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명 대표 단식 중단하고 여야는 ‘정치 복원’ 전기 삼길
지난달 31일 시작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이 15일을 넘겼다.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당 대표실로 단식 장소를 옮길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전면적 국정쇄신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보름째 이어진 제1야당 대표의 단식은 정부 실정에 대한 민심의 분노를 절박하고 진정성 있게 환기시켰다고 본다. 민주주의 퇴행과 산적한 민생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단식을 중단하고 기력을 회복하길 권한다.
정치적 목적이나 당리당략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단식은 야당 대표가 엄혹한 정치 상황을 타개하고 민심 우려를 전하는 정치행위가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단식을 시작하며 “국민 삶이 무너지는 데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어떤 표현도 없어 알 수 없다. 외려 쇄신과 먼 ‘오기·꼬리 자르기’ 개각을 단행한 데서 보듯 불통 국정을 고수했다. 야당 대표 단식은 정치 중단을 알리는 위기 신호임에도 외면하거나 수수방관했다고 볼 수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건강을 해치는 단식을 중단하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단식 보름이 되어서야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단식 중단을 처음 요청한 것이다. 설령, 야당 대표의 단식 사유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한 번은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집권여당 대표의 역할이 아닌가. 당 회의 석상에서 말하는 방식도 정치 도의에 맞지 않는다. 형식적·상투적인 요구가 아니라면, 김 대표가 오늘이라도 이 대표를 찾아가 손을 내밀고 단식 중단을 제안하는 것이 어떨까 묻게 된다.
정기국회는 다음달부터 내년 총선 전 마지막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진행된다. 야당이 정부의 실정을 제대로 견제하려면 구심력이 필요하고, 이 대표의 역할과 리더십이 중요한 때다. 보름을 넘긴 단식이 이 대표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학적 권고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의원·당원들과 문재인 전 대통령, 원로들의 단식 중단 요청을 이 대표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길 당부한다. 아울러 정부 정책을 검증하고 민생·경제·안보 위기 해법을 찾는 정기국회가 되려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안 된다. 극한 여야 대치 속에 이 대표 단식이 시작됐지만, 단식 중단은 정치 복원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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