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조사에 뿔났다…EU-中 무역전쟁 위기
'고율관세 카드' 꺼낼 가능성도
中 "노골적 보호주의" 반발
"보조금 효과 아닌 산업 경쟁력"
유럽연합(EU)이 중국 전기차업체를 타깃으로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하자 중국이 “중국과 EU의 협력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특히 중국은 이번 EU의 조사가 ‘공정 경쟁’을 가장한 ‘보호주의 행태’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EU가 계획대로 중국 전기차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면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중국·EU 간 ‘전기차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4일 “EU가 하려는 조사는 ‘공평 경쟁’을 명목으로 삼아 실제로는 자기 산업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적나라한 보호주의 행위”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어 그는 “중국과 EU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 수호라는 큰 사정에서 출발해 대화와 협상을 하기를 촉구한다”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중국 자동차업계 단체인 전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의 추이둥수 비서장은 성명을 통해 “중국 신에너지 차량의 강력한 수출은 대규모 국가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산업 체인이 고도의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EU는 중국 전기차산업의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일방적인 경제·무역 수단을 쓰기보다 중국 전기차산업의 발전에 객관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연례 정책 연설에서 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반보조금 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받은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게 EU의 문제의식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이 유럽 태양광업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잊지 않았다”며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는 최소 9개월 이상의 고강도 조사를 할 전망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 관세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은 중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 10%를 부과하는데, 이번 조사를 토대로 중국산 전기차에 미국(27.5%) 수준의 고율의 관세를 매길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이 EU를 상대로 쓸 수 있는 상응 조치는 풍부하다는 평가다. 양국 경제가 그만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EU 제조업체들이 원자재와 1차 부품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 완성차업체의 주요 소비 시장이 중국이라는 점도 EU엔 부담이다. 과거 중국은 2013년 EU가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 과세를 부과하자 유럽산 와인과 자동차 부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로 맞대응했다. 영국의 컨설팅업체 플린트글로벌의 샘 로우 파트너는 이번 EU의 반보조금 조사를 두고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며 “중국의 보복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EU도 더 이상 중국 전기차의 시장 장악을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친환경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전기차 시장에서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등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국에 뒤처지고 있어서다. 전기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 5년간 EU의 중국 자동차 수입량은 네 배가량 증가했다. EU는 지금의 가격 정책이 유지될 경우 역내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작년 8%에서 2025년께 1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의 마커스 버렛 이사는 “유럽은 미국으로부터 동일한 입장을 견지하고, 중국 완성차업체의 장애물을 더 크게 만들라는 압박을 받아왔다”며 “이런 압박이 EU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오현우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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