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5년 내 ‘역사상 가장 더운 해’ 온다 … WMO “올해도 온실가스 배출 증가”

장윤서 기자 2023. 9. 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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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상기구 ‘2023 기후과학 보고서’ 발표
남극해 디셉션 섬의 펭귄 서식지. 둥지 근처의 토양은 철분이 풍부한 배설물로 인해 밝은 주황색을 띠고 있다./Oleg Belyaev Korolev

향후 5년 안에 역사상 가장 더운 해(2016년) 기록이 깨질 가능성은 9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지 못한 영향으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많았던 걸로 드러났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과 함께 펴낸 ‘2023 기후과학 합동보고서’를 통해 14일 이같이 밝혔다.

기후과학 보고서는 지난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시행 중인 ‘유엔 지속가능 발전목표’(SDGs) 달성과 관련해 기후변화와 기상 이변의 영향을 조사한 연례 보고서다.

WMO은 2030년 초 파리협정에서 정한 ‘기후변화 마지노선’인 1.5도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전지구 평균기온가 1.5도 이상 상승할 경우 기후변화 이전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지구는 기후 목표와 2030 의제를 달성하는 경로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다”라면서 “이는 과학적으로 명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경로 이탈 폭을 각종 수치로 보여줬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지구 표면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15도 높았다. 1.15도 가운데 1.14도가 ‘인간이 올린 온도’로 평가됐다.

올해는 6월까지 평균 지구 표면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18±0.12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엘니뇨 현상이 발생해 올해는 ‘역사상 가장 더운 해’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향후 5년 가운데 한해라도 2016년을 넘어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확률은 98%, 연평균 지표면 근처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은 해가 한해라도 나올 확률은 66%로 제시됐다.

이런 가운데 인류는 온실가스를 이전보다 더 배출하고 있다.

인류의 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양은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2022년 406억t(톤)으로 2021년보다 1%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지나가면서 항공 분야를 중심으로 석유 사용량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올해 상반기 온실가스 배출량은 작년 상반기보다 0.3%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발전과 내수 분야 배출량은 줄었지만, 산업과 운송 쪽 배출량이 늘었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0도 이하로 제한’하고 ‘1.5도 이하로 억제하는데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두 목표를 달성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각각 30%와 45% 감축해야 하는데 인류는 거꾸로 걸어간 셈이다.

지금도 극한 기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북극 해빙 면적은 1850년 이후 최소 수준이다.

2018~2022년 평균 9월 북극 해빙 면적은 1991~2020년 평균보다 100만㎢ 가까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엔 북극에 사실상 얼음이 없는 상황이 2050년이 되기 전 최소 한 차례는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올해 나타난 극한현상으로는 역대 최장인 5주 이상 세력을 유지하며 아프리카 동남부에서 수백명의 목숨을 앗은 사이클론 프레디, 중국 베이징에 7월 29일 밤부터 8월 2일 아침까지 744.8㎜라는 140년만 최대치 폭우를 쏟아낸 태풍 독수리, 미국·멕시코·유럽·북아프리카·중국 등의 이상고온을 꼽았다.

보고서는 “1970년부터 2021년까지 날씨·기후·물 관련 극한현상에 기인한 재난이 1만1778건 보고됐으며 이 재난들로 인해 208만7229명이 사망하고, 4조3000억달러(약 5699조)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사망자 90%와 경제적 피해 60%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했다.

기후변화는 SDGs 달성도 방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SDGs 중 15%만 제대로 이행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극한 기후현상으로 2030년 6억7000만명이 기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날씨와 기후, 물 관련 과학 서비스에 대한 전 세계적 투자와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WMO는 현재의 기후변화 완화 정책은 이번 세기 동안 지구 온도를 2.8도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즉각적이고 전례없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90%를 배출하는 166개국의 2022년 9월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종합하면 파리협정을 달성하는 데 못 미치며 최근 9개월 사이 새로 제출된 목표들을 고려해도 뚜렷한 차이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인류를 위해 기후 탄력성과 저탄소 의료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해양의 산성화 관측과 기후와 관련한 해양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WMO는 또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차지하는 도시의 고해상도 관측·예측 모델을 구축하고, 다중위험 조기경보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예상되는 인명·재산피해를 줄이려면 개발도상국 등에 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탈라스 사무총장은 “2027년까지 모두를 위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확충하면 생명을 구하는 것은 물론 지속가능개발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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