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수지 적자 15조 줄었지만… 바닥 드러나는 나라곳간 [국가채무 1100조 육박]
관리재정수지 적자 68조 달해
세수 펑크에 나랏빚 계속 급증
"시급한 재정준칙, 국회서 낮잠"
14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9월호'에 따르면 올 7월까지 총수입(국세+세외수입+기금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조7000억원 감소한 353조4000억원이다.
총수입 감소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국세수입이 줄어서다. 소득세가 12조7000억원 줄었다. 법인세도 17조1000억원 덜 걷혔다. 다만 세정지원 기저효과(-10조2000억원)를 고려할 때 실질적인 세수감은 33조2000억원이라고 기재부는 밝혔다.
총지출은 같은 기간 59조1000억원 감소한 391조2000억원이었다. 코로나 위기대응 사업 축소로 예산부문에서 13조2000억원의 지출이 줄었고, 기금도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급 종료 등으로 35조3000억원 감소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월 말 기준 37조9000억원 적자였다. 총지출을 줄였지만 정부가 쓴 돈이 국민으로부터 걷은 돈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는 67조9000억원 적자였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실질적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달 전보다 적자규모가 15조원 감소했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18조9000억원 개선됐다.
통합·관리 재정수지에서 모두 적자폭이 줄고 있지만 재정건전성 우려는 여전하다. 우선 7월 말 현재 관리재정수지만 해도 올해 정부 목표보다 적자폭이 더 컸다. 정부의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58조2000억원이 목표다. 목표치를 훌쩍 넘긴 117%를 7월에 기록한 것이다. 중앙정부 채무는 7월 말 현재 1097조8000억원이었다. 전월 대비 14조5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말 대비로는 64조4000억원 증가해 올해 정부 전망치인 1101조7000억원에 근접했다.
재정불안을 키울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세수감소다. 들어오는 돈이 줄면 살림살이는 쪼들릴 수밖에 없다. 올해 세수는 지난해보다 50조~60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란 게 대체적 분석이다. 이 정도 규모로 세수가 줄면 적자규모는 100조원을 넘길 수 있다.
향후 세수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반도체와 중국 수출부진으로 전체 수출이 11개월 넘게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및 자산시장 역시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세수 상황도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국세수입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총국세는 367조3000억원 걷힐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22년 총국세 실적인 395조9000억원보다 27조원가량 적다. 같은 기간 법인세는 26조원가량 덜 걷히고, 소득세는 3조원가량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더구나 정부지출 축소는 대내외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 계속해서 추진하기는 힘들다는 한계도 있다.
정부의 세수재추계가 조만간 공개되면 중앙정부의 국가채무는 올 연말 110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중앙정부 채무는 국채상환계획, 국채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수치를 예단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나랏빚이 이처럼 수년째 급증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낮추도록 하는 재정준칙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야당의 반대로 국회 계류가 계속되면서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와 관련, 지난달 내년 예산안 브리핑에서 "재정준칙 법제화는 지금도 국회에서 계속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 분위기가 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 1∼8월 국고채 발행량은 131조1000억원으로 연간 총발행한도(167조8000억원)의 78.1%를 기록했다.
8월 외국인의 국고채 순투자 규모는 4조원으로 5개월 연속 자금이 유입됐다. 외국인의 국고채 보유 잔액은 8월 말 기준 214조9000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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