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금 걷는데 주유소가 비용 부담”…카드수수료 꼬집은 속사정
유류세분 수수료도 주유소 부담
“징세 비용 민간이 부담하는 꼴”
카드업계는 수수료 인하 ‘불가’
“주유소가 부담하는 실제 카드 수수료율은 3%를 넘는 형태다. 전체 도소매 업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에 달하지만 주유소 업종은 2% 안팎이다. 카드 수수료는 주유소 업계의 큰 부담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박현동 한국석유유통협회 상근부회장)
주유소 업계가 토론회를 열고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이 자리에는 여신금융협회도 참여해 주유소 업계 요구사항을 청취했다.
유 회장은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과 세금·공과금 상승,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유소 평균 영업이익률은 1%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카드 수수료로 지불하면서 많은 주유소들이 불만과 고통을 느껴왔는데도 단지 주유소 매출액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을 논의할 때 소외되는 문제가 이어졌다”며 “여신협회와 주유소협회가 매년 협의를 통해 수수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유소 업계는 정부가 유류세를 걷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징세 비용을 주유소가 부담하는 데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류세를 포함한 전체 판매가를 기준으로 카드 수수료를 물리는 것은 주유소가 정부 대신 징세 비용을 부담하는 꼴이라는 주장이다.
토론에 나선 이기욱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주유소가 자기 돈을 쓰면서 국세청의 유류세 징수에 협력하는 것”이라며 “카드 수수료 가운데 유류세 부분에 대해서까지 주유소가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은 명백하게 수익자 부담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유소협회 추산 결과 휘발유 판매가를 리터당 1590원으로 잡고 5만원을 팔았다고 가정하면 수수료율 1.5% 기준 750원을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유류세 부담분 56%를 제외하면 실제 판매가는 2만2000원이다. 수수료 부담액은 판매가 총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변동이 없다. 실제 판매액 대비 수수료액은 3.4%를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발제를 맡은 이병철 경기대 명예교수(한국부정부패방지연구원장)는 “전 세계에서 카드 수수료를 가맹점이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한국만 이런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제가 볼 때 국가가 카드사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만든 조항으로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유류세는 국세인데도 주유소가 수수료를 부담한다”며 “징세 비용을 왜 사적인 개인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유 회장이 언급한 여신금융협회와의 협의 방안에도 힘을 실었다. 이 교수는 공공성을 갖춘 가맹점 대표 단체에 협상권을 부여해 카드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서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이 필요하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소상공인이거나 연간 매출액이 2억원 이하인 카드 가맹점일 경우 카드사와 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단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해당 조문에 ‘국민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공공성을 갖는 업종’을 추가해 주유소 업계가 카드사와 수수료 협상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액공제 카드도 꺼내들었다. 이 교수는 “국가가 유류세 징수 비용을 내는 것이 부담된다면 유류세분 카드 수수료의 단 5%라도 세액공제를 해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카드 수수료율을 국세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제시됐다.
박 부회장은 “저희 협회에서는 카드 수수료를 현행 1.5%에서 0.8~1%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지속해서 건의해 왔다”며 “일률적 인하가 어렵다면 유류세분 카드 수수료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주거나 고유가 시기에 유가 수준에 따라 수수료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주유소 업계와 보조를 맞췄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소비자 판매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유류세분에 대한 카드 수수료까지 주유소가 부담하도록 한 현 수수료 체계는 상생 협력과 동반성장의 가치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매우 우려스러운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공동 주최자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기준 주유소가 국가를 대신해 부담한 유류세분 카드 수수료는 약 3500억원”이라며 “카드업계는 이미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해 추가 인하가 어렵다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가는 오히려 모르쇠로 일관하고 민간에만 부담을 전가하려는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민기 여신금융협회 카드본부장은 “카드업계는 유류세가 포함된 최종 판매가격에 대한 카드 인프라 비용 등을 부담하기 때문에 유류세분만큼 카드 수수료율을 경감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수수료는 카드사가 가맹점에 제공하는 지급결제서비스에 대해 결제대금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비용으로 세금을 포함한 총 결제대금에 대해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카드 수수료에서 유류세분을 제외해야 한다는 비판과 관련해서는 “수수료 산정에 세금을 제외하는 것은 일부 업종을 고려하는 것으로 카드 결제에 따라 발생하는 합당한 비용을 카드 수수료율에 반영하는 현행 수수료 제도 취지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주유소 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수수료율을 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김 본부장은 “여신전문금융법상 가맹점단체 설립 조항은 적격비용 체계와 우대가맹점 제도 시행 이전에 개정된 내용으로 실효성이 없는 제도로 사문화됐다”며 “가맹점단체에 협상권을 부여하면 수수료율은 적정 원가 개념이 아닌 오로지 해당 단체의 협상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봤다.
김 본부장이 수용 가능하다고 언급한 방안은 세제 혜택뿐이다.
김 본부장은 “주유소 업계가 높은 세금 비중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면 이는 카드 수수료 인하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주유소 업계가 제안한 유류세 관련 세제 혜택 확대 등 근본적인 개선책 또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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