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총수로 군 복무 마친 '불곰' 이승택, KPGA 첫 우승 '시동'
(영암=연합뉴스) 권훈 기자 = 2015년부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뛴 이승택(27)은 지난 2020년 입대해 강원도 홍천의 육군 보병 사단 소총수로 18개월 동안 복무한 뒤 작년 6월에 전역했다.
군 복무 시절 골프는 아예 내려놨던 이승택은 제대한 뒤 잊었던 샷을 다시 되살리느라 석 달 동안 훈련에 매달렸다.
다행히 금방 샷 감각을 되찾은 이승택은 작년 12월 아시안프로골프투어부터 뛰기 시작했고, 올해 4월부터 KPGA 코리안투어에 복귀했다.
그는 5월 SK텔레콤 오픈 6위, KB금융 리브 챔피언십 준우승, KPGA 선수권대회 공동 6위, 그리고 아너스K·솔라고 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 공동 3위 등 빼어난 성적을 냈다.
군 복무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입대 전보다 더 경기력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승택은 14일 전남 영암군 코스모스 링스(파72)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비즈플레이·전자신문 오픈(총상금 7억원)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뽑아내 7언더파 65타를 쳤다.
박은신, 미국 교포 정윤 등과 공동 선두에 오른 이승택은 생애 첫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가대표를 거쳐 2017년 아시안투어 퀄리파잉 스쿨에 수석 합격한 그는 2017년 티업·지스윙 메가 오픈 최종 라운드 때 12언더파 60타를 때려 지금까지 아무도 깨지 못한 KPGA 코리안투어 18홀 최소타 기록을 세우는 등 주목받는 선수였지만 아직 우승 트로피를 안아보지 못했다.
300야드를 가볍게 넘기는 장타를 앞세워 누구보다 많은 버디를 잡아내지만 그만큼 보기도 많았던 탓이었다.
몸무게가 100㎏에 육박하는 큰 몸집과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로 그는 '불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승택은 "군 복무를 하면서 골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입대 전엔 매일 하는 게 골프니까 조금 권태도 느꼈지만, 지금은 한 타 한 타가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런 골프의 소중함을 터득한 이승택은 자연스럽게 예전의 거친 경기 스타일도 사라졌다.
이승택은 "우승을 정말 하고 싶었다. 입대 전에도 우승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그때마다 욕심이 앞섰다"면서 "이제는 무작정 앞으로 치는 골프가 아니라 먼저 어디를 공략할지 머릿속에 그린 뒤에 그곳으로 공을 친다. 거리가 좀 많이 남더라도 다음 샷 하기 좋은 곳으로 공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이날도 이승택은 18번 홀(파5)에서는 옆에 붙은 10번 홀 페어웨이 쪽으로 티샷을 날렸다.
311야드를 날린 이승택은 "18번 홀 페어웨이로 티샷하면 내 비거리를 고려하면 벙커에 빠질 수도 있겠다 싶어 10번 홀 페어웨이를 겨냥했다"고 밝혔다.
상반기를 끝내고 8월 한 달 동안 아시안프로골프투어를 뛴 이승택은 "영국 링크스 코스에서 열린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대회 때 보니까 이렇게들 많이 치더라"며 껄껄 웃었다.
첫 단추를 잘 끼운 이승택은 "아직 사흘이나 남았지만, 오늘처럼만 경기하면 (우승)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전에는 이렇게 좋은 스코어를 내면 그다음 날에는 무턱대고 덤볐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전차 조종수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작년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첫 우승을 따내고 골프존-도레이 오픈에서 2승 고지에 올랐던 박은신은 이글 1개에 버디 5개를 잡아내 시즌 첫 우승에 시동을 걸었다.
정윤 역시 이글 1개와 버디 5개를 뽑아내 공동 선두에 합류했다.
그동안 티샷 난사로 어려움을 겪었던 서요섭이 버디 7개에 보기 1개를 곁들여 1타차 4위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최진호는 4언더파 68타를 적어내 2연패의 불씨를 지폈다.
1992년 최상호 이후 시즌 4승에 도전하는 고군택은 버디 4개와 보기 4개를 맞바꿔 이븐파 72타로 공동 81위로 밀렸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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