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서류없이 쉽게 받자"...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 '진통'

김지영 기자 2023. 9. 1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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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윤창현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우리기업에 힘이되는 증권형 토큰(STO)'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3.6.5/뉴스1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놓고 국회에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어렵사리 국회 정무위원회를 여야 합의로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시 반발에 부딪혔다. 여당과 소비자·시민단체 등은 소비자 편익 증진을 이유로 통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야당과 의료업계는 의료정보유출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법사위 전체회의가 법안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을 발의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소비자단체연합 관계자들과 '소비자 편익과 권리증진을 위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조속한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과 소비자단체연합은 "특정 이해기관들의 이익적 측면이 아니라 오로지 소비자의 편익 제고와 권익 증진의 대승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정부, 의료계, 보험업계, 소비자, 시민단체 등의 합리적인 사회적 협의와 소통을 이뤄내 수 있다"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입법돼야만 법적인 책임 하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된 사회적 과제들을 실질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실손보험 전산화는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전문 중계기관에 위탁해 청구 과정을 전산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실손보험 전산화 법안이 통과되면 보험 가입자들은 복잡한 절차 없이 병원에 요청하는 것만으로 실손보험 청구를 마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진료를 마친 뒤 병원이나 약국에 직접 방문해 종이 서류를 발급받고 보험설계사나 보험사의 팩스·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개정안에는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가입자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보험사와 의료기관 사이 데이터를 관리할 '전문 중계기관'은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지난 6월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이 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지난 1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심사했지만 처리가 보류됐다. 다만 제2소위원회로 회부하지 않고 전체회의에서 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 예정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지 주목된다. 지난 2009년부터 관련 법안이 꾸준히 국회에 올랐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 악용을 이유로 번번이 무산된 터다.

의료계에선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으로 민감한 의료정보가 전자적인 형태로 보험사에 제출된다면 개인정보가 손쉽게 수집·축적될 수 있고 해당 정보가 보험료 가입 거절이나 보험료 인상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김종민 보험이사가 국회 앞에서 개인정보 유출 및 진료기록과 관련한 의료기관의 권한 침해 가능성을 지적하며 보험업법 개정안 저지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의료 정보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사들이 전자적으로 가공된 정보를 많이 축적하고 이를 이용하면 많은 이익을 낸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정보가 제대로 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이 의료 관련 정보를 열람하거나 제공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현행 의료법·약사법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의원은 "의료법 21조 2항과 약사법 30조 3항의 경우 의료와 관련된 정보 열람이나 제공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보험업법 개정안은) 광범위한 예외를 만들면서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의료법과 약사법 취지와 충돌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에 윤 의원은 "개인정보 집적 문제 등을 지적하는데 온라인으로 하면 직접이 되고 오프라인으로 하면 안 된다는 식의 가정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하고 "소비자 편익은 물론이고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지향하는 측면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이제 해야 될 일"이라며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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