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韓 영화의 새로운 재미, 김지운 감독 칼 갈았다 [종합]

최하나 기자 2023. 9. 1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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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지금껏 이런 영화는 없었다. 한 장르로 규정 지을 수 없을 정도로 처음 맛보는 한국 영화다. 또한 앙상블 코미디의 정점을 찍은 ‘거미집’이다.

14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의 언론시사회에서는 김지운 감독을 비롯해 출연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작품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고증과 상상력을 디테일하게 구현한 프로덕션이 눈길을 끈다. 시대상을 반영한 세트장과 ‘거미집’처럼 얽힌 상징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즐겁게 만든다.

이날 김지운 감독은 영화의 시작에 대해 “영화에 대해서 다시 재정립하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정말 영화란 무엇이고, 나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되물어보는 시간이었다. 어떻게 하면 한국 영화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거미집’을 통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김지운 감독은 극 중 김열 감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고. 이에 대해 김지운 감독은 “실제로 영화 속 김 감독이 하는 이야기들이 제가 실제로 하던 이야기랑 비슷한 것이 몇 개 있다. 현장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김 감독 통해서 이야기를 했다. 저도 ‘놈놈놈’까지는 배우들이 정말 시나리오가 가혹하다고 할 정도로 고생을 시키던 감독으로 유명했다. 저는 질량총량의 법칙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때까지 경험상으로 힘들고 어렵게 찍은 것들이 온전히 화면 안에 에너지가 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최근에 ‘반칙왕’과 ‘장화홍련’ ‘달콤한 인생’을 오랜 만에 봤는데 그때 느꼈던 감정들과 쏟아냈던 에너지들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걸 김 감독 통해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지운 감독은 “폭발 신이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과하게 폭발이 일어났다. 모두들 폭발 뒤 불씨가 남으면 안 되니까 다 뛰어가는데 저만 ‘잘 찍혔지?’라고 하는데, 순간적으로 광기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안 그렇다는 건 아닌데 정말 치열하게 집요하게 미친 듯이 영화를 찍었다”고 했다.

또한 김지운 감독은 “김 감독이 이미 만든 영화 속 ‘거미집’은 가부장적인 집안의 여성의 순애보를 다룬다. 강렬한 여성의 이야기로 바뀌면서 영화 속 영화 ‘거미집’으로 바뀐 거다. 치정 멜로에서 스릴러로 변해가는데, 뭔가 구태의연하고 뻔한 걸 뒤집고 새로운 인물상을 만드는데 자기의 세계를 뒤집어 보고 새로운 걸 찾아보려고 하는 김감독의 욕망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영화자 잘되면 영화 속 영화인 ‘거미집’을 장편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거미집’에 대해 “김 감독의 개인적인 야망, 욕심으로 배우들을 다시 불러서 결말을 바꾸기 위해 촬영을 하는데, 바꾸고 싶었던 결말 자체도 상당히 김 감독의 입장에서 포괄적이고 도전의 장면이다. 이 모든 건 김 감독의 욕망 때문에 모인 거다. 여기에 영화 속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도 개인의 작은 욕망들이 엮인다. 결국 욕망의 카르텔을 통해 모든 인간의 욕망을 다룬 우화라고 생각한다”면서 “메타포가 가득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를 본 느낌도 각자 다를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조용한 가족’(1998),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에 이어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5번째 협업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외에도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 등의 연기 앙상블이 기대를 높인다.

김지운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에 대해 “캐스팅이 영화를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제가 혹독하게 하지 않아도 배우들이 알아서 잘 해주셨다. 저도 현장에서 다른 영화 구경하듯이 영화를 찍었다”고 했다.

정수정은 70년대 연기 톤에 대해 “70년대 말투로 연기해야한다는 걸 모르고 대본을 접했다.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다. 감독님의 시범을 보고 확실히 감을 잡았다. 클립들도 찾아보면서 레퍼런스를 삼았다. 그래서 현장에서 모두가 그렇게 연기를 하니까 자연스럽게 되더라. 무조건 그 의상, 그 헤어메이크업을 해야만 말투가 나오더라. 현대 말투가 어색할 정도로. 저희끼리 놀리면서 연기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오정세도 “저도 예전 영화를 참고 삼아서 고민을 많이 했다. 요즘 저희가 쓰지 않는 말들을 극 속에서 사용해야 했다. 요즘 템포와는 다른 것도 신기했다. 그 시대의 억양이나 단어들을 극으로 가져 오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70년대 연기들이 과장된 연기로만 느껴졌다. 그 당시 영화를 계속 보니까 표현만 과장됐지, 그 안에는 진심이 있더라”고 했다.

김지운 감독은 추석 대전 속 ‘거미집’의 강점에 대해 “영화를 다 만들고 나서 또렷하게 남는 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거다. 김 감독이 처한 상황은 끊임없이 인생 모순과 불합리한 세계에서 난관, 역경에 부딪힌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꿈을 실현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드는 어떤 집단의 이야기를 통해서 시대 풍자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무엇 보다도 특히 미국 영화처럼 앙상블 코미디를 하고 싶었다. 연기 장인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앙상블 코미디를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를 보시면 앙상블 코미디가 무엇인지 어떤 재미가 있는지를 즐겨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그리고 한 편의 영화 티켓 값으로 두 편을 볼 수 있는 이점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송강호 역시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생각했을 때 ‘거미집’이 신선한 영화이지 않나 싶다. 관객 분들이 추석에 어떤 영화를 볼 지 행복한 고민을 하실텐데 ‘거미집’은 그동안 봐왔던 영화의 형태를 떠나서 영화의 묘미가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고 ‘거미집’만의 차별점을 전했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재미를 일깨워 줄 ‘거미집’은 27일 개봉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

거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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