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후 이용자 30% 감소…대상·범위 확대 추진(종합)
각계 찬반 뚜렷…정부 "근거 마련 위한 법제화 시급"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개시 후 첫 두 달간(6∼7월) 이용자가 시범사업 전보다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에서 비대면진료 대상과 범위가 지나치게 좁게 설정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대상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각계의 찬반 논란도 여전한 상황이다.
시범사업 실시 후 월 평균 이용자 30% 이상 감소
보건복지부가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개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에서 공개한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 시범사업이 시작된 후 6월 14만373명, 7월 12만7천360명이 비대면진료를 이용했다.
코로나19로 대면진료가 원활치 못해 비대면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2020년 2월부터 시범사업 시행 전인 올해 5월까지의 월 평균 이용자는 20만1천833명이었다. 시범사업 기간 이용자가 한시 허용 기간보다 30% 이상 감소한 것이다.
건수로 보면 6월 15만3천339건, 7월 13만8천287건 등 총 29만1천626건이었고, 전체 진료 건수 중 차지하는 비율은 0.2%였다.
한시 허용 당시 비대면진료는 이용 대상에 제한이 없었지만,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재진을 원칙으로 하고 일부 대상에만 예외적으로 초진을 허용했다. 이에 두 달간 비대면진료 환자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재진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6월 기준 의원급 재진은 82.7%(12만6천648건), 초진은 17.3%(2만6천510건)이었고 재진 환자 중 만성질환자가 48.6%였다.
비대면진료 이용자를 연령별로 보면 60대 6월 16.8%·7월 17.3%, 50대 6월 15.4%·7월 15.6%)로, 50대와 60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과목은 내과 전문 37.8%, 일반의 29.2%, 소아청소년과 13.9% 순으로 많았다.
다만 복지부가 발표한 통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집계한 건강보험 이용 통계로, 산업계나 의약계의 분석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김성현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비대면진료TF장은 비대면진료 플랫폼 이용 전체적 경향을 보면 20∼40대의 이용이 60대보다 더 많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정부는 건강보험 통계를 뽑았고, 산업계와 의사단체, 약사단체 등이 자체 조사를 한 결과는 각 이용자나 공급자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며 "결국 확실하고 전반적인 근거 통계를 마련하기 위해 의료법 개정을 통한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초진 허용 지역 '의료 취약지'로 확대…야간·휴일도 허용 검토
현재 비대면 초진은 섬·벽지 거주자, 장애인, 고령층 등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소아 환자는 휴일·야간에 처방은 제외한 '의학 상담'에 한해 비대면 초진이 가능하다.
이러한 초진 대상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주장은 플랫폼업계를 중심으로 계속 나왔다.
특히 섬·벽지와 비슷하게 의료기관이 없는 시골 거주자는 비대면진료 초진이 필요한데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야간·휴일 진료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대면 진료를 받은 적이 있거나, 초진 허용 대상인 경우에 가능하나 야간·휴일에 의료기관 대부분이 문을 닫아 비대면진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만성 질환자는 1년 이내, 기타 질환은 30일 이내에 동일 질환으로 대면진료 경험이 있어야 비대면진료로 재진이 가능하다는 기준 역시 지나치게 엄격하고 모호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비대면진료 초진 허용 지역을 전국적인 의료 취약지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수도권이라도 의료기관이 부족한 곳은 비대면진료 초진이 허용될 전망이다.
또한 야간·휴일·연휴에 비대면초진을 가능하게 하고, 재진 환자 기준 역시 현실성을 감안해 완화 조정하고 의사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약계·산업계 이견 뚜렷…법제화 전 시범사업서 다양한 시도 제언도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의약계, 산업계 등 각계는 비대면진료 확대를 두고 찬반 인식 차를 드러냈다.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부회장은 "비대면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 수단이어야 하고 재진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원칙"이라며 "환자 안전을 위해 초진 대상을 확대해서는 안 되며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 등을 철저히 평가·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 김대원 부회장은 "비급여진료가 약물 오남용 창구가 되고 있고 비급여 약은 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빠져 있다"며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불편이 다소 있더라도 안전이 최우선이지 소비자 만족도가 최우선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장지호 공동회장(닥터나우 이사)은 "시범사업 기준이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좁게 설정돼 의료진과 환자 모두 고충을 겪고 있다"며 "플랫폼 업계는 이전부터 제기되는 안전성, 오남용 우려 등을 반영해 서비스를 계속 개선하고 있으며 이제 비대면진료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사무총장 역시 "시범사업에서는 서비스나 너무 제한적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대상 확대에 더해 약 배송까지 가능하게 해야 비대면진료가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본 사업 법제화 이전에 시범사업에서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해서 결과를 검증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의료계와 약사계가 안전성을 우려로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데 오히려 시범사업으로 야간·휴일 초진이나 약 배송이 실제 위험한지 검증해서 결과를 보는 게 바람직하다"며 "시범사업 단계에서 찬반을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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