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M] 中알리바바 'SK의 11번가' 인수하나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조윤희 기자(choyh@mk.co.kr) 2023. 9. 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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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SI중 아마존·큐텐 빠져
알리바바 유력 후보 떠올라
국내 이커머스시장 노리며
1조 안팎으로 인수 검토중
국민연금 '풋옵션'도 변수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국내 이커머스(온라인상거래) '11번가' 인수를 추진한다.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국내 직구 시장을 정복한 알리바바가 11번가를 품어 전체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울지 주목된다. 11번가가 국민연금 등 재무적투자자(FI)에게 약속한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 시한이 임박한 만큼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도 알리바바와의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알리바바에 11번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큐텐, 아마존 등 애초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해외 전략적투자자(SI)는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유일한 인수 후보로 남은 알리바바가 SK스퀘어에 거래 가격을 제시하고, SK스퀘어는 알리바바에 11번가 실사 기회를 부여하는 등 양사 논의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시가총액이 300조원(뉴욕증시)에 달하는 초대형 이커머스 사업자다. 지난해 8645억위안(약 157조원)의 매출을 올려 중국 기업 가운데 징둥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알리바바의 해외 직구 서비스는 이미 한국 시장을 장악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직구 주문 건수 기준 1·2위가 알리익스프레스와 타오바오 등 모두 알리바바그룹이다. 두 업체 합산 점유율은 43%를 넘는다. 이 회사가 11번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한국 온라인 상거래 시장을 공략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206조49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했다. 다만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네이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는 점은 인수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계청과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은 21.8%, 네이버는 20.3%를 차지했다. 양사에 비해 충성 고객이 적은 11번가는 7%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거래 성사의 또 다른 변수는 적정 가격에 대한 합의다. 11번가는 2018년 FI를 유치할 때 2조7000억원이란 가치를 인정받았으나, 현재 시장에서 추산되는 기업가치가 1조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업계 추정 가격 근방에서 거래가 성사됐을 때 SK스퀘어로서는 다소간의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알리바바가 과연 1조원이라도 지불할 의사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의구심이 있다. 다만 11번가가 과거 FI들에게 약속한 상장 시한이 이달 말까지라 SK스퀘어가 알리바바 측 요구 조건을 폭넓게 수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중앙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 등에서 5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5년 내 상장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연말부터 FI들은 SK스퀘어 측에 지분을 연 환산 내부수익률(IRR) 8% 수준으로 되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아울러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해 시장에 11번가 대주주 지분까지 전부 내다 파는 것도 다음달부터 가능해진다. FI들은 펀드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SK스퀘어와 알리바바 사이에 유의미한 협상 진척이 있으면 드래그얼롱 시기 조율 등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IB업계에선 11번가 외에도 국민연금이 보유한 다양한 풋옵션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11번가 외에도 SK그룹과 투자한 베트남 마산그룹에 대해서도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박창영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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