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후보자 과거 발언 논란…쿠데타 옹호·채상병 사건 軍감싸기
노무현·문재인 '악마' 비유…중대장 시절 부하사망 진실공방
내일 국방부 영내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청문회 대비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차기 국방 수장에 발탁된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여러 발언이 논란에 휘말렸다. 9·13 부분 개각에 따라 앞으로 펼쳐질 인사청문 정국의 중심으로 들어설 조짐이다.
육군 중장 출신인 신 후보자는 보수집회에서 12·12 군사반란과 5·16 군사정변을 옹호하고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막말에 가까운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해선 "어마어마한 군의 과오냐"고 반문했고,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을 "저질 3류 정치인"에 빗댔다.
군사 쿠데타 옹호 논란…노무현·문재인 깎아내리기
유튜브 '신인균의 국방TV' 계정을 보면 신 후보자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하기 한 해 전인 2019년 전두환 신군부의 12·12 쿠데타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 돌아가신 공백기에 나라 구해야 하겠다고 나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쿠데타에 대해선 "정치법적으론 쿠데타인데 우리가 농업화 사회에서 산업화 사회로 바뀌었기 때문에 사회 경제 철학적으론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신 후보자는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쿠데타는 절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고, 대한민국 현실에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유튜브 '너만몰라TV' 계정에 올라온 영상에서 신 후보자는 2019년 극우성향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 참석해 "문재인 모가지 따는 건 시간 문제"라고 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의 행복을 위해서만 사는 간첩이 아니라면 어떻게 국민의 생명을 허물어요"라며 "우리는 문재인 일당을 국사범(國事犯)·국가를 침해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 반드시 역사와 법의 심판대 위에 세워서…"라고 말했다.
2019년 또 다른 영상에서는 "오늘날 문재인이라는 악마를 탄생시킨 초대 악마인 노무현이라는 자가 대통령이 된 것"이라며 "이 자가 전시작전권을 전환하겠다고 시작해서 이 문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분위기다.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기존의 사고 틀을 벗어나서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해야지, 극우 유튜버 같은 시각을 갖고 국정에 임하면 안 된다. 특정 정당 소속일 때와 다르지 않으냐"며 "그걸 집중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국방위원인 민주당 기동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후보자가 과거 보여준 극우적 언사에 비춰볼 때 군의 정치적 중립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것이 우려된다"며 "신 후보자의 발언은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다. 반헌법적 인사가 국방부 장관에 임명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홍범도 흉상·해병대 채 상병 사건 발언도 뜨거운 감자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주장해온 신 후보자가 국방 수장이 되면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 장군 흉상도 국방부 밖으로 들어낼지,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 명칭을 변경할지를 놓고도 질문 공세가 예상된다.
신 후보자는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홍범도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 걸라고 하는 등 문 전 대통령이 국군을 어떻게 만들고자 했는지 다 드러났다"고 맹비난했고, 그달 국정감사에서도 "레닌한테 권총 받은 홍범도 흉상을 굳이 육사에 왜 만들라고 했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신 후보자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최초로 제기하고 적극 주도한 인물"이라며 "이런 자가 국방부 장관이 되면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들을 정치적 목적에 동원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 후보자는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에 대해서도 지난달 25일 "이게 안타깝지만 손잡고 가다가 웅덩이에 푹 빠져서 안타까운 죽음을 했다"며 "그런데 이게 8명이나 다 (과실치사 혐의자로) 처리할 만큼 어마어마한 군의 과오냐"라고 했다.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항명' 혐의로 입건된 이후 국방부 검찰단 조사를 거부한 것을 두고선 "저질 3류 정치인이나 할 법한 망동"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야당은 지난 7일 '해병대원 사망사고 태스크포스' 주도로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특별검사)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중대장 근무 당시 부하 사망 진실공방…보도매체 고소
신 후보자는 군 복무 시절 부대원 사망 사고에 일부 지휘 책임이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27일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 결정문을 인용해 1985년 10월 24일 신 후보자가 중대장으로 있던 경기도 포천 육군 8사단 21연대 2대대 5중대 공지합동훈련 도중 병사가 사망한 사건이 왜곡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부대는 숨진 병사가 유기돼 있던 불발탄을 밟아 사망한 것으로 처리했지만, 사고를 목격한 부대원의 진정으로 재조사에 나선 진상규명위는 고인이 중대 화기소대에서 정확한 사거리 측정 없이 급격하게 쏜 박격포 포탄에 맞아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중대장이던 신 후보자가 사건 발생 이튿날쯤 부대원들을 모아두고 입단속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망인이 불발탄을 밟고 숨졌는지, 박격포에 맞아 숨졌는지가 쟁점"이라며 "당시 부대 관계자들을 조사했더니 박격포로 인해 숨졌다고 똑같이 증언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신 후보자는 오마이뉴스에 "한순간도 수긍하지 않았으며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며 "결정문 내용 자체가 당시 군 훈련의 절차, 단계별 병력 편성과 무기 운용, 무기 제원, 정황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또 지난 11일 별도 입장문을 내 "오마이뉴스는 신빙성 없고 왜곡·과장된 진술들에 근거한 허위성 보도를 했다"며 "반복적인 사실상의 정치 공세를 말고, 법정과 경찰 수사 과정에서 '신원식 중대장이 사인을 조작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마이뉴스 기자들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형사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신 후보자·국방부, 청문회 준비 박차…내일 첫 출근
신 후보자는 국방부 영내 육군회관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오는 15일 아침 첫 출근한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신 후보자가 12·12사태나 전임 대통령에 대해 과격한 표현을 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현재는 후보자 신분이기 때문에 국방부가 과거에 후보자가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말씀드리거나 하는 것은 아직 이른 것 같다"며 "청문회 준비 과정이나 이런 데서 그런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국방부는 12·12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신원식 후보자께서 말씀하신 부분은 개인 자격 또는 개인 입장에서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 말씀을 하실 때는 국방장관 후보자는 아니셨던 것으로 알고 있고, 그것에 대해서 아마 청문회 과정이나 이럴 때 그 말씀의 배경이나 진위 같은 것을 앞으로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 대변인은 '홍범도 장군에 대해서 자유시 참변으로 독립군의 씨를 마르게 한 공산당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청문회 준비팀이 정식으로 구성되면 청문회 준비팀을 통해서 그런 진위 또는 배경 등에 대해서 확인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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