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여 공세' 엇박자?…단식 출구 못찾는 이재명
14일 의총서 결정 못해…15일 최고위 결론키로
"남북 긴장 속 국방장관 궐위 부적절" 의견도
尹 정권 공세 결과 아직…李 단식 중단 명분↓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해병대 사건’ 논란 중심에 섰던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1주일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무기한 단식 농성을 이어가며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나서는 데에는 당력이 집중되지 않으면서 당내 ‘엇박자’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따른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14일) 의총에서 선거법 등 다른 논의에 집중하느라 (이종섭 국방부 장관 탄핵 진행 관련) 발언과 토론이 부족했다”면서 “내일(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 추진 여부를) 논의하고 결론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일 전 당 최고위에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을 결정했고 이후 준비하는 상황에서 이 장관의 사의 표명이 있었다”면서 “사정 변경을 고려해 탄핵 절차를 추진할지 말지 내일 오전(최고위)에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탄핵 대신 ‘특별검사(특검)’ 추진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실제 박광온 민주당 원대대표는 연일 공식 석상 등지에서 해병대 사건 특검 추진을 강조하고 정부·여당의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이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을 대표 발의한 후, 하루 만인 지난 8일 의총을 통해 이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데일리와 만나 “(국방부 장관) 탄핵보다 특검을 당에서 중요하게 보고 있다. 다만 실제 추진에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 내 다른 중진 의원도 “남북 긴장 관계가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으로) 국방부 장관의 궐위 상태를 만드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여론도 많다”면서 “(지난 이태원 참사 책임에 따른) 탄핵소추안 의결로 궐위 기간이 상당히 길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의 경우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국방부 장관에 대한 즉각적인 탄핵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 8일 최고위 후 강선우 대변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을 즉각 해임하지 않을 경우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13일 직접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이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려 하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탄핵에 대한 의지가 있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원내 지도부가 결정을 미루면서 이 장관의 사의 표명으로 시기를 놓친 셈이다.
국방부 장관 탄핵 건을 두고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8일과 12일, 그리고 이날까지 총 세 차례 의총을 열고 관련 논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원내 리더십 부재라면서 불만을 내뱉는 분위기다. 이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이날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국방부 장관 탄핵 여부를) 의총에서 오늘 결정하면 되는 것인데 굳이 최고위로 넘기나”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엇박자라는 해석은) 그렇게 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라며 “당내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모두 갈등 문제로 붙이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날 단식 15일째를 맞은 이 대표는 급격한 건강 악화로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하고 누워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부터 민주당 최고위원을 포함한 여러 의원들이 순차적으로 당대표실 농성장을 방문해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권유하고 있지만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대여 공세가 이렇다 할 결론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서 이 대표가 단식을 마치고 나올 명분이 부족해 지지부진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따른다. 이종섭 장관 탄핵이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일본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등 현안 중 어느 하나라도 성과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 단식을 끝낼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단식으로 대여투쟁의 분위기를 고조시킨 것과 달리 당은 이렇다 할 성과물을 하나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 가장 속이 타는 것은 이 대표 본인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범준 (yol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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