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강요된 감정

김충제 2023. 9. 1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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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해 간추린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현실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상황과 감정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의 상황에 공감하거나 공분하며 자신의 욕구를 간접적으로 충족한다.

드라마를 보는 목적이 인지적으로 문제 인식과 사고의 폭을 넓히고, 정서적으로 자신의 감정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공감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드라마 전체를 시청할 충분한 시간을 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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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해 간추린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무비스토어, 드라마로드, 드라마시티, 드라마봐야지 등등 드라마를 요약해 제공하는 콘텐츠도 넘쳐난다. 시시각각 변하는 짧은 영상에 익숙한 사람들은 집중력이 부족해 장시간 드라마의 원본을 다 보기 힘들어하고, 느긋하게 다음 편을 기다리는 것을 참지 못한다. 또 드라마를 제공하는 채널의 다양성으로 접근하는 데 비용을 써야 하는 부담이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바쁜 일상과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는 현실에서 짧은 시간에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드라마 요약본 시청을 선호하는 듯하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드라마를 봐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요즘 사람들에게 드라마는 핫이슈이다. 친구들이나 직장에서 인기드라마의 내용을 모르면 소외되기도 한다. 가족 간에 드라마라는 공통 이야기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상호작용과 소통을 촉진한다.

드라마를 보는 다양한 목적이 있겠지만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 몰입하며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와 현실적인 문제들을 잠시 잊을 수 있다는 매력이 큰 듯하다. 현실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상황과 감정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의 상황에 공감하거나 공분하며 자신의 욕구를 간접적으로 충족한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공감력을 키우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좀 더 부드럽고 원활하게 영위해 간다.

드라마 요약본을 보는 것도 같은 효과가 있을까?

드라마 전체를 보다 보면 각 캐릭터들의 성장과 변화, 서브 플롯, 미묘한 상황들까지 자세히 알게 된다. 시각적으로 구현된 캐릭터와 상황들을 통해 현실과 유사한 경험을 하면서 서서히 드라마 속 캐릭터들에 대해서 감정적 공감이 증가한다.

반면 요약본은 주요 내용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세세한 부분들이 생략되고, 요약자의 주관과 해석으로 작성될 수밖에 없다. 요점을 잡아서 간추린 요약본이 있는가 하면 기준 없이 짧게 줄인 축약본도 있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그런 과정에서 형성된 관점들은 사라지고, 주인공 위주의 관점과 정서만 남는다. 따라서 시청자는 강조하는 내용에 따라 원본과는 다른 이해와 인식, 강요된 감정을 전달받게 된다.

예를 들어 '신병2'에서 상병장들의 부조리 및 가혹행위 가해자 명단을 누군가 중대장에게 전달하는데, 누가 그랬는지 내부고발자를 찾는 내용이 나온다. 드라마 요약본에서는 상병장들이 이전에 내부고발을 한 김동우를 의심하고 범인을 찾아오라고 협박하는 내용을 소개한다. 이를 보면 김동우가 초조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왜 후임들에게 짜증을 내는지 상황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는 있다. 그래서 김동우는 불안하다고 감정을 강요한다. 하지만 실제 드라마를 전부 시청해야 느낄 수 있는 김동우의 결사적인 마음이나 자신이 가장 싫어하던 모습을 스스로에게서 발견했을 때 느끼는 자기혐오 같은 감정을 시청자는 느낄 수 없으며 공유하지도 못한다.

공감에는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는 사람을 보면서 감정을 공유하며 거울처럼 반사해 같이 우는 것은 정서적 공감이고, 왜 울게 되었는지 상황을 파악하고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인지적 공감이다. 두 가지 공감은 서로 보완적이며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적인 연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드라마 요약본으로는 인지적 공감은 가능할지 모르나 정서적 공감을 하기는 어렵다.

드라마를 보는 목적이 인지적으로 문제 인식과 사고의 폭을 넓히고, 정서적으로 자신의 감정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공감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드라마 전체를 시청할 충분한 시간을 내어야 할 것이다.

이소영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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