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산업강국 함께 하는 제조혁신] 수작업 의존하던 젓갈 장인…공정 자동화로 美시장 뚫었다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3. 9. 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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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삼성 공동 캠페인
젓갈 명가 진안군 '더젓갈'
전생산 과정을 데이터화
균일 품질 유지 가능해져
원자재 입출고 시스템 도입
다품종 소량생산 토대 마련
스마트공장 과감한 도입 결과
사업규모 늘어 되레 고용증가

◆ 스마트산업 강국, 함께 하는 제조혁신 ◆

전북 진안에서 3대에 걸쳐 젓갈을 생산해온 더젓갈의 박병영 대표(왼쪽)가 진안 공장에서 삼성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전문위원과 함께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오찬종 기자

전북 진안에 있는 '더젓갈'은 3대에 걸쳐 젓갈을 생산하고 있다. 명품 젓갈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35년 동안 연구해 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장 운영이 여의치 않았다.

국내에서 젓갈은 김장을 통해 가장 큰 소비가 이뤄진다. 하지만 김장하는 가정이 점차 줄면서 젓갈 판매량도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박병영 더젓갈 대표는 "젓갈 매출 중 80%가 김장철에 이뤄지는데, 체감상 국내 김장용 젓갈 수요가 매년 20%씩 줄어든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박 대표는 "아들 세대에서도 공장이 운영되려면 이대로는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만들어내기 위해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제조 혁신 프로젝트 문을 두드린 이유를 밝혔다.

더젓갈은 최근 연구를 통해 새우젓을 다양한 요리에 맞춰 사용할 수 있도록 진젓, 액젓, 분말 형태로 개발했다. 진한 맛을 내는 진젓은 나물무침, 찌개 등에 이용할 수 있으며 맑은 액젓은 쌀국수, 우동 등 맑은 국물에 깊은 맛을 제공한다.

또 분말 형태의 새우젓은 다양한 요리에 쓰이며 특히 김치를 담글 때 활용하면 간편하다.

노하우가 쌓인 맛이 품질을 인정받아 홈쇼핑에서 대량 판매 제의가 들어왔지만 생산성이 문제였다. 기존 수작업 방식으로는 홈쇼핑에서 요구하는 대량 공급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제조 혁신 전문가는 이 같은 어려움을 확인하고 즉각 생산성 증대 작업에 돌입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대량 생산하더라도 품질이 균일하게 나와야 한다는 점이었다.

박 대표는 "젓갈처럼 예민한 음식은 대량 생산할 때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다음 세대까지 동일한 맛을 이어가기에는 직감적 노하우만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멘토단은 젓갈 생산을 데이터화했다. 원자재 온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제조 이력도 수작업 기입에서 바코드 스캔 방식으로 자동화했다. 그는 "단순히 품질을 유지할 뿐 아니라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다양한 개선 실험도 할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멘토단은 방치된 컨베이어 벨트에도 주목했다. 몇 해 전 구입했으나 연결 부분 간 단차로 실용성이 떨어져 '창고행'이 돼버린 상태였다. 멘토단은 연결 구간을 개조해 단차를 없앴다. 젓갈을 통에 채우는 충진(용기에 내용물을 채워 넣는 것) 작업도 개선했다. 기존에는 일일이 국자로 퍼 담다 보니 1시간에 240통 정도를 만드는 데 그쳤다. 하지만 자동 충진 설비를 도입하면서 생산량이 시간당 350통으로 늘었다.

멘토단은 생산 과정을 면밀하게 살핀 뒤 공정 과정도 전면 재수정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원료를 착즙해 액젓 탱크로 10m를 운반한 뒤 작업했지만, 이동 탱크실 옆으로 착즙기를 재배치해 비효율을 줄였다.

이 과정에서만 작업 시간이 360초에서 30초로 5분 이상 단축됐다. 박 대표는 "내부인은 익숙해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전문가들 시각에서 과감하게 개선했다"며 "불필요하게 공장을 반복적으로 이동할 일이 없으니 직원의 피로도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또 더젓갈은 김장 수요 감소에 따라 젓갈 수요를 다변화하기 위해 다품종 소량 생산화를 추구했지만 원자재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멘토단은 원자재 보관실을 뜯어고쳤다. 바닥에 널어놓던 창고에 수직으로 자재를 보관할 수 있도록 초대형 선반을 설치했다. 개선 전에는 창고를 포함한 내부 공간이 218㎡(약 66평)였는데 이를 310㎡(약 94평)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원자재를 언제 들고 나갔는지 알 수 있도록 재고 입출고와 현황 관리 시스템을 마련했다.

제조 혁신을 기반으로 더젓갈 매출은 2년 전 12억원에서 올해 20억원(전망치)으로 60% 넘게 올랐다. 자신감이 생긴 더젓갈은 해외 진출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체 비중에서 5% 수준의 매출도 나오고 있다. 이를 발판 삼아 수출에 용이한 새우젓 분말부터 베스를 활용한 느억맘 소스(베트남식 전통 소스)까지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BBC에서 분말 형태 젓갈로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촬영해 갔다. K푸드 열풍에 힘입어 다양한 젓갈을 선보이며 젓갈의 세계화를 이룰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전북형 삼성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기 위한 상생 협력 민간 추진단에서 홍보단장도 맡고 있다.

박 대표는 "오래 운영한 공장은 혁신 전환을 하면 직원을 줄여야 하는 것으로 오해해 망설이는 일이 많다"며 "오히려 회사 규모도 커지고 고용이 늘어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진안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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