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청년 암 경험자의 리부트

2023. 9. 1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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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을 83세까지로 봤을 때, 국민 3명 중 1명이 암을 경험하는 시대다. 이전과 다른 점은 안타깝게도 젊은 암환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20대 암환자 수는 2만5000명가량으로, 5년 동안 약 26% 늘어났고 40대는 9%가 늘어났다고 한다. 놀라운 현대 의학 기술의 발전과 의료진의 노력 덕분에 암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지만, 암을 극복하고 난 뒤에 환자들은 예상 밖의 난관에 부딪힌다. 다시 사회에 복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암 치료에 집중하기 위한 시간이 경력의 공백이 되고, 병력으로 인해 제약이 많아진다.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 할 나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실제 국내 암환자의 생존 후 사회 복귀율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유럽이 60% 정도임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이다. 암 경험자의 사회 복귀에 대한 인식은 다행히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2040세대가 기본적으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에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암환자의 사회 복귀는 환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개인의 경제력 상실은 가정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 연구에 의하면 암 경험자의 사회 복귀율을 선진국 수준인 60~70%로 끌어올렸을 때 2조원가량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한다. 암 경험자들이 사회에 복귀하면서 얻게 되는 경제력과 함께 삶에 대한 통제권, 자존감이 높아져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필자의 회사는 2018년부터 암 경험자의 사회 복귀 및 자립을 돕기 위해 리부트(Reboot)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들을 위해 혁신적인 치료제를 개발·공급하는 것 외에 우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다 만든 사회공헌활동이다. 밀알복지재단과 함께 암 진단 후 완치 판정을 받은 저소득 취약계층 환자를 대상으로 단절된 학업 복귀를 위한 강의나 취업을 위한 자격증 취득 등을 지원하며 문화·정서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한다.

리부트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복귀에 성공한 경험자들의 이야기는 무척 감동적이다. 백혈병 치료 후유증으로 유일하게 먹을 수 있었던 게 빵이었던 20대 청년은 제과제빵 자격증을 위한 과정을 밟았고,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을 이겨낸 후 공무원을 준비하는 30대 초반의 엄마도 있었다. 난소암을 극복하고 아픈 사람을 돌보는 간호조무사를 꿈꾸는 30대 여성과 밀키트 사업으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40대 유방암 경험자, 특히 자기와 비슷한 처지로 자녀를 돌볼 수 없는 엄마들을 위해 공부방을 운영한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큰 울림을 줬다. 우리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최근 들어 많은 회사들과 병원, 정부가 암환자들이 치료 이후 지속적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이제 암환자들이 사회 복귀를 위한 근본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생태계가 구성되고 있으니 다 같이 힘을 보태 더 많은 암 경험자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많은 암 경험자들의 다시,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이혜영 한국BMS제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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