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클린스만 감독 "아시안컵까진 믿어달라…질타는 대회 후에"
"독일 대표팀 오퍼? 지금은 아시안컵 우승만 생각해"
(인천공항=뉴스1) 안영준 기자 = 최근 많은 논란에 휩싸여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는 믿고 응원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유럽 A매치 2연전을 마치고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축구대표팀은 8일 웨일스를 상대로 0-0으로 비긴 뒤 13일 사우디아라비아에 1-0으로 승리,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6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부임 후 전적은 1승3무2패.
손흥민(토트넘) 등 해외파 선수들은 영국에서 곧바로 각 소속팀으로 복귀했고 김영권(울산), 이순민(광주) 등 국내파 12명이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클린스만 감독은 당초 유럽에 남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경기 등을 체크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3일 급히 일정을 바꿔 선수단 귀국길에 동행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일정을 바꾼 이유에 대해 "해외 원정을 마친 뒤엔 보통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귀국한다고 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진한 경기 내용과 결과로 최근 비난 여론이 거센 점에 대해 그는 "그동안 부상자도 생기고 새로운 선수들이 계속 들어오면서 새 조합으로 팀을 꾸려야했다"면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래도 긍정적인 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우리 팀은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경기력이라면 아시안컵 전망도 어둡다는 의견이 많은데, 클린스만 감독은 우선 아시안컵까지는 믿고 지지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지금은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큰 대회가 끝난 후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아시안컵까지는 긍정적 여론이 조성돼 대표팀이 힘을 받는 게 중요하다. 아시안컵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때 질타를 받아도 늦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 자신을 둘러싼 크고 작은 이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대표팀의 새 사령탑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혀 논란이 됐고, 웨일스전 후 아론 램지의 유니폼을 아들을 위해 챙겼다는 소식이 전해져 비난을 받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대표팀 부임설에 대해선 "아시안컵만 생각하고 있다"고 일축했고 '유니폼 이슈'에 대해선 "아들이 뛰는 팀의 웨일스인 물리치료사가 부탁했을 뿐이다. 이슈가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다음은 클린스만 감독과의 일문일답.
-한 달 만에 한국 땅을 밟은 소감은? ▶한국에 와서 기쁘다. 이렇게 많이 모인 기자들을 영국에서 봤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매번 소집 때마다 기분이 좋다. 긍정적인 요소를 많이 찾을 수 있다. 3·6·9월에 소집을 했는데 우리가 내부적으로 얼마나 많은 발전을 했는지 느꼈다.
-유럽에 더 체류하려던 일정을 변경해 귀국한 이유는? ▶많은 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보통 해외 원정을 마치고 나면 감독인 선수단이 귀국할 때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사실 이번 주에 바이에른 뮌헨과 바이어 레버쿠젠의 경기를 관전할 예정이었는데, 바꾼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일정은 아니었다.
또한 독일이나 미국에서 일할 때는 평가전을 치른 뒤에 많은 분들의 환영을 받는 경우가 없었다. 한국의 다른 분위기는 내게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며, 이 역시 일정을 바꾼 이유 중 하나다.
-이후로 다시 해외에 갈 일정이 있는지? ▶일단은 계속 왔다 갔다 할 일정이 있다. 외국에서 봐야 할 경기들이 있다. 사실 영국에서 코칭스태프들과 다음 상대를 분석할 예정이었다. 이제 평가전은 두 번 밖에 안 남았고 (월드컵 예선이 열리는) 11월부터는 실전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거기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기 위해 잘 분석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여론이 좋지 않은데, 이에 대해 알고 있는가? ▶3월에는 지난 월드컵에 나섰던 선수들이 그대로 나섰고 6월과 9월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주요 선수들이 빠지면서 새로운 선수들을 실험해야 했고, 매번 소집할 때마다 새 조합으로 구성됐다. 그런 가운데 팀이 어떻게 해야 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고, 긍정적인 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수들도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
내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평가전 결과가 아닌) 아시안컵이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긍정적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대회를 끝내고 다음 큰 대회를 준비할 때는 많은 변화와 이슈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큰 대회에 가서 좋은 결과를 냈을 때 평가를 받아야 한다.
-아시안컵 결과에 따라 거취가 달려있다고 봐도 되나? ▶아시안컵이 나의 가장 큰 기준점이자 목표다. 아시안컵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당연히 팬과 미디어로부터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게 감독의 숙명이다.
하지만 나는 아시안컵과 같은 큰 대회를 사랑한다.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많은 대회를 경험했다고 자부한다. 우선 아시안컵까지 손흥민과 김민재 등 주요 선수들이 건강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선수들이 부상 없이 좋은 컨디션으로 준비를 잘 한다면 분명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더해 아시안컵까지 긍정적인 여론으로 대표팀이 힘을 받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아무리 잘 뭉쳐도 외부에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면 팀은 흔들린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독일이 그 예다. 독일은 대회 전 팀을 둘러싼 모든 여론이 부정적이었고 결국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국가대표팀은 국민의 팀이다. 국민들이 함께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성적이 안 나오거나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면 그 때 질타를 받아도 늦지 않는다. 하지만 아시안컵이 열리기 전까지는 팬, 선수, 미디어, 관계자가 긍정적인 분위기를 함께 조성하며 시너지를 냈으면 좋겠다. 그래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독일 대표팀에서 오퍼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나는 지금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가져올 생각 뿐이다.
-아론 램지의 유니폼은 잘 챙겨왔는지? ▶아들의 팀 물리치료사가 램지의 유니폼을 원해 구해주게 됐다. 이게 왜 이렇게 큰 이슈가 됐는지 모르겠다. 이와 관련된 기사가 나오고 나서 내 아들이 SNS로부터 악플을 받았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동안 난 40년 넘게 축구계에 있으면서 수많은 유니폼을 교환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PSG에서 이강인의 내년 아시안컵 차출을 늦추는 협상을 진행 중인가? ▶들은 바 없다. 이강인이 회복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PSG 감독과 문자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시안컵은 FIFA 주관 대회기 때문에 차출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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