 리는 없었다.
김하성은 14일 LA 다저스와 경기에 선발 1번 유격수로 나갔지만 4타수 무안타 3삼진에 머물렀다. 타율은 종전 0.270에서 0.268로 떨어져 2할7푼대의 벽이 무너졌다. OPS(출루율+장타율)도 0.771로 떨어져 0.800 고지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첫 타석부터 다저스 선발 라이언 페피엇과 9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벌였다. 파울만 6개가 나왔을 정도로 김하성이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결국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타구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4-0으로 앞선 5회 1사 2루에서 세 번째 타석을 맞이한 김하성은 이번에도 8구 승부를 벌였지만 첫 타석에서 당했던 슬라이더에 다시 방망이가 헛돌았다. 예전 같았으면 김하성이 이 승부를 이겨내고 삼진 대신 볼넷을 골랐을 타이밍인데, 이날은 그렇지 않았던 셈이다. 체력 저하는 선구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7회 1사 만루 기회에서는 루킹 삼진을 당했다. 타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팀은 선발 블레이크 스넬의 호투, 그리고 경기 초반부터 터진 타자들의 방망이에 힘입어 6-1로 이겼다. 2번 타순에 위치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2안타 2타점, 3번 후안 소토가 2안타 1타점, 그리고 4번 루이스 캄푸사노가 2안타 3타점을 기록하는 등 2~4번 타자들이 맹활약했다. 김하성의 부진도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저조한 9월 성적이 김하성의 화려한 피날레를 방해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김하성은 9월 타율이 0.178인데 장타율도 0.178이다. 8개의 안타가 모두 단타였다. 20-20 클럽에 홈런 세 개를 남겨두고 있는데 쉬이 채워지지 않는다.
김하성은 올 시즌 내내 샌디에이고 최고의 야수였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도 알 수 있다. 후안 소토가 전체적으로 더 좋은 공격력을 선보였지만, 대신 김하성은 수비와 주루에서 더 좋은 기여도를 선보이며 팀 내 WAR 1위를 계속 유지했다. 그런데 떨어지는 타격 성적 탓에 추월을 허용할 위기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가 집계한 김하성의 WAR은 13일까지 4.5였다. 그간 소토에 일정 거리 격차를 두고 앞서 나가고 있었지만, 13일로 동률이 됐다. 3위 타티스 주니어(4.3)와 격차도 많이 좁혀졌다. 그리고 14일 경기 결과로 인해 소토에게 1위를 내줬다. 소토와 타티스 주니어와 달리 체력 소모가 큰 포지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8월 중 적절한 관리가 다시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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