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 아시아 전체 대표 될수없어 … 韓·호주 포함 'G7+' 필요"

한예경 기자(yeaky@mk.co.kr) 2023. 9. 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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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과 한국의 정책 도전' 특별 토론
APEC 美·中 정상회담 회의적
시진핑, 샌프란시스코 안갈것
북·러시아 밀착 심각한 수준
美가 북한문제에 적극 나서야
韓美 전직 외교장관·비서실장
미국 대선 이후 놓고 솔직 대담
지난 13일 세계지식포럼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한미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들의 비공개 토론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채텀하우스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조태열 전 주유엔대사,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비서실장인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왼쪽부터) 등이 참석했다. 이충우 기자

"일본이 아시아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지 않겠나. 주요7개국(G7)에 한국·호주 등을 포함시키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미 양국의 전 외교부 장관, 주유엔 대사, 백악관 비서실장 등 최고위 전직 당국자와 재계 관계자들이 지난 13일 세계지식포럼이 마련한 '2024년 미국 대선과 한국의 정책 도전'에 관한 비공개 토론회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 이 토론회는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비밀에 부치는 '채텀하우스 룰'이 적용됐다.

토론자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년간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공조의 틀을 마련하는 등 큰 성과를 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러시아와 북한의 공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토론자는 "한·미·일 3국 공조가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국내 정치적 지지가 중요한데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로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며 "바이든 팀도 3국 공조 성과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의 이러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토론자도 "만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캠프 데이비드 3국 공조 성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 토론자는 전날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세계지식포럼 세션에 참석해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을 설명하면서 "한국 기업인들은 기업 수익보다 자유를 우선시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워싱턴에서 만나는 소수 기업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 기업인들이 자유를 위해 수익을 희생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미·중 갈등의 불투명한 양상 때문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도 내년 대선이 끝나고 나면 대중국 정책을 바꿀 것이냐"고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가 선거 전략으로 중국 때리기를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다른 토론자는 한·미·일 공조를 위해 한국의 G7 가입 지원이 필요하다며 최근 중국을 위주로 하는 브릭스(BRICS) 체제의 외형 확대에 대한 대안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토론자는 "G7에 아시아가 일본 하나뿐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한국과 호주를 포함한 G9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토론자는 "G9이 된다면 세계경제를 부활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이 산업계의 파워하우스이자 최첨단 기술 강국임을 감안해 G7 확대를 의제에 올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토론자는 "한국이나 미국 모두 국민들이 캠프 데이비드 선언 같은 것 말고 결과를 중시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과 미국에 비해 일본은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 토론자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라며 "윤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어려움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도 국내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전 세계 어디를 봐도 민주주의 진영 정치 지도자들 지지율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이 토론자는 또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늘리면서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이 되고 있다"며 전통적인 스윙스테이트 조지아에 SK·한화 등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과 관련해 한 토론자는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 토론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에 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시아에 있는 제3국 정도면 모를까 미·중 정상회담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사되는 것에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일련의 고위급 인사들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양국 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함"이라며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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