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기차에 밀릴라" 절박한 EU, 15% 추가관세 예고
완성차 EU 경제 규모 7% 차지
가격 20% 저렴한 中전기차
유럽 점유율 2년내 15% 전망
중국 보복 우려에 독일 난색
비야디 등 中업체 주가 급락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디리스킹(위험 완화)' 기조를 유지하며 신경전을 벌여온 중국을 겨냥해 사실상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EU로선 핵심 산업인 자동차 산업마저 내줄 수 없다는 절박감을 반영한 조치로, 중국과 정면 충돌 위기로 치닫고 있다.
유럽에서 자동차 산업은 약 13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핵심 산업이다. EU 경제 규모의 약 7%에 달하며, 전체 연구개발(R&D) 지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EU는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으로, 내연차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로 산업을 전환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이 전략의 가장 큰 위협 요소가 바로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 내 전기차 가격보다 약 20%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유럽 내 점유율도 높이고 있다. EU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내 점유율은 2019년 거의 0%에 불과했는데, 작년 기준 약 8%로 급증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아무런 제동장치가 없으면 2년 내 판매 비중이 15%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U 외교가에서 "유럽의 자동차 산업을 망하게 둘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U 내 중국산 전기차 비중이 확대되면서 중국 대표 배터리 기업 CATL의 유럽 시장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올해 상반기 CATL이 유럽 시장에서 34.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8.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현재 중국에서 EU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는 이미 1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조사 이후 EU는 약 10~15%의 추가 관세를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이 현재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율인 27.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EU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자국 시장을 보호하는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연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출 시장으로서 EU의 매력도가 떨어지면 중국 전기차는 영국을 비롯한 주변 시장으로 향하게 되는데, 이들 국가에서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적인 조치가 도미노처럼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 내 생산기지를 갖춘 EU 업체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로펌 '베이커 매켄지'의 무역 전문 변호사인 아누드 윌렘스는 "EU의 방침에 따르면 중국 내 EU 전기차 생산업체 역시 중국 수출업체로 간주돼 EU가 부과한 관세율과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자국 기업에 피해를 미칠 가능성까지 감수하면서 중국 전기차 산업 봉쇄에 나서려는 것이다.
다만 집행위가 관세를 부과했을 때 EU 내 회원국이 이에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폭스바겐과 BMW, 메르세데스와 같은 기업을 보유한 독일은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중국의 보복 조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FT는 익명의 EU 외교관을 인용해 "일부 EU 회원국이 중국의 보복을 우려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EU가 보조금 조사에 나서자 중국 상무부까지 가세해 반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4일 "EU가 하려는 조사 조치는 '공평 경쟁'을 명목으로 삼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산업을 보호하려는 적나라한 보호주의 행위"라며 "중국·EU의 경제·무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복을 시사했다. 유럽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조짐에 중국 전기차 관련주는 14일 중국 본토 증시에서 일제히 급락했다. '중국판 테슬라' 비야디 주가는 이날 중국 본토 증시에서 전날 대비 3.15% 하락해 주당 243.63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비야디는 프랑스·독일·스페인 등을 공장 용지로 검토하면서 유럽 진출에 눈독을 들여왔다.
[한재범 기자 /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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