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전북은 있고 제주는 없는 '기초자치단체' 부활할까

제주CBS 이인 기자 2023. 9. 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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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17년 기초단체 사라지고 시장 임명제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찬성 61.4%, 반대 16.7%
도지사 권한집중 문제라는 제주도민 74.3%나 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후 제주도와 행정시 공무원 비율 역전
예산과 조직결정권, 조례제정권 등 주요 권한도 제주도로 몰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지난해 8월 출범
새 행정체제도입 위한 공론화 용역 올해 1월 시작
도민경청회·여론조사·숙의토론 거쳐 2개 대안 압축
행정구역 몇개로 나눌지도 뜨거운 감자
올해 12월까지 행정체제 모형과 행정권역 대안 제시
내년 6월~9월 주민투표 실시…2026년 지방선거 적용
도민여론이 핵심 변수…제도개선도 과제
[이인의 특별한 제주이야기-105화] 제주 행정체제 바뀔까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이인의 특별한 제주이야기>
■ 채널 : 표준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3년 9월 14일(목)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이인 기자
제주 도심전경.

◇박혜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전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현안들을 분석하는 이인의 특별한 제주이야기, 오늘(14일) 105번째 시간에는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이야기를 한다구요?

◆이인> 제주도는 2026년 지방선거 적용을 목표로 새로운 행정체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대 도정에서도 추진했다가 좌절됐기 때문에 과연 이번에는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이 이뤄질지 변수와 과제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박혜진> 현행 행정체제를 개편하려는 이유는 뭘까요? 

◆이인>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2006년, 기초자치단체였던 4개 시군은 폐지되고 시장을 도지사가 임명하는 2개 행정시 체제로 재편됐습니다. 하지만 자율적 시정운영은 사라지고 민원 불편은 더 커지는 등 이른바 제왕적 도지사 폐해만 부각됐습니다. 17년간 역대 도정에서 끊임없이 행정체제를 개편하려고 한 이유입니다.

◇박혜진> 제주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죠?

◆이인> 제주도가 올해 3월과 4월 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는데요. 행정체제 개편에 찬성한 도민은 61.4%였고, 16.7%만이 반대했습니다. 특히 제주도지사가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을 임명하는 현행 행정시장제의 문제점으로 도지사 권한집중에 공감한 도민이 74.3%나 됐습니다.

제주도청 제공

◇박혜진> 실제 제주도청으로 공무원이 몰리고 권한도 집중됐어요?

◆이인> 먼저 제주도와 행정시 공무원 비율은 17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직전인 2006년 6월 말 제주도와 4개 시군 공무원은 4895명으로, 비율은 제주도 공무원 35%(1734명), 4개 시군 공무원 65%(3161명)였습니다. 기초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얘깁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며 공무원 비율은 역전됐습니다.

◇박혜진> 제주도 공무원이 더 많아졌다는 거죠? 

◆이인> 17년이 지난 올해 7월 현재 제주도와 행정시 공무원 비율은 55% 대 45%로 역전됐습니다. 공무원 정원 6519명 가운데 제주도가 3566명, 행정시가 2953명으로 제주도 공무원 숫자가 더 많아졌습니다. 

◇박혜진> 무엇보다 권한이 제주도로 집중됐어요?

◆이인> 기초자치단체가 사라지며 예산과 조직결정권, 조례제정권 등 주요 권한은 제주도로 몰렸습니다. 우선 행정시에 조례제정권이 없고 제주도를 통해 조례를 제정하게 되면서 행정력 낭비는 물론 행정시 특성에 맞는 조례 제정에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박혜진> 고향사랑기부금도 행정시는 모금할 수가 없어요? 

◆이인> 집행적 성격의 사무를 조례로 위임해 행정시장이 수행할 수는 있으나 행정시장은 법인격이 없어 직접 협약체결이나 기부금 모금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행정시장 명의의 협약 체결을 할 수 없고 고향사랑기부금도 행정시가 모금할 수 없습니다.

◇박혜진> 주민 민원도 제주도청 의존도가 심화됐어요? 

◆이인> 폐기물 등 환경기초시설과 관련한 민원도 제주도로 몰리며 행정시 민원 대응성은 낮아지고 제주도청 의존도는 심화됐습니다. 또 리와 통, 반의 조정 등 기초자치단체가 해야 할 업무까지 제주도가 계획하고 결정하면서 처리기간 지연에 따른 주민 불편도 많아졌습니다.

제주시청. 제주시 제공

◇박혜진> 그래서 역대 도정들도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했죠?

◆이인> 우근민 도정은 지난 2013년 행정시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는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제주도의회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원희룡 도정 역시 2019년 행정시장 직선제를 제주특별자치도 7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넣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거부했습니다.

◇박혜진> 당시 정부가 반대한 이유는 뭔가요? 

◆이인> '행정시장 직선제가 특별자치도 설립 취지에 맞지 않고 도지사와 행정시장 사이에 문제가 있을 때 조정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당시 정부는 제도개선 과제에서 제외했습니다.

◇박혜진> 행정시장 직선제가 거듭 좌절됐기 때문에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요? 

◆이인> 171개 마을 이장들로 구성된 제주도 이장단협의회는 지난 5일 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인격있는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를 압박했습니다. 특히 불과 몇 년 전에 행정시장 직선제를 불수용한 중앙부처가 이제와서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를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박혜진> 도민 여론조사에서도 기초자치단체를 원하는 비율이 많아요? 

◆이인> 제주도가 지난 달 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한 2차 여론조사에서 행정체제를 개편할 경우 기초자치단체 설치 필요성에 55.4%가 찬성했고,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은 24.1%에 그쳤습니다. 필요 이유에 대해서는 '시장과 군수 등 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을 주민 손으로 직접 선출하면 주민 참여가 강화되고 접근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제주도 제공

◇박혜진>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용역 공론화 작업을 벌이고 있죠?

◆이인> 새로운 행정체제 도입을 목표로 구성된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지난해 8월 출범했습니다. 올해 1월에는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연구용역'이 시작돼 연말까지 진행됩니다. 

◇박혜진> 용역이 학술연구와 공론화 분야가 함께 진행되고 있어요? 

◆이인> 학술연구에선 제주특별자치도 성과분석과 현행 체제 진단, 행정체제 장단점 분석 등이 진행됐고 행정체제 모형과 행정구역도 설정하게 됩니다. 공론화 분야에선 도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2차례 실시됐고 도내 16개 읍면동에서 1840명을 대상으로 도민경청회도 열렸습니다. 특히 지역별, 성별, 연령별로 무작위 추출을 거쳐 도민참여단 300명이 구성돼 1,2차 숙의토론회도 진행됐습니다.

◇박혜진> 학술연구와 공론화가 함께 진행되는 이유는 뭔가요? 

◆이인> 행정체제 모형이 5~6개로 제시되면 여론조사나 도민참여단을 통해 압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행정권역을 몇 개로 나눌지에 대해서도 도민참여단 숙의 과정 등을 거쳐 최종 대안을 제시하게 됩니다.

제주도의회 본회의. 도의회 제공

◇박혜진> 그런 과정을 거쳐 행정체제 모형은 2개 대안으로 압축됐어요?

◆이인> 용역진이 행정체제 모형으로 읍면동장 직선제와 의회구성 기초자치단체 등 6개 대안을 제시했고 여론조사와 숙의토론을 거쳐 지난 8월 19일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와 행정시장 직선제가 적합 대안으로 압축됐습니다. 앞으로 행정체제 개편 방향은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할지 아니면 행정시장 직선제를 도입할지로 중심이 잡혔다는 얘깁니다.

◇박혜진> 이제는 행정권역 설정이라는 단계가 남았죠? 

◆이인>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이번달 중간보고회와 전문가 토론회, 권역별 도민경청회를 통해 행정구역안 압축 작업을 벌이고 다음달 초에는 행정구역안 선호도를 묻는 3차 도민 여론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박혜진> 행정권역 설정은 제주도를 몇 개 권역으로 나눠야 하냐는 거죠?

◆이인>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나뉜 현행 행정구역안을 유지할지, 국회의원 선거구처럼 3개 구역안으로 할지, 과거 4개 시군 체제를 부활하되 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시·서제주시로 할지, 그것도 아니면 5~6개로 구역을 늘릴지 등이 논의 대상입니다.

◇박혜진> 그렇다면 행정체제 모형과 행정구역 설정은 언제 최종안이 나옵니까? 

◆이인> 다음달 28일과 29일 3,4차 도민참여단 숙의토론이 열려 행정체제 모형과 행정구역에 대한 최종안이 윤곽을 드러냅니다. 이어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와 4차 도민 여론조사, 도민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12월까지는 제주형 행정체제 주민투표안이 제시됩니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 회의 모습. 제주도 제공

◇박혜진> 주민투표안은 어떻게 도민들에게 물어볼지를 결정한다는 거죠?

◆이인> 예를 들어 행정체제 모형은 기초자치단체 도입으로 정해지고 행정구역은 4곳으로 나눌 경우 주민투표지에는 기초자치단체를 4개로 나누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기초자치단체를 4개로 나누는 안과 현행 체제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박혜진> 그런데 제주도의회에서 그냥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찬반 입장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어요? 

◆이인> 현기종 제주도의원(서귀포시 성산읍,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도의회 제420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결국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할 건지 말건지가 핵심 쟁점이라며 오영훈 제주지사가 선거때 공약으로 내건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도민들에게 피력하고 찬반을 묻는 게 어떠냐고 질의했습니다. 

◇박혜진> 연말까지 순조롭게 진행되면 주민투표는 언제 치러지는 거죠? 

◆이인> 현기종 제주도의원의 질문을 받은 오영훈 제주지사는 답변 과정에서 주민투표 시기를 언급했습니다. 오 지사는 최종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를 수 있지만 내년 총선이 끝난 후인 6월이나 9월에 실시하는 것을 염두에 둘 수도 있다며 시기에 대해서도 용역진이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혜진> 최종 목표는 2026년 지방선거 적용이죠? 

◆이인> 주민투표 절차를 통해 도민들이 새로운 행정체제 도입에 찬성하면 오는 2026년 지방선거부터 적용한다는 것이 제주도의 목표입니다.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을 위한 도민 경청회. 이인 기자

◇박혜진> 행정체제 개편까지는 많은 변수가 있을 텐데요? 공론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죠?

◆이인> 행정체제 개편은 무엇보다 도민여론이 변수가 될겁니다. 도민경청회에선 현행 행정체제의 장단점을 명확히 분석하고 도민에게 알린 뒤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며 서두르지 말라는 의견이 나왔고 기초자치단체 폐지로 행정의 민주성과 참여민주주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며 현행 행정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박혜진>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찬반 의견부터 기초의회에 대한 호불호도 있었어요?

◆이인> 단순한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넘어 읍면동 자치가 중심이 된 대동제 개념의 풀뿌리 자치 모델을 검토하자는 제안이 나온 반면, 과거 4개 시군 시절 기초의원들의 수준 미달 의정활동을 지적하며 기초의회 부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박혜진> 행정권역을 놓고도 다양한 의견이 있었죠?

◆이인> 3개 시로 개편할지, 과거처럼 4개 권역으로 운영할지를 놓고 여러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제주시와 서귀포시민의 생각이 다르고 동지역과 읍면지역 주민들의 의견도 달라 인위적으로 지도에 선을 긋는 방식이 아닌 인구와 생활, 경제, 역사, 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도민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박혜진> 결국 도민여론이 중요하다는 건데, 제도개선이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하죠? 

◆이인> 주민투표로 기초자치단체 설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와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개정안은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을 설치하려면 제주도지사가 도의회 동의를 받아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의 구성을 달리하는 경우, 즉 기초자치단체의 형태도 주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혜진> 개정안의 통과,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인> 개정안이 통과하면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기초자치단체 형태를 어떻게 할지, 행정구역은 몇 개로 할지 등을 단일안으로 제시하면 이를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습니다. 또 주민투표에서는 현행 체제를 유지할지, 새로운 체제를 적용할지 등을 물을 수 있게 됩니다.

◇박혜진> 그런데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멈춰 있어요? 

◆이인> 개정안은 지난 5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멈춰 있습니다. 법사위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4개월째 통과를 미루고 있습니다.

◇박혜진> 제주도에 유리한 상황도 있죠? 

◆이인>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나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 과정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번번이 좌절된 과거와 사뭇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점은 제주도에 유리합니다. 광역단일계층으로 바꿔 행정의 효율성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인다는 취지였으나 올해 6월 출범한 강원특별자치도와 내년 1월로 예정된 전북특별자치도는 기초자치단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혜진> 제주도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걸로 기대하고 있어요? 

◆이인>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는 데 한계를 보였던 제주도 입장에서 강원과 전북의 사례는 더없이 좋은 모델입니다. 이 때문에 오는 12월 9일까지 100일간 이어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주민투표로 기초자치단체 설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제주도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그래도 낙관만 할 수는 없죠? 

◆이인> 개정안의 국회 심의과정에서 지역과 정당에 따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의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와 정부가 주민투표 요구안에 대해 어떤 입장 정리를 할지 등 돌출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정부나 국회 설득 여부와 도민여론의 흐름은 무시하지 못할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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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이인 기자 twoma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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