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교육감 자율로 '지역 명문학교' 설립..교육자유특구 시동

유효송 기자 2023. 9. 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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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7월 10일 오후 세종시 KT&G 세종타워에이 빌딩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뉴스1

내년 최대 5곳의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지역 명문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광역지자체장과 교육감이 협의해 정부에 '교육자유특구'를 신청하면, 정부가 공교육의 틀 내에서 특례와 규제 완화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공교육 강화로 지역에 교육 수요가 있는 인재가 몰리고 기업도 이를 따라가면서 지방 활성화의 밑그림을 그리겠다는 취지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14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지방시대 선포식'을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정부는 내년부터 지방의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 설립과 운영에 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교육자유특구'를 시범운영키로 했다. 이는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교육청, 대학이 협력해 지역 공교육 발전과 우수인재 양성을 함께 도모하는 형태다.

지자체장과 교육감, 대학은 앞으로 지역 특색에 맞는 학교를 설립하고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발전전략을 정부에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지역 주도로 관련 계획을 신청하면 정부는 공교육 경쟁력 제고에 중점을 두고 이를 심사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자유특구를 4~5곳 정도 지정할 것"이라며 "지역 교육발전 전략을 수립해 제안하면 전략 이행에 필요한 특례 등을 지역 단위에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구의 차별성은 학교와 교육과정, 학생 선발 등 전반적인 자율성을 지자체와 교육청이 함께 갖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처럼 별도 선발 과정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차터스쿨과 닮아있다. 차터스쿨은 '질 높은 공립학교'를 원하는 교육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도입된 학교로, 정부로부터 예산은 지원받지만 지역 교육당국이 학생·교사 선발, 교육과정 운영을 사립학교처럼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민간 회사가 참여하는 협약학교를 운영하기도 한다.

정부는 초·중·고는 물론 대학과 유아·돌봄 영역에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대학은 기존 교육부가 추진하던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등과 연계해 지역인재 유출방지를 목표로 인재를 선발하고 양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영유아 영역에서는 지자체의 돌봄 역할을 강화하고 유보통합 시범운영을 통해 출산율을 끌어올린다. '지역 인구 증가와 공교육 발전, 우수인재 유치, 졸업 후 취업으로 정주'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특구에 학교 설립과 학생 선발권 등이 주어지면 자사고·외고와 같은 학교들이 앞다퉈 생겨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지방 명문학교' 등으로 교육 수요가 있는 인구를 지방으로 끌어들이면 다른 지역의 교육 환경이 악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현행 자사고와 특목고도 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에게 동의를 얻어 지정이 가능하다"며 "특구 신청을 위해서는 최적의 지역발전 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교육감과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자사고와 특목고를 신청하게 되더라도 우후죽순 늘어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귀족학교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외국 교육기관, 소위 국제학교 등을 거론하는데 현재 생각하고 있는 모델은 그런 학교가 아니다"라며 "지역 단위에서 학교의 운영과 교육과정에서 그(공교육)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는 것들을 (발전 전략에) 담아온다면 특구로 해서 인정을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단 이달 중 시안 개요를 발표하고 오는 11월 초까지 현장 의견 수렴과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어 교육자유특구 관련 법률안을 발의해 연말부터 시범사업 공모를 받아 운영한다. 지난 5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특별법 원안에 있던 교육자유특구 신설 관련 조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별도의 '교육자유특구 설치·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마련해 발의한다는게 정부의 방침이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올 12월에 사업 공모를 시작해 2024년부터 시범운영에 나설 것"이라며 " 글로컬대학과 지역혁신중심 RISE 사업을 통해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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