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지방 생존전략 선포, 여야 하루빨리 머리맞대고 논의하길

연합뉴스 2023. 9. 1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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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4일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내놓았다.

지방시대위는 기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를 합친 대통령 직속 기구로, 지방 소멸 방지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국정과제와 각 지역 공약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위원회가 발족 두 달 만에 구체적인 정책을 내놨다는 것은 그만큼 지방이 느끼는 위기감이 심각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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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대 선포식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부산=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3.9.14 k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14일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내놓았다. 지난 7월 지방시대위원회가 간판을 내건 지 두 달 만이다. 지방시대위는 기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를 합친 대통령 직속 기구로, 지방 소멸 방지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국정과제와 각 지역 공약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위원회가 발족 두 달 만에 구체적인 정책을 내놨다는 것은 그만큼 지방이 느끼는 위기감이 심각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지자체 간에 각자 사정과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지금 이를 논할 만큼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표출된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지방시대 9가지 정책 중에서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 도입이 특히 눈에 띈다. 기회발전특구는 파격적 세제 및 재정 지원, 규제 특례 등 10가지 이상의 인센티브를 줘 기업의 지방 이전과 투자를 촉진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 기업이 부동산을 매각하고 특구로 이전하면 양도세 혜택을 주고 이곳에서 창업하는 회사에 소득·법인세를 5년간 전액 감면해준다는 것이다. 교육자유특구는 지방에서도 수도권 못지않은 좋은 학교를 세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당장 올 하반기에 공모를 내 내년부터 교육자유특구 4∼5곳을 시범 운영할 계획인데, 특구로 지정되면 소속 지자체와 교육청에 공교육 틀 안에서 자율권을 대폭 부여할 계획이다. 이밖에 도시 변두리가 아닌 도심에 산업, 주거, 여가 시설을 아우르는 도심융합특구와 지역문화와 연계된 문화특구를 조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중앙정부가 가진 각종 자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중앙정부 관료조직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지방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라고 한다.

인구소멸에 직면한 지방의 현실은 암담하다 못해 절박한 수준이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극에 달한 탓이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는 취업자의 50.5%가, 100대 기업 본사 중 86%가 있다. 반면 지방의 경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생들이 서울로 몰리면서 상당수 사립대가 폐교 위기에 놓였고 지방을 대표하는 국립대조차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8년 이후 초중고 폐교 수도 지방이 171개(89%)로 수도권 22개(11%)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지방의 이런 총체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선 우선 경제 인프라를 구축해 일자리를 공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자리가 있으면 청년이 유입되고, 그들이 주택 및 사교육 부담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인구가 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 마련이다. 정부의 지방시대 전략도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도출된 결과물일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수도 이전과 함께 지역균형 대책을 내놓은 지 20년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 국민이 체감하는 것이라곤 정부 기관의 세종시 이전과 공기업 본사의 지방 분산 배치 말고는 딱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전략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정치권이 수도권 중심의 선거 셈법을 내려놓지 않으면 한낱 구호에 그칠 뿐이다. 정부의 지방시대 전략이 실현되기 위해선 세제 개편 등 입법이 선행돼야 한다. 여야는 지방의 생존을 위해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보완할 점은 없는지 살펴보고, 필요한 입법은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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